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아빠가 담가주시는 김장김치
박선정
2000.11.29
조회 57
전 결혼한지 3년이 되어가는 초보주부이자 초보엄마입니다.
시댁도 친정도 대전인데 신랑 직장때문에 우리만 덜렁 서울에서 살고 있어요. 저녁에 학생들을 가르쳐서 몸이 항상 피곤하다는 핑게로 일주일에 거의 이틀정도만 집에서 밥을 해먹습니다. 다행히 신랑이 사먹는 음식을 좋아해서 이제까지 군소리 없이 잘 견디고 있습니다. 결혼전에는 음식하는 것이 좋아 자주 하곤 했는데 오히려 결혼하고 음식솜씨가 형편없어졌습니다.
처음 결혼해서 김장철이 되었을때 은근히 시댁에 기대를 해보았지만 시어머니가 당뇨때문에 고생하셔서 작은시누 시어머니가 담가주시는 김치를 먹고 계서서 차마 아껴먹는 김치를 얻어 올 수 없었습니다.
또 친정엄마가 어렸을때 암으로 돌아가셔서 올캐가 살림을 하고 있는 친정에서 갖다먹기가 눈치가 보여 사먹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친정 아빠가 눈치를 채시고 우리 김장까지 해서 큰 통을 손수 시장에 가셔서 사가지고 그곳에다 김치가 넘치도록 싸주셨습니다. 알고보니 올캐가 아무 소리 못하도록 김장 전날 아빠가 직접 배추를 절이시고 밤새 무우를 비롯한 모든 재료를 채를 썰으셨다고 합니다.
엄마가 암때문에 아무것도 못하실때도 엄마를 대신해서 우리 도시락 반찬을 손수 만들어 주셨었었는데 결혼 한 딸을 위해 김장김치를 담아주시는 아빠가 너무나 고맙고 죄송합니다.
올해는 꼭 제 손으로 김장을 하려 했지만 아가를 돌보랴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시간이 없어 올해도 염치없이 전화를 했더니 벌써 손수 오늘 우리 배추까지 샀고 내일 배추를 절이신다고 걱정말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감기때문에 기침을 심하게 하셔서 목소리까지 변하셨는데 자식이 뭔지...
아빠께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전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이세상에서 친정아빠가 담가주시는 김장김치를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되까요?
내곁에 있었을때-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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