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아이를 재우려면 머릿속에 알고 있는 조용한 노래들을 죄 소환해야 합니다. 아이 정서에 맞는 노래를 부르다보니 그 옛날 친정 엄마께서 우리 남매에게 불러주시던 노래들도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더군요. 가사는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입에서는 절로 나오는걸 보니 머리는 기억 못하는데 가슴이 기억하고 있었나 봅니다.
참 신기하죠?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있자니 어릴 적 산동네 이층집에서 세 들어 살던 기억도 덩달아 살아납니다. 작은 이층집 방에서 네 식구의 무더운 여름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한참 더운 날 밤에는 오빠와 돗자리를 가지고 옥상으로 올라가 서로 팔베개를 하고 하늘의 별을 보며 밤새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또 그 노래 소리를 들은 동네 아이들이 하나 둘씩 모여 옥상에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곤 했었습니다. 그러다 운 좋은 날엔 옆집 아주머니가 수박 한 덩이를 큼지막이 잘라 주셔서 밤새 아이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답니다. 이젠 아득한 추억이 되어버렸네요.
얼릴 적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산동네는 이제는 고층 아파트로 변해 반듯반듯한 길로 연결되어 있지만 다닥다닥 붙어있던 그 옛날 산동네보다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요?
여름날 돗자리에 누워 바라보던 밤하늘과 그 많았던 별들과 어린 친구들, 밤새 불렀던 노래들...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시간들이 갑자기 그리워집니다. 그리고 그날의 기억을 떠 올리며 팔 베게하고 불렀던 노래를 이제는 엄마가 되어 우리 아이에게 들려줍니다.
신청곡 : 귀뚜라미 - 안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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