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기증에 대하여...
이승렬
2000.11.27
조회 52

3년전 쯤 인 듯 합니다.
딸내미와 드라마를 보고있는데, 장례하는 장면이 나오고, 곧이어 화장한 유골을 배를 타고 강에 뿌리는걸 보고 " 얘, 내가 죽거든 대학병원에 시신을 기증해라, 그리고 뼈도 기증하고, 골다공증 걸린 뼈는 이렇다는것도 알아야 할 것아니냐? 그리고 남는건 화장해서 곤지암 "소망 성도의안식처"라는비석 주위에 뿌려라. 알았지?" 했더니 딸내미는 안색이 변하며"엄마는? 별일이야. 이상한소릴 하고있어 그런말하지마"하며, 짜증을 내더군요. "아하! 딸내미에게도 예방접종이 필요하겠구나 하는생각이 들어 그후로 가끔 내死後문제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요즘은 "알았어 알았어."합니다. "사람은 꼭 죽는다 "라는것이 우리가 알고있는 가장 확실항 미래인데, , 그문제에 대해서 사람들은 모른체 하고싶어지지요.
제가 시신을 기증해야겠다는 생각을 한건 한15년쯤 됩것같습니다.
결혼을 하고, 산다는 것이 참 辛酸하다는 생각이 들 즈음 , 죽음이란걸 생각한적이 있었읍니다. 죽는다는게 뭔가? 또 산다는건뭐지?
학교에서 배운 철학이란건 크게 도움이되지도 않았습니다.
가족 속에서의"나" 라는 존재 말고 "내가 누구인가""하는생각을 가끔 하게 되었고, 남편이 하던일에 실패를 한 후 , 경제적으로도 내가 누구에게 나눌 수 있는게 참 적다 라는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어느해 이던가, 장기기증문제에 대해서 매스컵에서 한참 이야기 한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그래, 내가 죽으면 장기라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눌수 있으면 되겠네" 하고 생각 했습니다. 나누어 줄 몸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내 몸이 참 소중하게 생각 되어졌습니다 "이왕에 나누어줄 몸인데 불량품이면 쓸모가 적겠지? 잘 간수 해야하겠구먼" 하는생각이 들더 군요.
한 15년전쯤 인 것 같군요.
남편의 후배이면서 절친한 친구가 의과대학 교수였는데,세미나 참석차 서울에왔다가 저희 집에서 하룻밤 묵게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끝에 자신의시신을 해부학교실에 내어 놓기로 가족과 이미 의논이 되었다며, "자기 선생을 해부하면서도 공부 안 하는 학생은 없겠지. 요샌 행려병지도 함부로 해부 할수 없어서 시신이 모자라 의과대학 학생들이 공부하기가 어렵다"는이야길 하며, 자기 자식들 , 소중한 자손들이 병들면 고쳐줄 좋은 의사들을 위해 인식을 좀 바꿀 필요가있다 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그날 저녁 처음으로 장기기증에 대한 제 속생각을 이야기 했더니 남편이 깜짝 놀라더군요. 남편 친구와 죽이 맞아서 그날저녁 많은 이야길 했어요.
"형수, 고마 시신기증을 하소, 숨너머가면 아무것도 아이구마. 형수 손자 병나면 잘 낳게해줄 의사를 키워야 될 꺼 아이요?" 하더군요
나는 웃기만 했어요. 거기까지 미처 생각을 하지 않았었거든요.
그후로 긴시간 많은 생각을 했고 남편도 그렇게 하는게 좋겠다는 이야길 하더군요
지난달 친정 부모님의 移葬을 하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굳히게되었죠. 유골로만남은 두분을 보며" 그래, 저렇게 육신이 썩어 없어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건 옳은일 일 겄같다 "는 확신이 생기데요..
며칠전 칠십이 다된 친정언니가" 얘, 우리 세브란스병원에 언제갈래?" 하더군요?" 세브란스병원엔 왜 가?" 하니까, 시신기증 하려면 대학 병원에 가야하는거 아니냐면서 "얘, 넌 아직 멀었지만 난 다 되가니까, 빨리 가봐야되겠다"고하더군요. 날 잡아서 같이 가기로 했죠. 친정언니는 당신이 죽으면 자식들에게 폐가 않되게 장례치를 적금을 넣고 있었는데, IMF때, 아들들이 어려워지자 제게 이야길 하더군요."적금도 못넣겠다"고요. "언니 그거 해약해서 살았을때 맛 있는것도사먹고 언니하고싶은일도 하고그래. 장례를 위해서 살아서 그렇게 힘들 필요가 뭐있어? 언니도 시신기증해. 그러면 병원에서 장례도 다 치뤄 준대. 그리고 각막은 늙어도 쓸 수 있다더라 , 눈이 안 보이는사람 눈 뜰 수 있게 해주면 그거 얼마나 좋은 일이야. 언니 천당 갈꺼야 아마" 나는 농담처럼 이야길 했죠. 그 연배의 어른들은 기절초풍할 이야길 한다 할 터 인데, 큰언니는 처음엔 좀 꺼림직한듯 하더니 한 일 년을 두고 의논을 하더군요.
부모님 의 移葬이 확신을 주었나뵈요. 병원엘 가자고 하는걸 보니까요.
큰언니는 지금 그 나이에도 봉사를 열심히 하십니다. 자기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않았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 때문이겠죠. 요즘은 참 편하답니다. "시신 기증을 결심하고 나니 잘례문제 걱정 안해도 되고 죽어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별로 두려움도없다"고 말입니다 지금도 저희집에 오셔서 오십이다된 막내여동생이 힘들다며 아래층에서 설것이 하는소리가들리네요. 엄마같은 큰언니의 아름다운 마감을 위한, 쉽지 않은 용기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다시 생각해-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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