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를 사랑하시는 우리 아버지! 늘 건강하세요.
김영자
2022.02.23
조회 154
오늘 아버지를 모시고 가까운 한강시민공원에 갔습니다.
한강구경도 시켜드리고 한강유람선 선착장에서 아버지와 같이 식사를 했죠.
서울로 올라온 후 제 나이 80이 되도록 한강에 가 본적이 없어요.
뭐가 그리 바빴는지 주위를 둘러볼 시간도 없이 세월만 흘렀네요.

저희 아버지 연세가 올해 백세세요.
장수하시는 거 같아 전 아버지가 늘 건강하신줄 알았죠.
은퇴하시고 계속 집에만 있으셨는데 아버지는 아파트 생활을 많이 답답해
하셨어요.
시골로 내려가 소일거리로 농사를 지며 살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러면 아버지 혼자 하루 세끼를 챙겨드셔야 하는데 아버지 혼자
차려드셔봐야 얼마나 잘 차려드시겠어요.
제가 젊을때 무역회사에 다녔는데 외국에서 한 달 있다가 집에 와 냉장고를 열어보면 김치와 콩나물이 다였어요.
아버지는 소화가 잘 안 된다며 늘 찬밥에 물을 붇고 부실한 반찬을 드셨어요.
그때마다 참 속상했는데...
엄마가 차려주시면 제가 안심을 하는데 엄마는 이미 하늘나라로 떠나셨고
제가 아버지를 챙겨드리지 않으면 아버지는 늘 부실하게 식사를 하셨어요.

저는 지금도 일을 하고 있는데 새벽같이 나가서 저녁늦게야 들어오는데
아버지가 식사를 잘 하시는지 영양가 있는걸 골고루 잘 드시는지 일일이
확인을 못해요.
아버지는 제가 신경을 안 쓰면 찬밥에 물을 말아 드세요.
반찬은 김치가 다예요.
제가 같이 식사를 해야 아버지는 식사다운 식사를 하셨어요.
아버지와 여의도 선착장에서 밥을 먹는데 아버지가 좋아하실만한 삼겹살과 통닭을 시켰죠.
아버지가 너무나 잘 드셨어요.
행복하셨는지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으셨어요.
진작 좀 이렇게 모시고 나올걸. 아버지의 마음은 딸이 제일 잘 안다는데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아버지한테 신경을 많이 못 써드렸어요.
마음같아선 돈 많이 벌어 시골에 예쁜 전원주택을 사 아버지와 주말마다
내려가 휴식을 취하면 좋으련만...
왜 세상일은 제 마음대로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외출을 좋아하시고 삼겹살과 통닭을 그렇게 좋아하시는 걸
제 나이 80에 알았으니 전 착한 딸은 못 되는거 같애요.
아버지를 잘 헤아리지 못하는 무심한 딸!
늘 아버지를 보면 죄송스럽고 효도를 많이 못하는거 같아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요.
아버지를 바깥에서 뵈니 많이 늙으셨네요. 많이 약해지신거 같고
손도 부들부들 떠시고 젊으셨을땐 아버지는 동네 씨름대회에 나가
우승하셔서 황소도 받고 그러셨는데 그 모습을 사진으로밖에 못 보는거 같아 너무 속상해요.
왜 세월은 우리 아버지의 젊음을 가져갔는지 세월이 야속하기만 해요.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아버지의 젊음을 다시 되찾아드리고 싶어요.

아빠! 사랑해요.
아빠! 건강하세요.
아빠! 너무 죄송해요.

아버지가 휴대용 라디오를 하나 갖고 계신데 주파수는 늘 CBS 라디오에
고정되어 있어요.
CBS 라디오를 애청하시는 우리 아버지!
건강하시라고 좋은 말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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