이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1999년 12월 12일, 저는 한 주일 전부터 아내가 절 생각해서 만들어준 콩이 주원료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스를 한잔씩 마시며 출근을 했습니다. 한잔씩 마시고 출근을 하니 속도 든든하고, 아내의 사랑이 담겨 있으니 참 흐믓 하더군요.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12월 12일, 날짜가 날짜인 만큼 잊을래야 잊혀지지도 않는군요!! 그 날 일을 하다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주로 먹는 이야기를 했는데.. 뭐 돼지고기 삼겹살에 소주한자 쭈-악하는 것이 요즘 같은 날씨엔 최고야!! 뭐 이런 이야기들이였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오늘저녁엔 간만에 밖에서 삼겹살이나 좀 구워먹자구. "
하고는 퇴근시간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아내와 네살배기 딸이 꽃단장을 하고 기다리고 있더군요. 막 집을 나서려는데. 속이 좀 이상한 것 같아서
"여보 차안에서 잠깐만 기다려, 밀어내기 한판하고 금방 나갈게!! " 하고는 화장실에 들어섰습니다. 그러고는 변기에 앉아 살짝 아랫배에 힘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랏!! 밀리지가 않네..."저는 여태껏 변비라고는 모르고 살아왔기 때문에 한번에 안 밀린 적이 없었거든요. 조금 의아했지만 다시 한번 강도를 조금 세게 해서 힘을 주었지만 결과는 역시 밀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힘든 경기가 예상되는군!!" 농담삼아 혼잣말을 하고는 담배한 대를 빼어 물고 내공의 힘을 모았습니다. 다시 한번 끄응 힘을 주었는데 상황은 전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조금 당황되더군요. 그때 차안에서 기다리던 아내와 딸이 내가 나오지 않자 집으로 들어와서 "아니 왜 안나오는 거야? 무슨 볼일을 오늘따라 오래보는 거야?"이러는 것이었습니다. 남의 속도 모르고....보채는 아내가 야속했지만
"응응 그래 조금만 있으면 끝나! 잠깐만 기다려."
대답하는 목소리가 조금 떨리더군요. 문밖에서 기다리는 아내와 딸을 생각해 필사적으로 힘을 주었지만 분명히 아랫배는 묵직한 데도 나올 기미가 안보이더군요.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아침마다 먹었던 콩주스가 문제의 발단인 것 같더군요. 반 갑쯤 남았던 담배도 다떨어지고..... 상황은 조금도 진전없이 저는 점점 힘이 빠져갔습니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주욱 흐르고 밖에서는 배가 고프다며 아내와 딸이 빨리 저녁 먹으러 가지고 성화를 해대고... 마음이 더욱 조급해 졌습니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30분을 훌쩍 넘어 한시간 가까이 흐른 것 같았습니다. 정말 지겨웠습니다. 방귀도 한방 안나오더군요. 다리도 저려오고 그냥은 버틸 수 없어 변기를 밟고 올라가 퍼세식자세로 쪼그려 앉았지만 사태는 점점 악화되어가기만 했습니다. "으... 여보..약국에 가서 약좀 구해와!! 흐흑"숨넘어가는 소리에 아내도 사태를 짐작했는지 "알았어 이 왠수야!!"
하며 약국으로 가더군요. 숨을 고르고 있는데 남아있던 제 딸이 "아빠... 나 끄응!!"
"잠깐만 있어봐아!! 아빠가 끄응 하고 있잖아! "
"아빠.....끄응!!" "에잇! 그래 들어와라. "
혼자 있기도 지겨웠던 저는 잠시 변기에서 내려와 엉거주춤한 자세로 딸아이의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앉게 해 주었습니다. 제 딸은 "끄--응!!"
소리한번 내더니 내가 그렇게도 들고싶었던 소리가 들리면서 ''퐁당'' ''퐁당'' 시원하게 볼일을 보더군요.
''흐윽...정말 시원하겠다.'' 정말 딸아이가 부럽더군요.
"아빠 다 했어!! " 뒷처리를 해주자 밖으로 부리나케 나가는 딸의 뒷모습... 흐흑!? 부러워랑!! 자세를 고쳐 앉자마자 아내가 약국에서 돌아와 건내준 약은 말로만 들어본 관장약. 처음 관장약을 접한 나는 사용법도 모르고 해서 사용 설명서를 자세히 들여다 본 후에 곧 실행에 옮겼습니다. 한 병.. 또 한 병을 써보았지만 별 반응이 없자. ''쿠쿵'' 마음이 덜컥 내려가면서 이러다 진짜 큰일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때 "자기야 전화"
하면서 아내가 건내준전화를 받고 보니 우리 작은 처남이었습니다.
"음.. 지금뭐해? " "예 지금 화장실인데요. "
"그래? 저녁은 먹었어? "
"아 형님 지금 죽을 것 같아요 화장실에서 벌써 1시간 30분 째요!!" "에이. 거짓말하지마. 어떻게 1시간 반이나 화장실에 있나?" 그러는 게 아닌가요.
"지인짜에요. 저 정말 죽을 지경이에요!! " 그러자 처남이
"음 그럴 때 좋은 민간요법이 있는데... 내가 가르쳐주지. "
"예?? 빨리 가르쳐 줘요. 빨리요!! "
"그럼 큰 숟가락으로 참기름 세숟갈만 먹어봐! 그럼 쫘악 빠질 테니까. " 저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하며 전화를 끊고. "여보 참기름병하고 숟가락 좀 가져와"
"아 볼일보다 참기름은 왜??"
"아 빨리 가져오라면 가져오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절로 언성이 높아지더군요. 아내가 가져다준 참기름을 받자마자 숟갈도 필요 없이 크게 두어 모금 들이켰습니다. 참 고소하긴 고소하더군요.
''오늘 진짜 별 짓을 다 해보네. 화장실에서 참기름 먹는 놈은 나밖에 없을 거시여 ''하면서 잠시 후 다시 힘을 주었지만 아 이것들이 얼마나 내 몸속이 그리웠으면 배출이 안되는거에요. 아내가 빼꼼히 문을 열면서 하는 말이
"자기야 산모의 고통을 이제는 좀 알겠지??"
하며 문을 닫더니 문밖에서 "힘줘!!" "힘줘!!" 하며 놀리기까지.... 악이 받친 나는 죽기살기로 힘을 주길 5분여... 조금씩 조금씩 반응이 오더군요. 힘을 빼면 다시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죽을힘을 다해 계속 힘을 주니 하늘이 노래지면서 이젠 감각도 없어진 그 곳에서 뭔가가 쑤욱하고 빠져나가면서 ''풍덩'' 그 소리에 긴장이 한순간에 풀리며 현기증이 나며 몇 초간 의식을 잃은 것도 같네요. 화장실에서의 두시간여에 걸친 긴긴 사투는 그것으로 막은 내리고. 뒤처리 후에 변기 속을 들여다보니 흡사 거대한 황금색 알이 자리를 잡고있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기진맥진한 저는 안방에 간신히 기어 들어가 한참을 누워있고서야 겨우 기운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나 때문에 단란한 가족의 외식이 엉망이 된걸 생각하니 한편으론 미안하고 해서
"여보야.. 우리 삼겹살을 다음에 꼭 먹으러 가자. 아무래도 나 며칠은 몸조리 해야할 것 같아. "
그 날 우리가족은 허기를 눈물 젖은 라면에 밥으로 달래야 했습니다. 조금씩 감각이 돌아오는 엉덩이가 이젠 너무나 아파 와서 똑바로 눕지도 못하고 새우잠을 자야 했습니다.
다음날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현장으로 나가긴 했지만 마치 물꼬가 터진 듯이 이번엔 설사까지... 어제 먹은 참기름이 속을 뒤집어 놓은 것 같았습니다.
VOW-최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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