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같이 추워지는 날씨가 되면 약15년전 닭서리하다가 추워서 덜덜떨던 일이 생각나곤 합니다.
그러니까 그날은 우리동네 친구들과 친구네집 사랑방에 모여서 기타치고 노래하고 하면서 겨울날의 밤을 보내곤 했읍지요. 물론 기타솜씬 초보수준이라 교본책보면서 기타를 배우는 정도이지만 .
겨울날에 시골에서 특별히 먹을 만한 간식거리도 없고해서 고구마를 소밥(소죽)을 끓이고나서 잔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곤하지요. 고구마도 초저녁이 지나면 금방 없어지기 때문에 늦은저녁이 되면 배고고파지기 시작하지요. 그러면 여기저기 먹을거리가 없나 찾아보곤하지요.
그런데 문제의 그날밤이었지요.
우린동네 친구들과 놀다가 그동네 가까이에 옆집 친구놈이 고등학교 친구동네에 가면 닭이많이있다고 하기에 한 마리 서리해서 삶아 먹기로 하고 여자애들은 손에 물을 끊이라고 해놓고 남자애들만 오토바이를 타고 옆동네 닭서리에 나갔다.
추운 겨울날 밤에 오토바일 타고 가니 얼마나 추웠는지 두볼이 감각이 없어진 것 같았다.
겨울밤이라 바닥도 미끄럽고 해서 참말로 온몸이 달달달 떨려서 말도 안나왔다.(지금생각하면 고물오토바이에 4명이서 끼워 올라탔으니 사고 안나고 살아있는 것 감사해야 할일지만)
친구놈 집에 도착해서 따뜻한 방에 들어가니 온몸이 쫙풀리고 나른해져왔다. 30분쯤 몸을 녹이고 본격적으로 우리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비닐 포대를 준비하고 뒷산으로 향했다.
닭을 키우는 집은 양계장이 아니고 산에다 닭을 풀어놓고 겨울에는 비닐하우스 안에다 모아놓고 기르고 있었다. 눈이나 맞지 않을 정도로 허술하기그지없었다 .일반 양계장 같으면 엄두도 안나지만 일반 가정집에서 조금 크게 하는 정도였으므로 닭이 훨씬 맛이 좋다고 했다(친구놈 말에 의하면). 몇일전에 눈이 내려서 산으로 올라가는길은 눈이내려서 인지 더춥게 느껴졌다. 비닐하우스는 산중턱에 있었으며, 가까이 가니까 닭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젠 담아가는 일만 남았군 하고 쾌재를 불렀고 친구놈들의 입가에도 웃음이 묻어나고 있었다. 비닐하우스를 살짝 걷어올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비닐하우스가 다찢어지고 해서 하우스안에도 추운 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처음 우리가 들어간 동은 비어있었다. 닭소리가 나는 비닐동으로 들어가자 마자 저쪽에서 누군가 손전등을 비추면서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우린 모두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렸다. 군대에서 철조망 통과할 때 보다더 확실한 자세로. 바닥은 완전히 차가운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바닥은 닭똥이 굴러다니고 아직 덜마른 것들은 지독하게 냄새가 났으며 ,한겨울의 차가움이느껴지면서 완전히 환장할 것 만 같았다. 바로 건너편 비닐하우스에선 자꾸 손전등 불빛은 왔다갔다하지 우린모두 바닥에 엎드려서 꼼짝못하지 그렇게 한20분정도 있으려니 나중엔 냄새도 모르겠고 몸이 오들오들 떨려서 몸에 냉기가 들어서 도저히 못있겠어서 야-- 튀어 하는소리가 들려오는것이었다 누군가 도저히 못참고 소릴지른 것이다.
뒤도 안돌아 보고 오토바이있는 곳으로 달려가니 금방 모두 모였다. 야 얼른 시동걸어 하고 누군가 소릴지른 소리가 들렸고 얼른 우린 그동네를 빠져나왔다. 4명이 오토바이를 올라타서 급하게 시동을 걸으니 요란한 굉음에 조용한 동네에 깊은 겨울밤을 가른채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 잽싸게 돌아왔다. 그야말로 한밤의 코메디쇼는 그렇게해서 끝났습니다.
지금도 날씨가 추워지면 그날의 아찔함이 되살아나고 합니다.가재와 게-김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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