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올해는 쌀을 많이 못 보낸다. 남 한테 농사를 맡기니 내 손에 들어 오는 것이 적구나..."
시골에서 어머니께서 농사지은 쌀이 배달되었다.
어머니의 손으로 삐뚝삐뚤 쓴 우리집 주소를 보는 순간 코끝이 찡하니 감정이 솟구쳐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안 보내 주셔도 되는데...
어머님이 살아 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감사한데 논 밭을 놀리면 하늘이 벌한다고 힘든 논 일은 남에게 맡기고 밭일은 어머니께서 놀이삼아 하셨다고 한다.
낮에 전화 드리면 어머니랑 통화가 되지 않아 늘 마음을 졸였는데 어머님은 몸 움직일수 있을 때 일해야 한다며 또 마늘을 심으셨단다.
다리가 아파 늘 신음을 하시면서도 눈만 뜨면 밭으로 가시는 우리 어머니...
모심을 때 뿐 아니라 추수때도 내려가 도와 드리지 못한 며느리는 죄송스러워 가슴이 아프다.
남에게 맡겨도 나가 보셨을 거고 음료수라도 대접하셨을 어머니 성질을 알기에 난 쌀 가마니를 만지며 한참을 울었다.
아직도 어머닌 아들 이름을 쓸땐 감동이 일어나시는가 보다.
주소 보다 더 큰 글씨로 남편 이름을 쓰시고 그래도 못미더운지 한번 더 동그라미를 치셨다.
어머니랑 편지를 주고 받는 며느리가 몇이나 될까?
어머니의 언문 편지를 받아 보는 난 행복한 며느리이다.
어머니 께서 며칠 후면 우리 집에 오신다.
가을 걷이가 끝나 한가하신 어머닌 집에 짐승이 없으니 문만 걸어 잠그면 언제든지 올 수 있다고 하셨으면서도 귀경을 미루신다.
어머니께서 오시면 노인정 함머니들께 인사도 시켜 드리고 어머니 좋아하시는 갈치도 구워 드리고 대구탕도 끓여드리면서 못다한 효도를 해야겠다.
밤새워 어머니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을 하면서 오늘은 이불 호청도 새로 꿰매고 바람에 거풍도 시켰다.
내일은 어머니 속옷과 잠옷을 사와야겠다.
Love Letter-s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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