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생일 축하사연을 보내려 합니다.
다가오는10월 10일은 당신의 쉰세번째 생신이십니다.
어느덧 벌써 아버지는 쉰을 넘으셨더군요.
그동안은 잊고 지내다가,아주 우연히 군대에서 고참들이랑 부모님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아버지의 나이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쉰하고도 세번째의 생신을 맞이하시더라구요.
생신을 맞이하여 아버님과 진정한 대화를 나누고 싶에 이렇게 사연을 올립니다.
저희 가족은 부모님이랑 시집간 누님 한분이랑 저 모두 네명입니다.
어릴적부터 누님은 공부에 남다른 소질을 가져 제가 샘을 낼 만큼이나,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요.
물론 저또한 귀한 사랑을 받았겠지만 자격지심인지, 항상 뒷전이란 생각을 떨쳐버릴수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장남이면서또한 막내라 장남의 역활보다는 항상 막내로 기억될분이었지요.
그러다가 97년에 군대를 가게되고 그 이듬해 누님이 졸업과 동시에 결혼선언을 하여,집이 한바탕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그해 연말엔 급기야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까지 했었지요. 게다가 저희 아버지랑 큰아버지랑은 어머니가 다르신까닭에 알수없는 거리감이 존재했는데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더욱더 큰 거리가 생겼지요. 그것도 장례식장에서....
하지만 그때까지만해도 전 군대에 있는 몸이라 정확한 사정을 잘 몰랐습니다. 그저 어느집에나 있는 형제들의 다툼일꺼라는 생각 밖에는요..
하지만 제대와 동시에 누님의 결혼식에서 전 한가지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알던 친척들의 모습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것을요.
예전처럼 즐겁고 함께하려는 모습이 아닌 그저 인사치례의 의례적인 가식이 점점 흐르는것을요...
결혼식을 마친날 밤, 전 아버지께 대들었습니다.
더 이상의 그런 가식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시라구요.
아버지 혼자서만 할머님께 효도 한다고 해도 주위에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그러니 그냥 아버지만 손해보실 필요가 없으니 친척들에게 신경을 끊으시라구....
아버지는 한참을 아무말씀도 없었습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아버지는 그당시 휴직을 하시고 열심히 할머니의 간병을 하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주위의 친척들은 거의 찾아오지도 않았던 것이었죠.
그런데도 주위에서는 잘 모시질 못했다며 말들이 많았던 것이었습니다.
참 슬펐습니다. 왜이런 모습으로 우리가족은 살아야만 하는지....
누님결혼이후에 전 집을 떠나 학교가 있는 서울에서 지냈습니다.
저 나름대로 이제는 더이상 부모님의 도움없이 살겠다란 굳은 다짐을 하고 말이죠..
하지만 세상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가지 계획했던 일들이 하나,둘 틀어지고 어쩔수 없이 또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때는 참 제가 너무도 나약해 보였습니다. 그 이후 추석에 집에 내려가 또다시 아버지와 한번 싸우게 되었습니다.
전 저 나름대로 될수있는 한 혼자힘으로 살아보겠다고 말한것이 당신에게는 아버지는 능력이 없으니 내힘으로 살겠다라고 들리셨나 봅니다.
그날 아버지는 잠을 못이루시더군요.
아버지들은 자식들을 힘으로 이기지 못하게 되면 그때 자신이 늙으셨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합니다.
그런건가요?
예전같으면 집안이 쩌렁쩌렁하게 호통을 치실 만한 일이었는데도 몇마디의 말씀이외에는 아무런 말씀이 없더군요.
지금까지 제가 알던 아버지의 모습은 그게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어머니가 안계시면 차려 놓은 밥도 드시지않던 아버지신데....
어머니가 편찮으시다고 걸레를 잡으시고 설겆이를 하시고 청소를 하시더군요..
전 그 모습이 너무 싫었습니다. 왜냐면 그만큼 ㅇ나버지도 늙으셨다는 것이기 때문이겠죠.
추석날에도 그러한 모습이 보기싫어서 시작한 말이 그렇게 크게 아버지와 저와의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었나봅니다.
이젠 드렵기까지 합니다. 무엇으로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려야 하는지, 그리고 더이상 제가 생각햇던 아버지의 모습을 볼수없는것인지.
엄하셔서 무섭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아버지 모습보다는 힘이 있어 보기 좋았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무엇을 하던지, 그저 "그래,나가 알아 잘하겠지.." 란 말씀밖에 안하시는 당신.
이제 10월10일이면 당신은 삶이란 고개를 또하나 넘으신것입니다. 다시는 돌아갈수 없는 고개를 또 하나 넘으신것입니다. 전 그게 너무 싫습니다...
이방송이 나올때쯤이면 다시 들어가신 직장에서 자식뻘 되는 사원들과 함께 일을하시고 계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파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공부마져 시키겠다고 자식뻘되는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도 아무런 말씀 못하실 아버지...
전 이번에 복학을 합니다. 어렵게 마련해주시는 등록금으로 한학기를 또 공부한답시고 시간을 보내겠지요.
제가 얼마나 열심히 할수있을까요??? 제발 열심히 해야 할텐데...
이런 말을 아직까지 아버지께 해본 일이 없습니다.
그저 제겐 아직도 당신이란 분은 너무도 대하기 힘든 존경의 대상이셨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그런 벽을 허물고 싶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렇게 사연을 보냅니다.
아직도 너무 부끄러우니까요. 하지만 생신을 축하드린다는 말과 노래한곡 부탁드립니다.
한스밴드-오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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