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 5남매 삼시세끼 잘 챙겨먹고 잘 지내야지.'
'느그 아부지 먼디 가시고 겨울 밤이면 오싹오싹 한것이 별시리도 더 추웠다.'
'나는 이제 몸뚱이가 쓸모없이 아프기만 하네. 대문옆의 장미처럽
나도 저리 고울때가 있었지!장미야 장미야, 영원히 너는 시들지 말거라.'
유품을 정리하다 글 쓰는걸 좋아 하시던 엄마의 삐뚤빼뚤
짧게 써 내려간 메모장을 발견했다.
내리딸을 두신 외할아버지의 철저하신 남아선호 사상이 완강 하신탓에
딸자식은 공부시켜봐야 소용 없다시며 엄마를 교문에 발도
못부치게 하셨단다.
때문에 완전 까막눈이시던 엄마는 시집 오시자마자 낮에는
뼈가 으스러지도록
농삿일에 매달리셨고 , 밤이면 호롱불 아래서 짬짬이 한글을
익히셨다는 사실은 내가 중학생이 돼서야 귀뜸해 주셨다.
시계 보시는 방법도 모르셨던 엄마는 내게 여러번 물으신 후에야
초침 까지 제대로 볼 줄 아셨다.
못배우신 설움이 모래성처럼 가슴에 쌓여질수록 엄마의 열정 또한 그토록
크셨나 보다.
한글을 익히신 다음에는 꼭 그렇게 메모를 하시던 진지한 모습을
자주 봐왔다.
길게도 아니고 그날그날 마음 가는데로 쓰고 싶은 내용들을 차근차근 쓰시곤 하셨다.
주로 5남매에 향한 따스한 마음과 사랑이 담겨져 있는 글들이 대부분을 차지 했는데 간혹 엄마의 신세 한탄이 적힌 대목에서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
엄마이기전에 한 여자이고 곱디고운 젊은 날이 엄마에게도 분명 있었을테다.
가족들을 위한 무한적인 사랑을 베푸셨기에 우리 5남매는 탈없이
의좋게 건강한 모습으로 잘 자랄수 있었다.
'장미야 장미야, 영원히 너는 시들지 말거라'고
쓰시던 날 엄마의 마음은 어떠하셨을까.
한 글자 한 글자 연필로 꼭꼭 눌러 쓰신 소중한 메모장을 넘겨보는 오늘도
엄마가 그리워 눈물 짓는다.
이연실의 찔레꽃
노사연 님그림자
장미야,장미야 너는 영원히 시들지 말거라
조영신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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