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이렇게 사연을 쓴 이유는 어머니의 결혼생활이라는 주제의 과제물로 어머니와 진짜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참 공통점과 또 다른 모습을 보여 그들의 사고도 바뀌었다.
이제 어머니께서는 할머니의 살림 법으로 저를 대하며 가르치신다. 장남이신 아버지께서는 첫딸을 낳고 병원에 오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 이야기는 자주 하신다.(어머니께서는 웃으며 이야기하시지만 눈으로는 많이 서운한감을 그당시에도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3형제를 두셨기 때문에 손녀딸인 저를 무척이나 아끼셨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았나보다. 아버지께서는 그땐 급한 일이 있었다 하시지만 (나 역시 아 버지의 상황을 이해한다.)어머니께서는 그때일 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가슴아파하신다.
어머니께서는 아버지의 성격 때문에 참 많이 힘드셨다 한다. 워낙 친구 분들을 챙기고 좋아하시는 성격에 언제나 가족과 내 자신보다 친구의 일을 먼 저 생각하는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의 가족주의와 항상 논쟁의 대상이 되곤 했다.
어머니의 생활에 있어 아직도 이해 안돼는 건 이제까지 살아오며 사귀어온 어머니의 친 구 분들보다는 이제는 아버지의 친구분과 그의 가족들과 친구처럼 살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20살인 나는 어머니의 삶을 보아왔지만 내 친구들과는 결혼해서도 가족이 생겨도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다. 아버지 중심이 아닌 내 중심으로 그런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 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중심의 우리어머니의 생활도 이렇게 유지되니까 말이다. 결혼 초에 아버지의 사업실패에도 꼼꼼한 가계부덕택에 자식들을 남 못지 않게 키워내셨 고 지금처럼 아버지의 어깨에 항상 힘이 나게 용기를 북돋워 성공으로 이끌어 주신 분도 어머니였으며 자식들에게 돈의 귀중함을 가르쳐 주신 분도 어머니였다. 내가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참 많이 힘드셨다 한다. 철모르는 자식들의 군것질한다고
돈 달라는 소리에 그 돈을 가계부에서 꺼내주실 때 생활걱정에 고민도 했고 아버지를 원
망 아닌 원망도 했다고 한다. 그때는 익숙하지 않은 부엌에서 울기도 했다고 한다.
참 많이 후회했다. 어머니의 결혼생활에 낙이 되지는 못하고 근심이 되고 나로 인해 어머 니의 가슴에 멍이 들게 한 것 같아 혼자 울었었다.
시집와서 하나의 일이 해결되면 또 다른 일이 생기는 것에 연속이었다. 이제는 아버지의 사업도 자리를 잡았고 어머니 또한 한복집일에 열심히시다. 나 역시 이제는 철이 들고 20살이라고 집에 가서는 어머니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는 일을 하고 있으며 웃음을 되찾 게 노력하고 있다. 서로 조금씩 노력하니깐 집안에 웃음이 계속되는 것 같다.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할머니께서 위로도 많이 해주셨다 한다. 결혼 초의 힘든 모습 만 보여드렸다며 잘해주지도 못했다며 어머니께서는 많이 우셨다. 그후로는 할머니를 친 정어머니처럼 대하고 할머니 역시 딸처럼 대해주셨다. 할머니께서 갑작스레 중풍으로 쓰러지셨다. 제일 많이 놀랜 것도 어머니셨다. 매일 병원 에서 보내셨고 씻기고 병시중을 혼자 다 하셨다. 그러한 노력으로 이제는 거의 정상이시
다. 맨 처음 병원에 갔을 때 할머니의 다른 약한 모습에 놀랬었다. 어머니께는 그런 나에 게 괜찮다며 이제 할머니는 많이 좋아지셨다고 나를 다독거려 주셨다. 몸에 좋다는 음식은 할머니께 해드린다며 우리 집 부엌은 밤늦게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퇴원 후 집에 와 서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지신 할머니께서는 조금이라도 힘이 들면 눈물을 보이 셨다. 난 애기같은 모습에 놀랬지만 어머니께서는 전부 돌봐드리고 모든 걸 할머니께 맞 춰주셨다. 할머니께서는 허리가 안 좋은 어머니를 위해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알아낸 병원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많이 신경써주신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참 흐뭇하다. 우리 어머니와 나 모녀관계보다 할머니와 우리 어머 니사이가 더 따뜻하고 정겹게 느껴졌다.
어머니의 이런 결혼생활을 보고 배우며 자라난 내가 결혼을 한다면 어머니가 할머니께 했던 것처럼만 할 것이며 어머니께서 가족들을 위해 희생한 그 만큼 위할 것이다.
그러면 나 역시 어머니처럼 그만한 고통은 감수해야겠지만 나중엔 행복이라는 단어가 저 절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아마도 내가 결혼을 하게 될 때는 어머니께서는 당신과 같은 고통은 없게 하기 위해 상
대자에 대한 기대치가 무척이나 높을 것이다.
예전 생각 같으면 상대자에 대한 불만으로 반대할 경우 반발로 어머니와 티격태격 할 테 지만 어머니의 결혼생활 얘기로 난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어머니의 힘든 생활을 딸은 겪
지 않길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남 몰래 눈물 흘린 시간만큼 어머니께 더 잘해 드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눈물
을 훔치게 된다.
이지훈-나만의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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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딸과 위대한 어머니와의 대화
유지희
200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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