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어머님께 편지를 썼는데요..직접 전해 드리기도..방송으로 전해 드리고 싶어서 보냅니다,,
어머님께..
어머님 저 하연에미예요
어머님!!!. 지난 오 년을 돌이켜볼 때 어머님과 저는 참 궁합이 안 맞는 고부간이었지요
생각나세요 어머니?
시집오고 첫날 처음 맞는 명절 설날 전 아침
늦잠을 자고..부랴부랴 어머님 집으로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갔지요
그때 어머님은 죄송합니다 어머님 ..하며 부끄러워하는 절 이웃집 강아지 보시듯 하시고 두 번 더 안 쳐다보셨지요
어린 소견에 전 그때 너무 서운했어요 따끔하게 야단을 쳐주시고 아무것도 모르는 절 다독여 주실줄 알았다가 횡하니 찬바람 부는 한데로 내몰리고 보니 처음으로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님의 차이점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지요
첫애 임신 때도 참 서운했어요 6개월 때에 병원에서 유산기가 있다고 해서 친정으로 갔지요
하혈을 하여서 아기가 잘 못 될까 왼 종일 누워 있는데 어머님이 전화를 주셨더군요
몸조리를 하려면 친정엄마 고생시키지 말고 당신께로 오라구요
어머니 그때 전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어머님이 절 사랑하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부랴 부랴 짐을 싸들고 내려간 제게 어머님이 내 놓으신 건 따뜻한 사랑이 아니라 산더미 만한 마늘 보따리 였습니다
여자가 움직거려야지 맨 누워있으면 뭐해.. 당신의 말씀이었지요
내평생 그렇게 많은 마늘 껍질을 까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지요 그리고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려본 것도 그때가 처음 이었습니다
어머님
어머님이 하시는 말씀 중에 가장 많은 말씀이 뭔 줄 아세요?
..남자들이 우선이지....라는 말씀이세요 ..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게임에서조차도 여자 팀이 이기면 기분이 나쁘다는 어머님 말씀에 저는 속으로 반기를 들었습니다
(지금은 이십일세기예요 어머님...지금이 어느 땐데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입니까) 하구요
어머니. 정말 세상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젠 그만 남성우월 주의에서 벗어나셔서 이 며느리도 아플 땐 쉬고 그이와 같이 늦잠도 잘 수 있고 기분 나쁘면 화도 낼 수 있는 위치로 격상시켜주세요 어머니도 여자시잖아요
올림픽때 왜 하필 여자가 성화를 들고 나오냐고 하셨지요? 잘났거든요 어머니 왠만한 남자들보다 훨씬 잘나고 대단한 여자라서 그래요
세상의 반을 차지한 여자들 중에 남자들 보다 잘난 자리에 앉은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시지요?
전 어머님도 그 자리에 넣어드리고 싶어요
제가 출산할 때 돌아서서 눈물을 흘리신 걸 전 알고 있습니다
그때 왜 우셨어요 어머니? 아무리 보아도 모자라고 부족한 며느리지만 산고의 고통을 겪는게 가여워서 그려셨지요?
저는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어머님께 감사합니다 못난 며느리의 고통에 동반해주셔서요 누가 절 위해서 그렇게 눈물을 흘려주겠어요
그것만으로도 전 어머님을 누구보다도 사랑이 많은 휼륭한 여성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세요 어머니? 그 날의 어머님의 눈물이 제 속에 든 어머님을 향한 나쁜 감정을 말끔히 지워 버린 것을 요
어머님이 아무리 서운하게 하셔도 전 이제 어머님을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않을래요
그리고 어머님께 순종하며 살거예요
근데요 어머니
평안감사도 지 하기 싫으면 그만 이라는 말이 있지요
그이 아침 식사 거르게 하지 말라고 누누이 말씀하시지만 아침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다는데 어쩌겠어요..총각 때부터 안 먹었다면서요
저도 그이 맛난 반찬에 따뜻한 국 먹여서 출근시키고싶어요 .저도 아침마다 울부짖읍니다..제발 아침 좀 먹어도~~하고요..
그래도 본인이 안 먹겠다는데야 당해낼 재간이 있어야지요 이 문제는 어머님이 양보 좀 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상 차릴 때 맛있는걸 하나 집어먹으면
"나는 .맛있는 건 남편 줄라고 안 먹었다"하고 말씀하시는데요 .어머니도 이제 드시고 싶으신거 다 드시고 사세요 그래야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시지요 어머님의 말씀을 종합해보면
어머님이 살아오신 세월이 먹고 싶은 거 안 먹고 입고 싶은 거 안 입고 오직 남편과 자식들만 위해 힘겹게 살아오신 인고의 세월임을 알지요
저는 같은 여자 입장에서 그 인고의 세월을 보상해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행복하게 해 드리고 싶어요 어머니. 제 효도를 다 받으시려면 오래 오래 사셔야지요
어머니 요즘 집안에 들이닥친 우환으로 밤마다 아무도 몰래 우시는 거 알아요
어머님. 사람의 힘으로 안되는 일은 그냥 털어버리세요 그리고 아프면 아픈 만큼 제게도 하소연도 하시고 그 아픔을 나눠주세요 제가 절반 나눠지고 눈물을 흘릴께요
그리고 제가 당신의 가슴에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조금만 열어주세요
저는 어머님의 동지가 되고 싶어요 남은 여생의 친구가 되어 드리고 딸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어머님도 그렇게 되시고 싶지 않으세요?
하연에미 올림
For You-김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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