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9주년 아침에 받은 소중한 편지
심은숙
2000.11.25
조회 42
에~ 때는 바야흐로 2000년을 시작하고 10월의 첫날!
28살의 가을!... 드디어 저도 결혼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게 되었답니다. 이제 겨울이 와도 늑대 목도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던 것이었지요. 날씨는 그야말로 저의 결혼을 축복해 주기라도 하듯 그 화창함은 이루말할 수가 없었답니다. 아침 일찍부터 저는 예비 신랑과 친구 한명을 대동해 결혼식장으로 갔죠. 9시까지 오라는 식장측 언니말에 늦지 않게 20분 일찍 예식장에 도착했죠. 아니 그런데 아침도 못먹고 예식장에 온 보람도 없이 신부화장을 하기로 한 언니는 20분이 지나 9시, 또 30분이 지나 9시 30분. 글쎄 9시 30분이 넘어서야 오는게 아니겠어요. 화장은 예정시각보다 늦게 시작되었고(참고로 예식시간은 12시였답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화장은 11시 30분 정도가 되어서야 끝났고 드레스 입고 신부대기실에 들어가니 시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더라구요.
원래 결혼식 당일은 신부, 신랑은 경황이 없다죠? 저도 예외는 아니었죠. 저를 보기위해 몰려든 친구들로 신부대기실은 붐볐고 너무 늦게 들어온 탓에 사진도 제대로 못찍고 우왕좌왕 하는 틈에 식은 시작이 되었답니다.
저의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온 많은 하객들. 생각만 해도 흐뭇하고 좋았는데...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이제부터 저의 시련은 시작된답니다.
동시입장을 하기 위해 신랑과 함께 식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저를 도와주는 도우미 언니가 저의 뒤에서 드레스를 정리한다고 이것저것 만지던 도중,벌어져서는 안될 일이 벌어지고 만거지요. 글쎄,저의 신체 사이즈에 맞게 가봉된 드레스가 우두둑 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등뒷부분 그러니까 쟈크 부분이 드르륵하고 터져버린거예요. 아니, 이런 창피!!....
때마침 사회자는 신랑, 신부 입장을 외치기 위해 저희쪽을 바라보았고 저는 오른손을 들어 사회자를 향해 있는 힘껏 안된다고 손을 흔들어 댔죠. 그때부터 저의 뒷쪽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이들의 웃음소리!...아, 이 무슨 망신이예요. 공주처럼 예쁜 폼을 하고 있어도 시원찮을판에...."신부님 괜찮아요, 괜찮아요를 연발하며, 신부 울지말아요. 등등..." 저를 향한 웃음반, 걱정반 섞인 소리들이 왁자지껄 들려왔지요.
종환오라버니, 유라언니!
아니, 세상에 TV에서나 보았음직한 일이 다른 사람 아닌 저에게 벌이지다니요?.... 어땠을것 같아요? (정말 창피, 창피!...) 제 기분이 그뿐이면 다행이련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도우미 언니, 그 사태를 수습하느라 급하게 "신부 친구님, 누구 친구분들 중에 2층에 가서 핀좀 가져다 주세요...."
다행이 친구 한명이 재빨리 드레스를 고정시키기 위한 핀을 가져왔고 저는 도우미 언니의 도움을 받으며 신부대기실로 가기위해 돌아서 몇 발자국 내딛는데....그 순간!....
아아~앗, 으윽, 바닥의 미끄러운 부분을 내딛고 말았죠.
그다음 어떻게 됐냐구요? 상상이 가시죠?....
아니 예쁜 자태를 뽐내야할 신부가 시멘트 바닥에 벌러덩 넘어진거예요.
(으으흑) 이런.....이런 창피!!...
저는 속으로 쥐구멍, 쥐구멍을 외치고 있었고 저의 얼굴은 거의 사색이 되어버렸답니다. 도우미 언니는 자꾸 저의 등뒤에서 "괜찮아요, 괜찮아요. 신부님 긴장 푸시고, 긴장 푸시고"를 연발하며 신부대기실로 저를 안내하더군요. 아니 제가 (아주 강하게) 무슨 긴장을 했다는 건지?.... 사실 저는 친구 누가 왔는지 누가 안왔는지 체크해볼 정도로 여유있고 편한 마음이었는데.... 긴장이라니요. 우~스워서!....
다시 치장을 하는 동안 우리의 사회자!..열심히 시간을 메우기 위해 이말, 저말, 애를 먹었다죠. 식 끝나고 안 사실인데 "본인도 오늘 처음 신부를 봤다는둥, 아직 여자 친구가 없어 장가를 못 갔다는둥, 신부가 예쁘게 꾸미기 위해 재단장을 한다는둥" 힘들어 했다는 전설같은 얘기가 있네요. 하...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식은 다시 시작되었고 입장도 잘했죠.
아니~ 그런데~ 이제 정말 끝이구나 했더니만......
이건 또 뭡니까? 이번엔 우리의 주례선생님!...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렇지. 연습좀 하고 오시지!....(참고:주례 섭외를 못해 예식장측에 섭외의뢰함) 오늘따라 왜그리 버벅대시는지?....
신랑 정한옥군과 신부 이영실양..... 아니, 글쎄 저보고 이영실양이라는 거예요.
처음엔 제 귀를 의심했죠. 하지만 곧 저는 저의 귀가 잘못되지 않았음을 깨닫을 수 있었답니다. 반복되는 이영실양, 이영실양.....
아~ 아, 코앞에 주례사님을 향해 "저의 이름은 이명실인데요"라고 몇번이고 외치고 싶었지만 꾸~욱 눌러참고 있는데....거기에만 그쳤으면 좋으련만....쯔쯧쯧....
고등학교를 졸업했고....직장에서도 모범적인 사원으로......에에.....아, 대학도 졸업했네요. 아, 예~ 대학도 졸업했어요......
주례사님 헤메시는 모습 정말이지 볼만 했다구요.......
아, 이런!..... 멋지고 황홀한 결혼식을 상상해 왔는데.... 두분 그러니까 오늘이 바로 저의 그런 상상을 아주 산산조각내는 그런 날이었다구요. 아마도 저보다는 주례사 선생님께서 긴장하신게 아닐까요?....(킥킥)
어쨌든 주례선생님의 버벅거리시는 말씀도 끝이 났고 퇴장하는 행진소리와 함께 저의 결혼식은 막을 내렸답니다. 딴따라~ 딴따라~~~
아~아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않은 결혼식! 그렇게 우리는 하나가 되었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추억이 될것 같네요!...
늦었지만 저희 결혼을 축하해 주실거죠? 쌀쌀한 날씨에 감기 조심하세요!
사진속의 연인-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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