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변춘애씨
올해 혹시 크리스마스 카드 받아 보셨어요?.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면 자기집 우편함에 습관적으로 고개가 돌아가지 않나요?
저도 아예 자동으로 돌아갑니다.
어제오후에 남편의 이름으로 된 크리스 마스 카드 한장을 들고 왔습니다.
남편것이 내것이고 내것이 내것이니 집으로 와서 뜯어 보았죠.
어느 거래처에서 어떻게 주소를 알아내어 부쳤습니다만
어쩜 손가락으로 먹물한번 튀기지 않고 부쳤을까요.
이름과 싸인까지 인쇄되어서 보냈더군요.
저는 그런 카드를 보낸 사람에게 말하고 싶더군요.
이런 쓸데없이 쓰레기통에 구겨넣을 카드 값으로
불우이웃 돕기나 하라구요.
예전에 제가 남편에게 보냈던 카드가 생각납니다.
이쁜 카드를 골라서 내용을 썼죠.
내용이 밋밋하면 재미없으니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던거죠.
김 미희.(형편상 가명을 썼습니다)
그녀는 우리 아이의 엄마가 될 뻔했던 여자.
그러니까 남편이 꿈에도 못잊는 첫사랑의 여자랍니다.
남편은 첫사랑 이야기를 할 때마다큰가슴과 큰히프를 강조합니다.
살결이 뽀앟고 덩치가 컸다고 합니다.
요즘 탈렌트로 치자면 김 혜수같다나요. 환상속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근사한 법이죠.
손이나 한번 잡아보고 그다음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다고 하는데 모르겠어요.
남편은 김 미희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게슴츠레 해지고 입이 헤벌죽 벌어 집니다.
저도 처음에는 질투를 많이 했죠.
그러나 남편이 첫사랑이 있었다면 저에게도 첫사랑이 있는 것 아니겠어요.
이름을 말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여학교 다닐 때 가정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니-들 절대로 첫사랑이 있었다 하모 안된다 알았제"
"와---예?"
"일단 무조건 당신이 내 첫사랑이다. 아니 마지막 사랑이다라고만 말해야 한다이"
"와- 그렇게 말해야 됩니꺼?"
"일단 그렇게 말하모 가정이 평안하다 내 말 명심해라"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가정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진리임을 알것 같습니다.
카드에 뭐라고 썼냐면 말입니다.
남편의 첫사랑 "장 은숙"이라고 써서 남편의 직장으로 보냈죠.
남편의 반응이 가관입니다.
"처음에 카드를 집어들고 이름을 본 순간 숨이 멋는 줄 알았다네요"
가슴속에서 뭔가 이상야릇한 느낌 말입니다.
그러나 카드를 펼치는 순간 환상이 깨어져 버렸다고 합니다.
"이 인간아! 이름보고 딴 생각했제"
누구나 첫사랑은 있게 마련입니다.
없었다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지요.
그러나 그 첫사랑이란 것이 아름다운건 다시 만나 첫사랑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죠.
남편이 그리워하는 그 첫사랑이라는 여인도 지금쯤 세월의 흔적을 얼굴위에 고스란히 담고 있겠죠.
그누구도 세월을 비껴 갈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저보다 세살이나 많았다는 여인을 저는 아낌없이 만나보라고 합니다.
만나보고 나서 환상이 깨어져야 남편의 벌렁이는 가슴을 진정시킬수 있지 않을까요.
변춘애씨의 첫사랑은 어디에서 어떻게 늙어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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