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가을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바다보다도 더 깊은 하늘호수 속으로 빠질것 같은 아찔함이 느껴집니다.
이 계절이 되면 떠오르는 풍경들이 있습니다.
가을바람, 코스모스, 고추밭위를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 도랑가에 소복하게 분홍및 물기를 머금고 피어나는 물봉선화, 호두나무 위를 오르락내리락 열매를 물어 나르는 까만 털의 꽁지가 탐스러운 청솔모, 하얗게 하늘 위로 떠올라 먼길 떠나는 민들레 홀씨......
그리고 시 한편
잠 자 리
이외수
뉘우치나니
전생에 인간으로 태어나서
목숨을 바쳐서도 씻지못할 죄 하나 저질렀다.
사형수가 되어 바라보던 그 하늘이
어찌나 푸르고 청명했던지
오직 날개를 가지는 것만이
소망이었다
그대에게로 날아가는 것만이
소망이었다.
멀고 먼 윤회의 강물을 건너고 건너
이제 나는 한 마리
잠자리로 태어났건만
그대는 어느 윤회의 길목에서
서성이고 있느냐
날아가리라
국화꽃이 시들고, 찬서리가 내리고
문득 겨울예감이 살갗을 적시면
그때는 내 목숨도 다하나니
몇만년 윤회를 거듭해도
나는 그대생각 하나로
눈물겨워라.
*** ( 예전에 외운것이라 정확한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뒤져보면 알겠지만 왠지 그러기는 싫어서 생각나는 대로만 적었습니다.)
신청곡 : 박은옥의 고추잠자리
송창식의 푸르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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