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질투를 !
이건원
2021.12.10
조회 138
하얀질투를!







지난 주말에 코로나로 발이 있어도 눈이 있어도 오도가도 못하고 방콕만 하다간

우울증이 날 괴롭히기에 신선한 산소를 들이키기위해 대관령인근 둘레길로 산책을

훌쩍 떠났다. 박물관에서부터 계곡변을 따라 혼자서 세상일 뒤로 미루고 무상무념

으로 돌뿌리를 벗삼아 걸어 가는데 귓가에는 꼬마폭포의 낙수 소리가

마치 도레미파를 두드리는 실로폰 같았고 이름모를 새소리와 바람소리의 하모니는 나를

대공연장으로 손을잡고 들어 가는것 같아 기분이 너무 들떳다.

지난밤 길에 살짝 깔린 눈이 너무 미끄러워 주위에서 짚을 막대기를 구해 조심스레 걸어도

몇번인가 넘어 젔으나 낙엽이 두텁게 깔려있어 쿠션이 되어 엉덩이는 아프질 않았다.

대관령은 금강송으로 100년이상의 나이를 먹은 소나무숲으로 말 그대로 전봇대 같이

매끈한 몸매로 빽빽이 들어선 울창한 원시림이다.

소나무 껍질은 황금을 입힌듯 불그스레 하고 암나무는 유난히 더 붉고 숫나무는 거무틱틱한

갑옷을 입은 장군 같은 자태로 너무 웅장하여 짬짬이 걸음을 멈추게 했다.

볼 수록 탐이나 소나무를 안아 보기도 하고 사랑한다고 독백 하기도 하며 걸었다.

중턱쯤 오르는데 눈에 들어 오는 움직이는 문화재가 보였다.

대략 80세 전후쯤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불연 나타났다.

거리로 보면 입구에서 3km쯤 되는데 나이든 분들이 어찌 여기까지 걸어 왔을까 하여

말을 걸지는 않고 뒤를 천천히 따라 가 보았다.

왜냐하면 두 노인은 부부같은데 손을 신혼부부 같이 꼭 잡고 가는게 아닌가 머리는

은발로 소나무 사이 햇빛으로 반사가 되기도 했다.

힘든 언덕은 할아버지가 할머니손을 잡아 당겨주고 할머니는 힘이 들어도 달려 올라오는

그 모습은 어떤꽃이라 한들 이보다 더 화사하고 아름다우랴!

나는 아내와 함께 살아가지만 만일 혼자 산다면 얼마나 부럽고 황홀 하겠는가

한참을 뒤 따라 가다가 앞을 지르면서 두분 대단하시네요 젊은 우리도 힘이들어

헉헉거리는데 어찌 이 먼 산길을 올라올 맘을 먹으셨나고 하자 할머니는 허허

웃으며 이쯤은 하며 뭘 힘이 드냐며 도리어 우리를 흉을 보는듯 했다.

할아버지는 아무렇치도 않은듯 오늘이 결혼 60주년 기념일이라며 휴대폰을

건네주며 사진을 좀 찍어달라고 부탁하는게 아닌가

어디에 사시냐고 했더니 어제 KTX로 서울서 왔다고 하며 마치 신혼여행 온

젊은이 못지를 않는 그 우아한 모습에 감탄을 했다.

3시간쯤 넘게 걸려 대관령기슭 입구에 내려오니 아까 그 연인같은 두 부부가 앉아 있는게

아닌가 할아버지 다리가 좀 편찮으신지 할머니가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 모습이

사랑 드라마의 한 장면같이 사랑의 정이 물씬 풍기는것 같았다.

시내롤 들어 오는길에 두 부부를 태워 KTX 강릉역에 모셔다 드렸더니 할머니가

빽에서 오미자즙을 꺼내 주기에 마시면서 노부부의 훈훈한 제2의 인생의 향을

맡으며 그 분들과 아쉽게 헤어젔다.

마치 연인같은 연민의 정이 오가는것 같았다. 세상에 아무리 곱고 아름다운

꽃다발이라 해도 저 분들 같이 짙은 향내가 날까 하고 생각을 하니 괜시리 부럽기도

하고 하얀질투가 나기도 했다.

앞으로 수년이 흘러 저분들 나이 됐을때 아내와 내가 저분들 같이 결혼 60주년에

산책을 하며 사진을 찍으며 노화(老花)를 피울 수 있을런지 !

이사를 20여번하며 숱한 고생만 시킨 70대의 우리 아내가 늘 건강했으면 하고

대관령산신에게 두손모아 빌고 빌어본다.

신청곡-
노사연의 사랑


이건원. 강원 강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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