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굶은 사연
escaflone
2000.09.30
조회 62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전 남들이 흔히들 말하는 백조 소속입니다.
백조로 전업한지 언 5개월 흑흑!
그 처절한 사연을 언제 다 말로 표현 할 수 있겠습니까?
처음엔 놀기 시작하자 저희 집의 주인들께서는 용돈이라도 가끔 주셨는데
요즘엔 용돈은커녕 절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하는 겁니다.
얼마 전엔 아침은 아니지만 10시가 조금 넘는 시간에 일어나 보니 밥이 없는 거에요.
"엄마 밥 없어" 라고 하니까
"어 밥? 너 있는 줄 잊어버리고 다 먹었다. 어쩌니"
이러는 겁니다.
배고파 죽겠는데 라면을 찾아봐도 없고 밥을 할려니까 시간이 많이 들어서
생각다 못해 멀리 떨어진 가게까지 걸어갔어요.
참고로 말하자면 여긴 외곽이라 집들이나 가게가
3-400m 정도의 거리 안에는 보이지가 안습니다.
그래도 전 불굴의 의지로 운동 삼아 뛰어가서 라면을 하나 사다 끓여 먹는데
것두 엄마가 "야 맛있겠다. 나도 좀 먹자"며 뺏어먹는 겁니다.
엄마가 한 젓가락씩 먹을 때마다 전 정말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답니다.
난 밥을 기다리며 곧 있으면 면접이 있는 회사에 제출할
이력서와 소개서를 컴퓨터로 열심히 쓰고 있었어요.
그리고 나선 두시가 되어갈 쯔음 엄마는
"시장에 좀 다녀 올테니까 밥은 네가 해먹어라"
전 또다시 가슴이 철렁함을 느끼며 부랴부랴 쌀을 찾았죠.
엄마는 버스를 타고 이미 떠난 시각. 쌀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겁니다.
전 설마하는 마음에 엄마에게 핸드폰을 쳐서 "엄마 쌀 어딨어?"
"쌀? 뒷방에 없니?" " 없어어~ "
" 이상하다. 전에 하나 사다 놨는데 언제 다 먹었지?
이따가 배달 시켜 놓을게.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라."
그 소리를 듣고 전 정말 무너져 버렸습니다.
세상에 가정에 쌀이 없다니 말이 됩니까? 그러나 현실은 너무도 가혹했습니다.
또다시 3-400m를 왕복할 힘이 도무지 생기지가 않아 전 계속해서 쌀만을 기다리며
배고픔과 눈물을 삼키면서 그 굶주림의 고통을 이겨내고 있었답니다.
보낸다는 쌀은 소식도 없고.
저의 고통은 논다고 구박받는 비참함과 무능력의 쓰라림과 굶주림의 처절함이 겹쳐서
그야말로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다가 6시에 겨우 밥을 먹게 되었어요.
전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허겁지겁 먹다가
가슴이 점점 쓰려 옴이 느껴지다 결국엔 체하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저녁은 거의 물만 마셨어요.
앞으로 이 생활이 언제까지 갈지.. 저 위로 좀 해주세요.
그리구 마음에 드는 곳에 면접을 몇 번 봤지만 그때마다 패배의 쓴 국물을 맛보았는데.
글구 곧 있으면 또 면접 보러 갑니다.
그래서 외람된 말이지만 남아도는 의류상품권 있으면 하나 주시면 안될까용?
저의 궁핍한 사정상 의상에 문제가 많아서인지 다른 경쟁자들과
저는 의상에 왠지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이 갈 때마다 느껴지더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노래 신청합니다
임성훈- 시골길입니다
없다면없다고 애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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