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봉이냐?
백순준
2000.12.07
조회 35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집안사정으로 지금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건전한 26살의 청년입니다. 제가 글을 올리는 것은 이제 수능 시험도 끝났고 새로이 대학에 진학하는 새내기들에게 한마디 하고자 해서입니다. 사건의 시작은 올해 2월 2000년도 밀레니엄 새내기를 맞이한다는 설레임에 들떠서 새내기 미리 배움터(한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오리엔테이션이라고도 하죠)에 참가하면서 일어났습니다. 실은 학과 회장이 선배가 오시면 소주2박스에 극기훈련 조교시켜준다는 말에 넘어가서 따라간 것이죠 그것이 저의 학교생활에 큰 오점을 남길 줄은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되었지요 운동장에서 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고 또 새내기 소개를 받을때 까지만 해도 좋았지요 첫날밤도 무사히 지나고 사건은 둘째날 터지고 말았습니다. 첫날은 일정상 술을 조금만 먹고 둘째날은 먹고 싶은 만큼 먹는데 저는 어린 후배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겠더라구요 6년이란 세월의 차이가 무척이나 커 보였습니다. 그런데 술을 먹은지 얼마가 지났나 방이 두개인데 하나는 자는 방 하나는 술 먹는 방이었습니다. 새벽1시쯤 전 인원을 점검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한명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확인 또 확인 그랬더니 새내기중 한명이 없는데 도대체 누가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어서 이방저방 뒤지다가 괴한으로 오인받고 날아오는 배게에 얼굴 맛사지도 했지요 그렇게 헤매고 다닌지 3시간 만에 후배 한명이 절 보고 그러더라구요 ''선배 왔어요. 이젠 인원이 다 맞아요'' 정말 어딘가로 사라졌던 새내기가 있더군요 화는 났지만 참았습니다. 그리고 그 후배에게 ''미운털''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지요 그것이 악연이었습니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새내기들은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술을 많이 먹게 되지요 미운털도 마찬가지로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술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것까지는 좋은데 그날은 저에겐 정말 악몽이었습니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일주일쯤 지났나 밤10시 30분이 다 되어서 전화가 울리더군요 제 뇌는 받으면 안돼 하고 외쳤지만 손은 자기맘대로 폰을 제 귀에 갖다대더군요''여보세요?''''선배님 저 미운털인데요'' 술에 취해 약간 꼬부라진 말투가 귀에 거슬렸지만 후배가 전화를 하는데 선배가 함부로 끊을 수는 없었지요. ''그래 술 먹었구나?''전 좋게 물었지요 "네 선배 저 지금 학교 정문으로 갈꺼니까 나오세요'' 미운털은 그렇게 말하더니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 술취한 후배를 위하는 마음에 자취방에서 정문까지 갖지요 그런데 학교에서 한 여학생이 친구로 보이는 4명에게 둘러싸인채 내려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거의 인사불성이었지요. 전 속으로''쯧쯧. 이제 성인인데 자신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다니 아직 어리군''하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이 갑자기 주변의 여학생들을 뿌리치더니 저에게 달려오면서 말하더군요 ''선배님 저 술 한잔밖에 안먹었어요'' 입에서는 술냄새가 확풍기는데 자세히 보니 미운털이더군요. 미운털을 부축하던 다른 후배들은 포기한듯 저에게 임무를 수여하고 모두 ''떠났습니다. "선배님 한아 술 많이 먹었거든요. 11시까지 꼭 기숙사에 들여보내 주세요 저희들은 도저히 못하겠어요 선배님 죄송해요'' 다른 후배들을 웃으며 돌려보냈지만 전 속으로 무척 겁이 났습니다. 하지만 선배니까 모든것을 감수해야 했지요 전 미운털을 살살 달래서 기숙사로 거의 부축하다시피 해서 데리고 갔습니다. 학교의 기숙사가 정문에서는 거의 등산길에 가깝고 거리도 좀 멀었지만 그래도 선배이기에 전 무작정 미운털을 끌다시피 해서 갔습니다. 그런데 기숙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서 미운털이 털썩 주저않더니 안간다는 것이었습니다.''한아야 조금만 더가면돼 가자 응?'' 그러나 미운털은 꼼짝도 안하더니 갑자기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안가요 안갈래요 아니 못가요 엉 엉'' 갑갑하더군요 기숙사 문닫을 시간은 다가오고 전 초조해 졌습니다. 그래서 조금 언성을 높였지요 ''빨리 안일어나? 어서 가자니까''그러자 미운털은 더욱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못가요 싫어요 안갈래요''울음이 섞인 소리로 계속 때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전 강제로 팔을 끌었지만 역시 술먹은 사람의 힘은 당할 수 없더라구요 무엇보다 지나가던 다른 학생들이 절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선배인 듯 보이는 남자가 안간다는 여자 후배를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한다는 것은 완전히 도둑놈이고 나쁜 놈으로 오인하기 쉬운 상황이었습니다. 급기야 주변에서 우리 둘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전 더이상 오해의 눈초리를 풀기 위해서 소리르 쳤죠'' 야 선배가 봉이냐? 시간되면 알아서 기숙사에 들어가야지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성인이 뭐하는 거야? ''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한 듯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미운털도 제가 무척 화를 내자 무서웠든지 저에게 이끌려서 기숙사로 갔지요 참 억울하기도 하고 황당한 밤이었습니다. 후배 여러분 그리고 이제 곧 대학 새내기가 되실 여러분 선배는 봉이 아닙니다. 선배를 봉으로 보지 맙시다. 감사합니다
맞아!-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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