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인 초롱이는 아직도 중곡동에만 가면 혀가 꼬부라집니다.
그곳에 가면 자기를 너무나 예뻐해 주는 큰아빠와 큰엄마가 있기 때문이지요.
맞벌이를 하는 초롱이네는 초롱이가 말을 배울 무렵 큰아빠네 옆집으로 이사를 갔었습니다.
그램책에 나오는 ''딸기''를 가르치기 위해 아직 3월임에도 큰아빠의 손에는 딸기가 들려있었고, 바나나 값이 지금의 10배가 넘던 시절에도 우리는 초롱이 덕분에 바나나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중학생이던 조카가"내 기억 속에 아빠가 무엇을 사가지고 들어 오신 것은 5번도 채 안되는 것 같은데 요즘은 이게 왠인지 모르겠네"라고 할 정도로 직접 물건을 사시는 것이 극히 드문 분임에도 불구하고 초롱이가 먹고 싶다고만 하면 신당동 떡볶이집까지도 다녀 오시는 분이시지요.
제가 초롱이를 야단치고 있을 때면 차마 제수씨에게는 말을 못하시고, 그저 "초롱아 빨리 이리로 도망와. 거기 있으면 더 혼나니까 빨리 큰아빠한테 와."하시곤 했죠.
초롱이한테 있어 큰아빠와 큰엄마는 아직까지도 철갑같은 방패이고, 도망처이자, 요술방망이랍니다.
학교 준비물을 빼 먹었을 때도 혀 고부라지고, 코 맹맹한 몇 마디면 다른 약속 제쳐놓고 달려가는 큰엄마, 방학한 지 1주일만 "앞으로는 큰아빠를 안 볼꺼냐"며 약간은 불거진 톤으로 전화하시는 큰아빠, 제 집 제 방인양 아무 때고 드나들 수 있는 큰집...
그런데 큰아빠의 이번 생신에는 초롱이도 초롱아빠도 갈 수가 없습니다.
기숙사생활을 하며 국립국악학교에 다니고 있는 초롱이는 지정된 외박일 수를 이미 이번주 일요일과 개천절에 다 써버렸고, 아주버님의 막내동생인 초롱아빠는 축구를 하다가 다리 뼈가 골절되어 수술+허벅지까지의 기부스를 하고 있는 형편이거든요.
15년여를 약주 아닌 악주로, 아주버님이 술을 드시는 건지, 술이 아주버님을 드시는 건지 모를 정도까지 가셨다가 2년 전의 어느날인가 부터 무자르듯 딱 끊으실 수 있는 정신력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기에 저는 아주버님을 존경할 수 밖에 없거든요.
오늘은 그런 큰아주버님의 생신입니다.
우리집의 형편이 과히 좋은 편이 아니라 생신선물을 드리는 것이 오히려 아주버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아 대신 부탁을 드립니다.
언제나 항상 내 곁에-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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