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생 처음으로 사연을 보내 봅니다.
가끔 손님들 차에서 이런저런 사연들을 접해 보지만, 제가 직접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저는 50대 후반의 대리운전 기사입니다. 경북 포항에서 자영업을 하면서 3년 전부터 대리운전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부터 9시 영업 제한으로 인해 자영업 사장님은 물론이고 택시 기사님 대리운전까지도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분들이 다 힘들기에 푸념이나 탓을 하기보다는 어려운 시기가 잘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나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한 손님과의 만남을 잠시 말씀 드릴려고 글을 올립니다. 그날도(2021년 12월 23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9시가 지나면서 밀려드는 배차 콜에 정신이 없는 중에 한 콜을 받았습니다. 손님과 전화 통화 후 5분쯤 후에 손님을 만났고 일행 한 분과 같이 계셨는데 일행분은 조금 멀리 가시는 손님이라 바로 배차가 되지를 않았습니다. 저한테 양해를 구하면서 조금 기다려 달라고 하셨고 대리운전비는 더 챙겨 주실거라 말씀도 하셨습니다. 알았다고 대답은 하였지만 속마음은 답답하였습니다. 지금시간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오늘 일은 끝날 수도 있는데라는 초초함으로 20분쯤 후에 출발을 하였습니다. 출발을 하면서 배차시 결정된 요금보다 넉넉히 주셨고 이런 저런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저보다 연배가 조금은 더 있어 보여셨고 점잖은 분이었습니다. 어떻게 움직이냐는 물음에 걷고 뛰고 하면서 손님들을 만난다고 얘길 했고 이 일을 안해도 되는데 저 때문에 다른 분한테 손해를 끼치지는 않느냐고 조심스럽게물어셔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저도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하니 사연이 있으시겠군요라고 말씀을 하시며 울컥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종교가 있냐는 물음도 하셔서 교회를 다녔는데 2~3년 전부터 대리운전과 코로나 핑계로 지금은 안가게 되었다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교회를 다니셨네요 하시길래 나이 50에 늦게 알게 되어 5년쯤 다녔다고 말씀드리니 또 울컥해 하시며 먹먹한 표정으로 저를 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예수님이 계시다고 생각하세요라는 물음도 이어져 아직 종교적인 믿음이 약해서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어 운전 중인 제게 건내시며 불쌍해서 주는게 아니고 그냥 주고 싶다고 하시며 저의 마음을 살피시는 배려도 해 주셨습니다.
운전 중이라 오른손으로 뿌리쳐도 한사코 주시며 본인이 주는게 아니고 하나님이 주시는 거라시며 손에 꼭 쥐어 주셨습니다. 저도 이런 일이 전에도 앞으로도 없을 일이기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염치가 없기도 하였습니다.
목적지까지 오시면서 제게 불편하거나 부담스럽거나 한 얘기는 일절 없었고 본인 얘길 잠시 들려주셨습니다. 젊을 때, 생활도 경제적으로도 쉽지가 않았는데 예수님이 좋은 차도 주시고 지금의 여유도 주셨다고 하시며 마음의 위로와 격려를 하셨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재차 정중히 인사를 드리니 또다시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니 본인한테 인사를 하지 말라시며 손사레를 치기도 하셨습니다.
늦은 시간 집에 와서도 그분의 모습과 말씀에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손님께서 제게 건낸 봉투에는 200만원이라는 큰 돈이 있었고 모두가
새돈(신권)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니 성탄절 특별 헌금으로 준비하신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 보니 하나님께 죄를 짓는 것만 같았습니다.
다음날(24일)도 일을 나갔고 평소보다 조금 빠른 시간에 집에 돌아 왔습니다. 가족들한테 그분의 얘길 나누고 싶었습니다.
고등학생 아들과 중학생 딸 애들 엄마까지 3명 앞에서 찬찬히 얘길 나누니 모두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는 반응 이었습니다. 처음에는 200만원이라는 큰 돈에 반응을 보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분의 마음에 더 큰 반응을 하였습니다. 정말로 소중하고 고마운 돈이기에 가족들과도 그분 아니 하나님의 마음을 나누고 싶어 용돈으로 나누어 주면서 뜻깊고 의미있는 곳에 쓰자라는 다짐도 같이 하였습니다.
제 평생 가장 큰 성탄 선물을 받았습니다. 200만원 이라는 돈도 제게는 큰 힘이 되지만, 그보다 그 분께서 제게 보여주신 사랑과 하나님을 다시 알게 해 주신 큰 사랑을 마음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다시 하나님과의 인연의 끈을 연결해 주신 고마운 그분께 이렇게라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내 생에 가장 큰 성탄 선물
박노경
202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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