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서 일까요? 어젯밤은 부산가는 밤기차를 타고 싶은 유혹에 잠을 설쳤고,오늘 아침엔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편지함부터 열어봤는데 역시나 한장의 메일도 와 있질 않더군요.남편이 출근 하고,여섯 살바기 사내 녀석을 깨우고 씻겨서 유치원 차에 태워 보내고 들어선 집안은 왜이리 설렁하고 후줄근한지.남편과 아이가 벗어 놓은 잠옷이 이방 저방에 하나씩 던져져있고,식탁 위엔 아이가 먹다 남긴 두어 숟갈의 밥과
남편이 먹다 남긴 국그릇의 국물.그리고,가시를 다 바를 시간이 없어 먹다만 간고등어 몇 점이 덩그런히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늘 치우던 밥상인데,또 늘 정리하던 잠옷과 이부자리인데 오늘아침 괜시리 눈물이 나는 건 왤까요? 내 어릴 적 어머니가 그랬습니다.어느 날 아침 아무 일도 아닌 걸 가지고 괜시리 짜증을 내시며,"너도 이 다음에 커서 엄마가 되야 내 속을 알지!"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가 가끔씩 내시던 그 짜증은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아니였습니다.항상,새벽 4시면 일어나셔서 아버지와 5남매를 위해 식사를 준비 하셨던 어머니.요즘처럼 급식이 없던 그 시절,적어도 5개에서 7개 이상의 도시락을 준비하셔야 했던 어머니.5남매의 빨래를 손수 다 빠시고, 겨울이면 장갑에 목도리, 스웨터까지 다 짜서 입히려니 언제나 잠이 부족하셔던 것을 전 괜한 짜증이라 생각했지요.가난했던 시절 5남매의 입과 배를 채우느라 "항상 나는 먹었다.너희들이나 먹으렴"하시던 그 습관이 몸에 익어,아직도 자식들이 사다 주는 과일 한 조각도, 입에 넣어주지 않으면 못드시는 어머니.그 어머님이 오늘 아침 문득 그립습니다.이 가을에 감기나 안드셨는지?
식사나 제대로 하시는지? 지난 번 전화로 "이젠 늙어서 그런지 자꾸 어깨가 아파 왼팔을 못쓰겠다"던 그 어머니께 따뜻한 밥상이라도 차려주고 싶은 마음에 어젯밤은 또 그렇게 부산가는 밤차를 타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덩그런히 식은 아침상을 바라보며 이 아침 괜시리 눈물이 나는 건,작은 일상에도 지치는 나의 나약함과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그 힘든 날들을 참아오신 어머니의 숭고함에 감사하는 마음일테지요.이제 곧
칠순을 바라보시는 내 어머니,오늘 아침 그어머니께로달려가고 싶습니다.
내 어머니-이승환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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