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인과 사투리
송은식
2000.12.09
조회 38
저는 고향이 경상북도인데 충청도에 있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교직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경상도 사투리가 유달리 심하여 그것으로 인해 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입니다.
대학교에 다닐 때, 밥을 먹은 후 부엌에 있는 하숙집 딸에게 밥상을 건네준 후, 그녀에게 물을 좀 달라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 물좀주이소"
저의 그 소리를 듣자마자 저와 동갑인 그녀는 배를 잡고 웃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하여 대학 진학도 포기한채(?) 하숙생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효녀(?)인 처녀가 웃는데 총각이 안 웃을 수 있습니까!
저도 따라 웃었지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는 눈만 말뚱말뚱하게 저만 쳐다볼 뿐 물을 줄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또 다시,
"물좀주이소"
하였더니 그녀가 또 배를 잡고 웃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또 따라 웃었지요!
그런데 역시 또 그녀는 물을 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또,
"물좀주이소"
하였더니,
그녀가 진지하게 느릿느릿한 충청도 말로 이렇게 반문하는 것이었습니다.
"뭐-ㄴ 말인지 모르것네 유-----!"
그런데 제가 현재 교직 경력 23년입니다만 경상도에서 19년 동안 근무를 하다가 경기도로 올라온지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처음 경기도로 올라와서 의욕적으로 열심히 수업을 하던 중에, 학생들이 저의 강의를 듣고 필기를 한 것을 보니 전부 엉뚱한 말을 적어놓았길래 이렇게 반성을 하였던 것입니다.
''내가 의욕적으로, 정열적으로 강의를 하게되면 나도 모르게 경상도 사투리가 툭툭 튀어나와서 학생들이 나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게 된다! 그러니 아무리 기분이 좋더라도 수업을 할 때만은 의욕을 죽이고, 마음을 착 가라않혀서 수업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학생들을 위하여!(경상도 말로는 ''아----들을 위하여'')''
한 번은 잘못을 저지른 학생을 무척 나무란 적이 있었습니다.
한 참동안이나 설교를 한 후 그 학생을 보고,
"알겠어?"
하니까,
그 학생이 아주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선생님! 말씀의 뜻을 전혀 못 알아 듣겠습니다. 다시 한번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도인도 이렇듯 사투리로 인하여 참으로 고민이 많은 정말로 불쌍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세요

컬트삼총사-DJ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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