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정말 웃지못할 우리들의 동기들 얘기를 좀 할까합니다.
저는 여군하사로 제대한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년전 여군학교 있을때 일입니다.
저희동기들 30명이 모두들 각자 개성있는 애들이라 탈도 많고 말도 많았지요.
그럼 이제부터 그때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정신없는 훈련이다. 얼차려다 잠도 부족하고 쉴틈도 없는 그런때였지요.
저녁 점호시간에 청소도 열심히해놓고 중대장이 오실때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전투화에 광도내고 옷도 한번 더 추스리고 차렷자세로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는데..
드디어 중대장님이 오셨고, 긴장된 점호가 시작되었습니다.
"단결, 일석점호인원보고, 총원 00명, 사고 무, 현재 00명 번호"
"하나, 둘, ....." 아니 그런데 한명이 비는겁니다.
당황한 우리들의 중대장후보생은 "번호다시"
"하나, 둘..." 역시 한명이 비는겁니다. 중대장님 "아니, 자네 지금 장난하나?
한명은 어디로 간거야? 전원 한명 찾을때까지 얼차려다"
우리들은 정신없고 하늘이 노래지는겁니다.
학교 구석구석 찾아다녔지만 아무데도 없는 겁니다. 하얗게 질린 우리들은..
혹시나 해서 비어있는 내무실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이게 왠일입니까.
말끔하게 점호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시간에 그 S양 아니 S후보생은 곤히
빈 내무실 구석에 쪼그리고 자고 있는겁니다. 다른 동기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서도 잠이 덜깬 S후보생은 어리둥절 쳐다보기만 하는겁니다.
그날 우리들은 어떻게 됐냐구요? 연병장 잔디들이 다 누워서 일어나지 못할때까지
구르고 또 구르고 나무에 매달려서 "맴맴"거리고, 오리걸음으로 학교 계단을
수도없이 다녔지요. 온몸에 욱신거리는게 사라지기도 전에 또 하나의 결정적인 사건이 또 터진겁니다.
이번엔 J양 아니 J후보생이야깁니다. 군인이라지만 그래도 여자이기에 이쁘게
꾸미고 싶은건 유라언니도 알껍니다. 하지만 후보생들이라 화장품도 없고 악세사리가 있는것도 아니라 저희들은 빨래집게로 핀을 대신하고, 학과용 그 연필로 펜슬을 대신하고 그러면서 지내고 있었지요. 주말이라 개인정비하는 시간이 주어졌고 우리들은 못다한 빨래며 바느질이며 여유를 갖고 있었지요.
우리들의 J후보생 머리에 빨래집게를 꽂고, 반바지에 대충걸친 옷차림에 침대에
벌렁 누워서 껌을 씹고 있었습니다. 참고 저희들은 껌은 구경할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있는다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구요.
그런에 순찰을 도시던 중대장님이 저희 내무실 문을 여시고 그 광경을 보셨으니...
저희들은 하루종일 긴장과 불안에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쥐죽은 듯 하루를 보내고 드디어 일석점호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무말씀 없으시던 중대장님 입을 여시고 "J후보생" "네, J후보생"
"자네, 아까 껌씹고 있던데. 껌 어디서 난건가?"
당황하던 우리의 J후보생 "네, 줏어먹었습니다," 황당하신 중대장님...
"뭐? 줏어먹어? 자네가 거진가?" "아닙니다, 깨끗해서 줏어먹었습니다."
저희들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정말 막막하더군요.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쿡쿡 웃음소리가 스며나왔고. 결국엔 중대장님도
웃음을 참지못하셨구요. 지금은 아기 엄마가 되어있는 J후보생,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동기들.. 아마 평생 우리들의 힘겹지만 아름다운 추억들 잊지
못할것 같습니다.
소방차-어젯밤 이야기
못말리는 동기들...
정병희
200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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