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은 이제 막 50대에 합류하신 젊은 할아버지십니다.
아버님이 9살때 저희 할아버지를 여의시고 가난한집안의 2대 독자로 고생하시며 사셨어요. 어렸을때부터 가장이 되어 사셔서 그런지 참 알뜰하시구요. 식구가 적은 집에서 태어나셔서 그런지 핏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 시지요. 지금의 남편이 중고등학교 다닐때 소위 문제학생이었다는데, 아버님께서 가출한 남편을 찾아 서울이며 지방 곳곳을 찾아다시고, 학교를 몇번이나 다시 입학시켜서 대학까지 보내셨어요. 지금은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가족에게도 특히 어른을 존경할줄 아는 그런 아기 아빠가 되었어요.
중요한 얘기는 지금 부터예요. 얼마전 저희 집안에는 큰 경사가 있었어요. 철도공무원이신 아버님께서 부역장시험을 치셔서 합격하셨어요. 젊은 사람들과 경쟁을 해서 자신이 없다고 하시더니 정말정말 축하할 일이죠.
아버님께서는 두어번 부역장시험에 떨어지시고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시험일 한달전부터 잠도 제대로 주무시지 않고 시험공부를 하셨어요.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 독보기 안경을 쓰시고 공부하셨는데 하루종일 안경을 쓰고 책을 읽으려니 얼마나 머리가 아프셨겠어요. 젊은 사람도 그렇게 공부하기가 힘든데 참 존경스러워요.
물론 시험에 합격 했다고 해서 다 발령이 나는건 아니래요. 그리고 철도민영화 때문에 언제 그만두실지도 모르구요. 아직 정년이 7-8년 남았지만 정년은 다 채우기는 힘들실것 같구요, 올해가 지나면 연금법이 바뀌기 때문에 연금이 많이 줄어든다고 해요. 그래서 많이 고민하고 계시지요. 아무걱정없이 열심히 일할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래도 아버님은 소원풀이를 하셨대요. 그것만으로도 만족 하신대요.
지금쯤 아버님께서는 교육받고 계실거예요. 26일부터 3주간 교육받으러 대전으로 가셨거든요. 교육받으면 또 마지막날쯤 시험이 있다고 하던데 아마도 아버님은 열심히 공부하고 계실거예요.
이번 부역장자격시험이 저희 아버님인생의 아름다운 마감인 동시에 노년의 새로운 출발이 되시겠네요.
사랑의 리퀘스트-태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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