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혼 여행
유은정
2000.12.08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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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가야하나 신혼 여행, 저는 여행을 갔다 왔다고 하고, 아내는 신혼 여행을 안 갔으니 다시 가자고 기회만 생기면 저를 독촉 한답니다.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저는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인 1999년 9월 18일 결혼을 했습니다.
제가 결혼을 할 때, 비가 왔지요.
그 비는 태풍(이름은 ‘앤’)과 함께 왔습니다. 남들은 결혼식 할 때 비가 오면 잘 산다고 말씀 하더군요. 물론 지금은 잘 살고 있지요? 흠흠.
저는 그 태풍 속에서도 무사히 결혼식을 마치고 친구들과 뒤풀이를 한 후에 술에 만취되어 저의 보금자리인 아파트에서 첫 날 밤을 아무 일없이 보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아 글쎄, 갈 곳에 없더군요.
신혼 여행지를 울릉도로 정했지만 태풍이 불어와 신혼 여행이 무산되게 되었지요. 해외로 신혼 여행을 가자는 것을 국부 유출이다 낭비다 기타 등등의 이유로 안되고, 국내에서 하자고 억지로 정한 것이었는데 그 놈의 ‘앤’ (태풍) 때문에 배도 안 뜨고, 내 마음도 안 뜨고 `흑흑흑` 가지도 못하게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억지 부린 것이 무산 되었지요.
아내는 태풍이 그치고 다음에 시간을 내어서 가자고 하더군요.
그리나 사나이 여기서 물러날 수 없다.
태풍이 우리의 신혼 여행을 막을 수 없다. 차를 가지고 전국 일주를 하자.
아내를 달래고 달래서 짐을 챙겨 차를 타고 강원도 낙산으로 향했지요.
가는 도중에 경치가 좋은 곳이 있으면 경치도 보고, 정겨운 대화를 나누자고 하면서요.
그러나 태풍(앤)의 영향으로 비가 계속 내려 경치는 고사하고 차 밖으로 나가지도 못 하고 서울에서 낙산 비치 호텔까지 한 방에 갔습니다. 차에서 내리자 비 바람이 얼마나 몰아 치던지 우산을 쓰나 마나 더군요.
호텔 로비에 들어서니 반가이 맞이 하더군요.
방이 있냐고 묻자 널린게 방이라고???
누가 태풍이 오는데 오냐고? 태풍 덕분에 바다가 보이는 좋은 방을 예약도 없이 잡았습니다.
창 밖에는 비와 바람 그리고 파도의 하얀 포말이 함께 춤을 추고 있더군요.
우리는 신혼의 첫 날밤을 지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여전히 태풍이 불고 있었습니다.
아침 뉴스를 보니 또 태풍(이름은 ‘바트’)이 뒤 따라 올라오고 있다고. 으으으 태풍의 연합 작전에 전 당황 했지요. 아내는 태풍의 연합작전에 손들고 그만 서울로 올라가자고 하더군요.
들어 보셨나요? 태풍 (‘앤’과 ‘바트’)의 연합작전. 정말 무섭더군요.
그러나 사나이 여기서 물러날 수 없다.
태풍은 계속 북상을 하니 남으로 내려 가면 밝은 더욱 밝은 햇살을 맞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아내를 납치 하듯 데리고 나와 차를 탔지요.
그리고 남으로 향했습니다.
경포대 해수욕장을 지날 때 아내가 파도를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음 해수욕장이 나오면 거기서 보자고 했고, 작은 해수욕장 이정표가 나와 파도를 구경하러 들어 갔지요.
들어 가는 곳에 물 웅덩이가 있어서 지나왔지요. 파도가 잘 보이는 곳에 주차 하고 차 안에서 파도를 보고 휴식을 취하며 오길 잘했지. 하하
휴식을 취한 후, 차 시동을 거는데 아 글쎄 시동이 안 걸리더라구요.
몇 번 시도 하다 포기를 하고 써비스 센터에 전화를 했지요. 직원이 생각보다 빨리와서 차를 수리 했습니다. 수리를 끝내고 휭하니 가버렸습니다. 차를 가지고 다시 도로를 타러 나오려는데 아 글쎄 나가는 길이 하나라나요.
우리는 또 그 웅덩이를 지나야 했습니다.
그 웅덩이를 지나자 차가 시동이 꺼지 더라고요. 시동을 켜고 조금 가면 꺼지고, 다시 써비스 센터에 전화를 하기도 미안하고 해서 가까운 카센타까지 어렵게 갔습니다. 카센타에서 여기까지 오신게 용하다고 하면서 물이 들어간 곳을 말려 주더군요. 수리를 마치고 생각을 해보니, 비는 내리죠, 바람은 불죠, 더 가자고 이야기 하기도 힘들죠, 그래서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우리는 설악프라자 밑에 있는 손두부 전문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신혼 여행에서 우리는 유일하게 만족하게 된 식사 였지요.
우리는 미시령을 넘었고 이제 집에가서 두 다리 쭉 뻣고 자자 하면서, 음악을 들으며서 가평 부근을 지나는데 도로 공사를 하는 구간을 지나는데 물 웅덩이가 많이 있더라고요. 어쩔수 없이 지나는데 그만 흑흑 또 깊은 곳을 지나게 되었지요. 차가 얼마가지 않아서 시동이 꺼지더라고요. 아! 이때가 새벽 2시. 어쩌란 말이냐? 차 안에서 지친 신혼 부부는 한 동안 말 없이 있었습니다. 이대로 있을 순 없다. 전방 200 미터 앞에 모텔이 보였고, 저기서 자고 아침에 수리를 받아서 서울로 갈까? 아니다. 아까 차 수리를 하는 것을 보니까 점화 플러그에 물이 묻은 곳을 닦아 내고 말리면 되었지 저는 우산을 쓰고 밖에 나가 본네뜨를 열고 점화 플러그를 닦았지요. 목과 어깨 사이에 우산을, 입에는 손전등을, 양손에는 휴지를 가지고요. 본네뜨를 닫은 후 우리는 차 안에서 협의를 했습니다. 시동이 안 걸리면 모텔에서 자고 가고, 걸리면 집에서 자자고. 심각하게 시동을 걸었습니다.
아! 걸리더라고요. 아 불행중 다행이다. 우리는 무사히 집에 도착을 했습니다. 간단히 짐 정리를 한 후, 단잠을 잤습니다. 다음 날 아침부터 우리는 신혼 여행을 다시 가야 한다. 갔다 왔다. 안 갔다. ………..결론이 안나요.
이소은의 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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