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줌마 아니예요....^^
구선희
2000.12.08
조회 47
저의 억울함을 위로해주세요.
얼마전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여행하는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저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배낭하나 짊어지고
산으로 바다로 떠납니다..
사회생활을 오래 해서 여행경비정도는 제 능력으로도 충분하지만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치않은 편이라 여행 떠날때마다 식구들의 눈치를 봐야만 했어요.
그래서 이참에 큰 결심을 했죠..
이번 겨울동안에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한푼두푼 모은돈으로 내년봄엔
좀 떳떳하고 맘편하게 여행 다니고 싶은 크나큰 취지를 갖고 용기를 내어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바로 붕어빵 장사였습니다..
시집도 않간 처녀가 그런 장사한다고 식구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시작은 했죠..
그런데요...오시는 손님들마다 저보고 아줌마라고 부릅니다..
꼬마녀석들부터 학생,아줌마,아저씨...모두
"아줌마 붕어빵좀 주세요" ~~
제 나이 스물일곱..일찍 결혼을 했다면 당연히 아줌마가 되었겠지만 얼굴이
동안인데다가 워낙 어려보여서 요즘에도 호프집이나 어디에 가면 주민등록증
보여달라는 말을 듣는 제가 쫄지에 아줌마로 둔갑해버렸어요..
도데체 이게 말이 됩니까?
첨엔 너무 황당해서 대답조차 하질 않았는데..
그중에 눈치 빠른 손님들은 "아줌마"라고 말한 얼입 얼른 닫아버리고는 "어,언니네"라며 다시 고쳐불러주죠..
그런 손님들에겐 여지없이 붕어빵 하나 써비스로 더 준답니다..
붕어빵 하나씩 더 얻어가는 꼬마녀석들은 괜히 제 주위를 지나칠때마다 큰소리로꾸벅꾸벅 인사까지 깍듯이 해서 아주 귀여워요..
아가씨가 파는 붕어빵이라고 제법 소문이 퍼져 총각,아저씨 손님도 부쩍 늘었구요
매일오는 단골도 생겼답니다..
그런데 아직도 "아줌마 붕어빵좀 주이소"하며 눈치없이 저의 속을 긁어놓는 손님들이 있어서 큰 맘 먹고 열심히 길러온 머리를 파격적으로 잘랐습니다..
요즘 한창 유행한다는 채림이 헤어스타일 하시죠?
생전처음으로 숏컷트를 했습니다..목이 다 드러나게 짧아진 머리에는 더이상
아줌마라는 꼬리표가 따라붇지 않겠지요.....
뭐,사실 제가 정말 아줌마처럼 보여서 그렇게 부르겠어요..아가씨는 붕어빵장사 하지 않을거라는 고정관념때문에 의례이 불려지는 호칭이였겠죠?
이번 기회에 제가 그 상막한 고정관념을 확실히 부셔버리겠어요...
아무도 안믿어-양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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