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연히 떠나실지도 모르는 울엄마.....
홍근희
2000.09.28
조회 57
다름이 아니라 약간은 살벌한 제목으로 제가 글을 올리는 이유는 단하나..나이 50에 아직도 너무나 감상적이고 봄,여름,가을,겨울 한계절도 안빼놓고 계절을 타시는 저희 어머니때문입니다.
돌아오는 토요일 9월30일은 엄마의 48번째 생신이십니다. 근데 백조인 저로서는 너무나 부담스런 일이 생겼습니다.
다름아닌 엄마의 생일 선물때문입니다.
추석에 엄마랑 같이 장을 보러 시장에 갔었습니다.
나이가 많건 적건간에 여자들의 심리는 다 같은가 봅니다.옷가게 앞은 결단코 그냥 지나칠수 없는 우리들의 심리.....엄마와 전 서로 몇번의 눈빛을 주고 받는후 너무나 당당히 장바구니를 앞세우고 옷가게로 입장했습니다. 엄만 이것저것 살피시고 꼭 사실것처럼 꼼꼼하게 바느질까지 확인하시더니..같이 오지도 않은 아빠를 들먹이며 "아이고 내 정신봐라...느그아빠 성질내겠다...기다리라고 케놓고...아이고 우야믄 좋노...아이고 야야 니는 뭐했노...빨리가자..."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시는 겁니다...우와...정말 울엄마지만....정말 민망해서...안살거면 입어보지나 말지...이것저것 다물어보고...정말 제가 민망해서...그렇게 엄만 절 버리고 혼자 횡하니 나가버리셨습니다..그후 전...말안해도 아시죠....그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고개도 못들고 쭈볏쭈볏 나올수 밖에...햐~~~
늘 느끼는 거지만 역시 아줌마들이란....그런데 엄만 거기서 그만 하는게 아니라 이번엔 가방가게에 들어가셨습니다. 거기서 젤로 비싼 가방을 몇번이나 만지작 하시더니..끝끝내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엄만 그가방을 잊지못하고 생각만 나면 말씀하십니다."나는 H엄마가 들고다니길래 메이커인동 알았디만 시장가이 똑같은거 많데...나도 시커먼 저런 가방말고 새똑하고(산뜻하고) 손에 들고 다니는 가방이 하나 필요하긴 한데...이번 생일엔 말고 다음에 니 취업하먼 꼭 하나 사독아...알았제..."라며 신신당부를 하십니다.
어젠 하시는 말씀이 "미아 내생일엔 아무것도 준비하지마라...니가 백순데...무슨 선물이고...다 필요없다.내가 글을 잘써가 S엄마처럼 방송을 타겠나 아니믄 딸이 돈을 많이 벌어가 선물을 받겠나...니는 아무 신경쓰지 말고....부담도 가지지 마라..."
으~~~~~~~~~정말 가슴 찌어지는 말씀을 정말 아무 악의없이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신는 엄마.......정말 미워할수 없는 저희 엄마이십니다.
그리고 더 경악할 일은 가을이라 그런건지...계절이 바뀔때마다 엄만 계절을 타십니다.
그런데 올가을은 부쩍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십니다.
인생무상을 말씀하시고...예전의 꿈과 야망을 다시 찾고 싶다고 하십니다. 진짜 이번엔 무슨 일을 저지를것 같으신데...어쩌면 좋죠?
한때 엄만 어린시절 줄곧 골목대장을 한번도 놓친적이 없으시고 별명 또한 꼭지라는 별명으로 한동네를 주름잡으셨기도 합니다.
엄마가 태어난후 남동생을 줄줄이 셋을 봤기때문에 할아버지의 사랑도 많이 받고 자라셨다고 합니다.
그런 엄마기 때문에 한번 한다고 한일은 반드시 하십니다. 그래서 요즈음 전 두렵습니다.
며칠전부터 배낭을 찾으시고 기차여행은 어디가 좋으냐며 물어보시는 어머니...정말 배낭하나 메고 집을 나가시면 어쩌죠....전 이가을이 두렵기만 합니다.

유영재씨....울엄마좀 말려주세요.
엄마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아직도 식지 않은 엄마의 정열이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죠....^^
엄마의 끊는 정열을 두분의 부드럽운 목소리로 다독여 주시고...형편이 되신다면 능력없는 이딸 체면좀 세울수 있도록 선물도 하나 부탁드립니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엄마....엄마 징말 징말 생신 추카드리구요....제발 집나가지 마세요...지발.....사랑해요 엄마....많이 많이......신청곡은
이수미-여고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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