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가을 오후입니다.
김명희
2000.09.30
조회 71
전화도 걸려오지 않는 한가한 토요일 오후입니다.
라디오도 끄고, 따사로운 햇살을 싣고 조용히 가고 있는 시간을 음미해 봅니다.
오늘은 2000년 9월 30일,
사람들은 아니 벌써 9월이 다 갔네 하면서 바쁜척 합니다.
늘 바쁜 사람들께 오늘의 찬란한 햇살과 마음먹기에 따라 길이가 달라지는 시간을 느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느림에 대하여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싶고요.
시간의 게으름
정현종
나, 시간은,
돈과 권력과 기계들이 맞물려
미친 듯이 가속을 해온 한은
실은 게으르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런 속도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보면 그건 오히려 게으름이었다는 말씀이지요)
마음은 잠들고 돈만 깨어 있습니다.
권력욕 로봇들은 만사를 그르칩니다.
자동차를 부지런히 닦았으나
마음을 닦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넷에 뻔질나게 들어갔지만
제 마음속에 들어가보지는 않았습니다.
나 없이는 아무것도
있을 수가 없으니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실은
자기 자신이 없습니다.
돈과 권력과 기계가 나를 다 먹어버리니
당신은 어디 있습니까?
나, 시간은 원래 자연입니다.
내 생리를 너무 왜곡하지 말아주세요.
나는 천천히 꽃 피고 천천히
나무 자라고 오래오래애보석 됩니다.
나를 (소비)하지만 마시고
내 느린 솜씨에 찬탄도 좀 보내주세요.
신청곡 : 조동진의 나뭇잎사이로
양희은의 서른즈음에
영화 - 공동경비구역에 나온 부치지 않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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