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차를 주차하고 나서 사무실을 향해 걷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이러는 겁니다.
"어이, 학생!"
물론 저는 학생이 아니었고,
그런 호칭을 받아본지도 어언 20년 가까이 된 나이기에 가볍게 패스하고 걷는데,
또,
"어이 학생! 잠깐만!!"
그러니 좀 주춤해지면서 누굴 부르나? 싶은 마음에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런데 그 길엔 열심히 누군가를 외쳐 부르는 한 할머니와 저밖에 없더군요.
그 분이 부르고 있는 학생은 다름 아닌 바로 저였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그 분이 제 앞 모습을 보고 분명 자신이 호칭을 잘못 선택한 걸 인지하실 줄 알았는데 가까이 다가오셔서 또 하시는 말씀,
"학생! 여기서 시청 가려면 몇번 버스타야되나?"
분명 꿈이 아이었기에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친절과 최대한의 다정다감함을 뽑아내어 그 분께 상세히, 아주 상세히 알려드리고 사무실로 들어왔습니다.
세상에....
40이 훌쩍 넘은 이 나이에 학생이라는 호칭을 다 듣다니.....
이거 이거 대박 아닙니까!!!
남편에게 신나서 떠들어댔더니,
"그 할머니 십중팔구 눈이 안좋으시겠지~ 집에다 돋보기 놔두고 나오셔서 제대로 못 보신거니까 자중해, 제발~"
남편이 그러든 말든 "학생!!!"이라는 그 신선한 호칭을 직접 들은 날,
하루 종일 업! 되어서 진짜 학생이라도 된 듯 활기가 넘쳤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참 말의 힘이 놀랍죠?
비타민같은 힘이 되는 그런 말,
빈말이 아닌 진심을 담아 아무렇지 않게, 어색하지 않게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면 참 따뜻하고 좋겠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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