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바가지 안 준 인심도[ 마.크.빌.드 ]안 준 두분..
김정석
2000.11.20
조회 53
오늘 아들하고 목욕탕에 갔다 와서 마.크.빌.드 에글을 올립니다

목욕탕 주인이 바뀌었다고 개업 타올도 두 장이나 주더군요
탕 주위는 복잡해 샤워기 앞에서 몸을 닦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샤워기에서 세번째 샤워기 앞에 아까 부터 한 아저씨가 샤워 꼭지를
계속 틀어 놓고 물을 넘치면서 때도 밀고 면도도 하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아 요즘 수도꼭지 건드려 버리면 틀어지고 잠궈지는데 계속 물을 흘리고 있는
그 아저씨가 얄밉기 짝이 없었지만 저는 차마 물을 잠그라는 얘기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돈 주고 제몸 닦는데 할 말도 없지만 그보다 제가 아저씨 보고 물 좀 잠그라는
말을 못 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었습니다
요즘 보기드문 몸에 용 문신과 험악한 아저씨의 인상때문이었습니다

남의 일에 신경쓸 일은 아니지만 넘쳐흐르는 물이 아까워 견딜 수가 없더군요
그렇다고 용기는 없고 고심을 하고 있는데 우리들 하고 그 아저씨 사이에
중학생 한명이 와서 앉더군요
그런데 이 학생도 물을 틀어 계속 흘리고 있는게 아닙니까
그래서 아무려면 너 한테는 못 이기겠냐 싶어 학생한테 물었습니다
"학생 수도꼭지 고장 났어"
했더니 "아니요" 하더군요
그래서 "학생도 정당한 요금을 줬으니까 물을 얼마던지 써도 되겠지만 필요한
물을 써야지 그렇게 쓸데없는 물을 흘려 버리면 물도 낭비고 목욕탕 주인은
수도요금 많이 내야 하고 그러면 주인은 밑지는 장사 안 할거고 목욕요금 올릴텐데 그러면 결국 우리가 비싼요금 내고 목욕해야 안 되겠어"
했더니 이녀석 기분 나쁘다는듯 꼭지를 잠그고 다른데로 가버리더군요
그리고 험한 인상 아저씨도 다 씻었는지 미안한지 슬그머니 자리를 뜨더군요

두사람이 떠난 샤워기 위에는 이런 문구가 걸려 있었습니다

"21세기는 물의 시대
물을 아껴씁시다"
-한국수자원공사-

우리동네 동아탕에 목욕하러 오시는 욕객 여러분 우리모두 이제부터는
물을 물쓰듯 하지말고 물을 물 아끼듯 아낍시다
물도 우리의 소중한 자원입니다



Julliette-모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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