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여년전
한 동안 구미에서 기숙사 생활을 할때 였습니다.
새벽 1시쯤인가
계속 울리는 전화 벨 소리를 듣지도 못하고 곤한 잠에 빠져 있는데 옆방 동료가 전화를 바꾸어 주는데
눈을 깜은채
여--여보세요
그쪽에서도
다급한 목소리로
여- 여보세요...
자기가
자기 맞나
그래
무슨일이고 어서 말 해봐라
그랬더니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못찾겠다 아이가
뭐 카노?
냄새가 나는데 어데서 나는지 못찾겠다 카끼네
시간이 새벽 한 시를 지나고 있는지라 뛰어 갈 수도 없고 해서
한 번더 잘 찾아봐라
그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10여분후 다시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못찾겠다
좀 내려오마 않되겠나
이러는 겁니다.
그래서
두 말없이 그러마 기다려 보거래이--
자칭 자상한 남편
급하게 새벽을 뚫고 100여리 되는 길을 단숨에 달렸는거 아닙니까?
이참에
그동안 술로 멍들고 객지 생활로 꾸겨진 남편의 위상 남편의 따뜻함을 단번에 원상복귀 시킬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달렸습니다.
새벽이라 고속도로엔 차는 없었지만 차분하게 고속도로를 달렸지요.
그때 기분 끝내 주데요.
이미 우리집은 아니다 라는 것을 직감하고 그래도
사랑하는 부인이 애타게 부르는데
그동안 애(고생)를 많이 먹였는데..
잘됐다 싶었습니다.
50여분 달려서 아파트 출입구를 들어서는데
뭔가 타는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각까지 부인은
저의 집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설때 까지 원인을 찾지못하고 걱정만 하고 앉아 있데요.
구세주가 나타났다는 듯이 엄청 가쁘하는 모습을 맛보았지요.
그 눈빛은 남편을 진정 존중하는 눈빛이었습니다.
이제 진돗개 코로서 찾기를 10여분
중간쯤인 아랫층에서 곰국을 렌지에 올려놓고 그냥 깊은 잠에 빠져버리고 그 내용물이 타는 냄새였고 긴급상황은 종료되었습니다.
제가 이일로 글을 올리면 남편이 그럴수도 있지않겠느냐고 하시겠죠
일의 시작은 지금 부터 입니다.
오늘
지금
바로
2000년 10월3일 새벽 3시
때로는 여우 같기도 하고 때론 사랑스런 애기사슴 같기도 한 저의 집 허여사 이야깁니다.
평소에도 TV를 켜놓고 그냥 잠에 빠져버리고 아침까지 TV혼자 돌아 갈때도 많았지요.
그나마 전기만 낭비되고 사고의 위험이 적어니까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
여느때와 같이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이상한 냄새가 나는듯하여 일어났습니다.
방에는 역시나 TV혼자 돌아가고...
부엌에는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수 차례 전기 절약을 피가 토하도록 애기해도
필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눈을 부시시 비비면서 부엌으로 갔는데 온통 연기가 자욱하여 앞을 볼 수 없을 정도 였습니다.
긴급히 가스벨브를 잠그고 베란다 문을 열고 응급처치를 해놓고 마누라가 자고 있는 방으로 가서
이봐라
이봐라
수차레
마누라 몸을 흔들었는데
젠장 마누라는
뭐 뭐
그러더니만
제가
가스 그러니까
아참(놀라면서)
가스 그러는거 아닙니까?
일어나기는 커녕
큰일났다 싶어 아예 포기해버리고 들은 척도 안하고 계속 어--어 몇마디 잠결의 말을 하면서 자는 시늉을 하는척 하는겁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와 있었고
이때를 이용해 그동안 늦은 귀가시간땜에 온갖 잔소리 들은 분풀이를 할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더군요
그리고 큰 소리칠려다가 한번더 둘러볼려고 부엌으로 다시 가서 긴급한 상황을 보는 순간 아니다 싶었습니다.
마음이 변했습니다.
그래도
자칭 자상하고 가정적인 남편
(아내는 항상 술만먹고 가정을 팽개친 남편이라나요 저의 생각으로는 아닌데요)
절호의 기회 하느님이 주신 사랑의 기회라 생각하고
문제의 냄비를 살펴 보았습니다.
그 순간 머리가 삥 돌면서 자상한 남편이라기 보다 무심한 남편임을 느꼈습니다.
저는 어제 시골에서 가지고 온 밤을 삶는 줄 알았는데 대추차를 끓이다 잠이 들은 거였습니다.
저녁에 보니까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도 아이들 돌보느라고 힘들어 하는것을 보고도 저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지 뭐 닙까?
직장에선 잘한다는 말 참 많이 듣고 있는데
집에선 항상 부족다는 말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곤하게 잠자고 있는 부인의 얼굴이 참 고맙게 느껴지고 이제 부터라도 집에서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타버린 냄비를 수세미로 20며분 닦고 다시 대추차를 끓이기 위해 렌지에 물을 올리고 잘 마른 대추를 다듬어서 냄비에 넣고 부인의 감기가 나의 정성이 깃든 대추차로 단번에 완쾌 되기를 바라면서...
대추차가 다려지기를 기다리는데
밀려오는 잠을 이기기위해 새벽에 글을 올립니다.
이종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를 사랑하는 애청자 여러분!!
가정에 관심을 가져 봅시다
그래야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허여사님
전기 좀 아끼고 좀더 조심하고 삽시다.
그럼 가요속으로 애청자 여러분께도 아름다운 계절에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있으시길 기원 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두서 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끊임없은 발전을 기원 합니다.
감사합니다.
대구에서
박현석 올림
젝스키스-폼생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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