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시는 분의 사연을 대신 올려 드립니다.
"두계행 기차"
삼십 중반이 넘어서면서부터 갈래머리적 사춘기때 알았던 가을을 정말 혹독히 앓게 되었다.
한 여름 피서철 인파로 몸살을 앓던 바다가 지금은 한산하다 못해 눈물 나게 쓸쓸한, 무심한 파도만 철썩이는 바닷가를 나 혼자서 걷고 있다는 상상에 눈물이 줄줄...
어린 시절 시골 고모네서 오빠, 언니들과 지내던 일...
- 앞 냇가에서 미꾸라지, 송사리 잡는다고 그 맑고 투명한 물 속을 덤벙거리다 넘어지면 그대로 멱감고, 그 위 철길로 기차가 지나가면 마구 손 흔들어 주고... 철마다 뒷산 앵두나무, 감나무에서 열매 따 먹고,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날, 감자를 캐면 계속 주렁 주렁 딸려나오는 그 뿌듯하고 신기함. 가마니 내려진 변소앞에 무성히 자라난 정구지 뜯어다 전 부쳐 먹은 일. 동네 축제와도 같은 시끌벅적지근하면서 풍성한 5일 장터 -
이 모든 일들이 해마다 가을이면 너무 그리워 이미 아무도 사는 이 없는 그곳을 어린 시절 그 추억에 이끌러 무궁화 열차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 결혼하고는 처음으로 하는 혼자만의 여행이라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세시간여 걸려 도착한 그곳!
철길을 근거로 강을 찾았지만 겨우 찾은 건 보일듯 말듯한 실개천과 언니, 오빠들이 다니던 학교뿐...
그도 그럴 것이 10년이 세번이나 더 지난 30여년만이다.
순간 피천득씨의 [인연]이라는 수필에 나오는 ''아사꼬와의 재회, 추억은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그리워 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는 어린 시절 추억과의 너무 어설픈 재회가 내 마음 속 깊이 남아있는 추억을 앗아가진 못했지만 돌아오는 길 내 마음은 스산한 가을 저녁만큼이나 을씨년 스러웠다.
사랑이 깊어갈 무렵 솔개 트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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