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패션감각
이남순
2000.11.07
조회 41
저희 부부는 요즘 남편의 사업상 장기간 떨어져 지내고 있답니
다.(올해 들어 6개월 정도 떨어져 지내고 있지요.)
약 두 달전에 네 식구가 상봉을 했고 내일 다시 상봉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 맨처음 하는 말이 "00 밤
남았다." 일 정도로 아이들은 아빠가 무척 그리운가 봅니다.

그리운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청소
를 하고 제 분위기 좀 새롭게 보일 겸 해서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시내로 향했죠. 매일매일 입는 옷의 대부분이
결혼 전에 입었던 옷이라 제가 보기에도 그 모습에 질릴 판에
남편은 더 하겠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뜩이나 패션 감각이 ''제로''인 저는 옷을 혼자 고를 때
갈등이 더 심화됩니다. 오늘 제가 산 품목은 인디고 블루진
스커트(발목에 좀 못미치는 길이)와 사과색 (옅은 green)의
약간 얇은 니트였습니다. 모헤어, 폴리아미드 그리고 wool
혼방이라 맨살에 좀 까실까실한 느낌이 들었지만 마음에 들어
샀습니다. 9만여원의 돈을 들여 제 옷을 사고 나니 죄지은
것도 아닌데 마음 한구석이 좀 찔리는 게 ''아줌마 기질''이
발동한 것 같았습니다.

12시 좀 못미처 끝나는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려오고 방으로
가서 새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거울을 보고 그럭저럭
괜찮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큰 딸이 엄마가 뭐하나
궁금해서 올라왔더군요.

나: "짜~잔, 엄마가 오늘 산 옷인데 어떠니?
색깔 참 예쁘지?"
딸: (얼마간 엄마의 모습을 살펴본 후) "엄마, 꼭 할머니
같애."
나: (오잉? 생각지도 않았던 엉뚱한 반응에 잠시 어리둥절
하다가 아이가 언급한 ''할머니''가 일반적인 의미가 아닌
자신의 친할머니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음) "왜 할머니 같은데? 할머니 옷 중에 이런
색깔 옷 있어?"
딸: "있었던 것 같애. 위,아래 다 할머니 옷이랑 비슷해."

사실 아이의 할머니 같다는 발언에 한숨을 쉬지 않은 이유가
있지요. 저희 어머님, 젊은 저보다 패션 감각이나 색의
배합을 더 잘하시거든요. 한마디로 멋장이세요.
아이의 그 말이 오히려 칭찬으로 들릴 정도면 제 감각이 어느
정도인 지 짐작이 가시겠죠?

저희 시어머니나 친정 엄마 모두 절 보실 때마다 "예쁘게
꾸미고 다녀라." 강조하십니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근데 습관이 베지 않아서인 지, 게을러서인 지 마음대로 잘
되질 않네요. 노력을 해야겠죠. ^^ 2017-주니어 리퍼블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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