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추석전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우리 신랑은 부산에 선산이 있는 관계로 전날 비행기로 부산에 내려가 성묘를 마치고 일요일 저녁비행기로 늦게 귀가를 했습니다. 집에온 우리 신랑은 잠에 깊이 빠져들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지경이 되어있었습니다. (참고로 우리 신랑은 평소에도 잠에 빠지면 옆에서 전쟁이 나도 모를정도인 사람입니다. )
그런데, 사건의 발단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세돌이 좀 지난 우리 딸아이가 그날따라 자장면이 먹고 싶다고 하여 탕수육과 자장면을 시켰습니다. 평소에도 의리가 깊던 딸아이는 곯아떨어진 아빠를 먹이고자 두번, 세번, 네번 계속해서 깨우기를 시도했지만. 절대 일어나지 않는 우리 신랑이었습니다. 한 열번정도 깨우기를 시도하더니 포기를 했는지 조용히 와서 자장면을 먹기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얼마쯤 지났을까요? 우리신랑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귀에 무엇인가 들어갔다면서 귀를 손가락으로 마구파면서 뛰어나오더라구요. 저는 후레쉬를 들고 잽싸게 뛰어가 귀속을 들여다 보았더니, 글쎄 뭐가 들어있었는줄 아십니까? 벌레요? 귀지요? 아닙니다. 저희는 상상도 못할 것이 그안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더라구요. 그것은 바로 하얗고 큼지막한 밥풀하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면서 얼마나 귀를 마구 쑤셨는지 귀안에는 온통 상처가 나서 피가 마구 나고있었고, 밥풀을 꺼내려고 귀휘비개를 넣었지만, 아프다는 비명때문에 엄두도 못내고 있었지요. 여하튼 이런 사연으로 인해 이 오밤중에 종합병원 응급실까지 가게된 우리 신랑... 우리 신랑의 민망함은 여기부터 시작됩니다.
응급실 하면 교통사고가 나서 피 흘린사람부터, 여기저기 죽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주로 모이는 곳 아닙니까? 그런데, 이곳에 멀정하게 보이는 우리신랑이 들어가 두리번 거리자.
''저기 환자는 어디있지요?" 간호사가 바쁘게 와서 묻더군요." 저 제가 환잔데요"
" 본인이 환자분이시라구요?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는데요?" " 저, 귀에 뭐가 들어가서 왔는데요..."
" 귀에 뭐가 들어갔다구요? 아.. 벌레가 들어가서 오셨군요?"
이말에 우리 신랑은 아니라고는 말 못하고 쭈삣쭈삣거리다가 개미만한 목소리로 " 아니요, 밥풀이 들어갔는데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는 간호사들까지 키득키득거리면서 수근수근대며 웃는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저희신랑은 키 172에 허리 싸이즈가 38이나 되는 건장한 체구거든요.)
우리 신랑은 어찌나 민망하고 창피하던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을꺼예요. 하여튼 이 상황은 지나가고 여의사 한사람이 오더니, 귀속을 한번 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 어! 진짜 밥풀이네." 하면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여의사도 못빼 결국은 이비인후과 선생님을 호출하기에 이르렀고. 한 삼십분 기다렸을까요? 바쁘게 달려온 선생님 덕분에 무사히 그 큰 밥풀하나를 꺼내고 집으로 오게됐습니다.
어찌 딸아이가 귀속에 밥풀을 넣을때까지 모르고 우리 신랑은 자고 있었을까요?
또, 우리 딸아이는 그 밥풀 한알을 어디서 가져왔을까요? 정말, 그아빠에 그딸인것 같지요.
하여튼 우리 딸아이때문에 그날 우리 신랑은 무지 민망한 저녁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우리 딸아이를 혼내지 못한것 "아빠, 미안해"란 이 한마디때문이었습니다. 박진영-너의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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