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피에로~
양기석
2000.12.06
조회 35
유난히도 떠들썩했던 즈믄해가 어느덧 저물어 가고 거리엔 낙엽이 뒹굴고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입니다.
요즘 경제사정도 좋지 못해서 더욱더 우리 서민들의 가슴은 차갑게만 느껴 집니다. 하지만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를 청취하고 잇자면 그 시간만큼은 모든 시련과 힘든 시간도 모두 잊어버리게 되더군요
그래서 못 낫지만 심사숙고 며칠 밤을 고심하여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가하려는 얘기는 그저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하지만 연말만 되면 그 일이 생각나 입가에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일 이였습니다.
때는 5,6년전 겨울 망년회가 한창이던 조금은 늦은 토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전 연말이라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식사나 하려고 장충동에 있는 한 호텔 앞에서 차를 정차하고, 추운 날씨 관계로 운전석에서 크리스마스 케롤을 흥얼거리며, 친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망년회가 한창인지라 호텔 앞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크리스마스 트리와 조명이 유난히 젊은 가슴을 설레게 하더군요.
거리엔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표정으로 다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 지더라구요.
그러던중 제 차 뒷문이 열리더군요.
"아니 이 녀석이 뭐가 잘났다고 상석에 타냐고?" 말하려 뒤를 보던 순간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술에 취한 20대 후반의 남자가 불슥 뒷좌석에 타더니 뒤따라 20대 중반의 여성이 함께 타더군요 역시나 여자도 취기가 느껴졌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영문도 모르겠는데 "기사 아저씨 신사동!" 그러면서 "자기야 우리 신사동에서 한잔 더하자∼아 아이쿠 예뻐라"하지 않게여요?
제 차가 검정색 승용차고 앞뒤를 보니 모범 택시 서너 대가 서있더라구요.
어이가 없더군요 고개를 돌려 그 두사람의 모습을 보니 3편 동시 상영하는 영화들의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던 게 아니겠어요? 저 역시 젊은 사람으로써 이해가 가더라구요. 그래 정중히 "이차는 택시가 아닙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영화를 컷하고 그 남자 하는 말 "택시가 아닌 줄 알고 있어요. 그냥 택시가 아니고 모범 택시잖아요"하며 씩 웃어 보이더군요.
아마 그 여자 분도 유머에 반한 모양인지 같이 웃더라구요, 입술은 꼭 피에로 같이 해 가지고선 덧붙여 좋다고 맞장구까지 치는 거예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런 취중에서도 유머를 하다니!
그 남자 이렇게 얘기하던군요 "자기야 우리 검은 차 탔지? 맞지?" 피에로는 연신 고개만 끄덕이기만 했습니다.
"연말이라 모범한번 탔더니 협조가 안되네 거리가 가깝다고 승차거부나 하고 나원 참 경찰들은 그리 바쁜가?"하더라구요.
저도 연말이라서 그런지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농담조로 이렇게 얘기했죠 "아저씨 전 노랑 모자를 않섰잖아요!" 그 남자는 "노랑 모자?" 하고 놀란 눈을 하고 한참을 있더니 "노랑 모자!" 하며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웃어대는 거예요.
"기사 아저씨 재밌네" "그나저나 가면서 얘기합시다!"라며 영화 속편에 열중을 하더라구요.
조금 심한 것 같아 "아저씨 제 복장을 보세요! 그리고 요금 미터기가 있어요?" 라고 했더니 자꾸 방해를 한다고 귀찮은 표정으로 저와 자동차 전면의 상태를 보더라구요 둘은 뭔가 잘못됐구나 하는 표정으로 몸을 추스르며 기어코 여자 피에로가 문을 열고 자동차 위의 노랑 모자가 있나 없나 살피더니 "자기야 없어! 노랑모자가 없어!" 그 남자 술이 확 깨는지 얼굴 색이 하앟타 못해 노래지더군요 그러면서 조그만 목소리로 "분명 있었는데?"하며 얼굴을 못 들고 나가더군요.
창피했는지 앞으로 못 가고 뒤쪽에 있는 모범 택시를 향하더니 여자에게 모범택시의 노랑 모자를 가리키며 차에 타더군요 분명 신사동으로 갔을거에요.
약간 어이는 없었지만 웃음이 나왔어요.
그때 마침 친구가 와서 "너 여기에 서있었니? 난 모범들만 서 있어서 넌줄 모르고 계속 서 있었지 뭐야 언제 차 바꿨냐?"하면 차에는 타지 않고 뒤쪽으로 손짓을 하더라구요.
호텔 로비에서 그 녀석 애인이라는 아가씨가 한껏 몸을 움츠리면 뛰어오더라구요. "인사해라 뉘 형수다! 연말이라 너 만나랴 애인 만나랴 시간이 모자라 같이 보낼려구 괜찮지?" 하며 애인과 함께 뒷좌석에 타더라구요.
약간의 인사를 나누고 "우리 어디로 갈까?"라며 물었더니 그 녀석"아저씨 신사동!"
"쿡 신 신사동?" "그래 신사동! 형수가 신사동쪽에 살거든 거기서 한잔해야 가깝고 좋잖아" 애인도 역시나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만 연신 끄떡이더라구요.
아니 주현미씨에 신사동 그 사람을 좋아는 하지만 왠지 신사동이 싫어지더라구요.
"왜 싫으니? 신사동에 가면 좋은 곳 많아 혹시 아냐? 좋은 친구 하나 소개 시켜 줄지?"
저는 장충동에서 신사동 까지 가면서 왜이리 웃음이 나는지 참을 수가 없더군요.
친구와 애인은 궁금했는지 연신 물어돼고 전 신사동 가서 우연히 아까 그 피에로 손님(?)을 만나면 어떻게 할까? 반갑다고 인사를 해야 할지 아님 모른 체 해야 할지 .......
혹 그 손님(?)들이 친구녀석 애인의 언니나 오빠가 아닐지? 그러면 합석을 해야 되나 말아야 돼나 하는 생각에 어떻게 신사동에 왔는지 모르게 말이에요.
아무튼 그날 술좌석은 그 노랑모자와 피에로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다행히 손님(?)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술잔을 기울이며 두리 번 거리게 돼더군요.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연말이 되면 자꾸 그 피에로 연인이 생각이 나고 이 방송을 들으며 함께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생각 할거라 봅니다.
다시 한번 저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피에로 연인에게 고맙게 생각됩니다.
거리에 서서-정원영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