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이건원
2024.07.17
조회 62
고라니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야생동물의 피해를 막기위해 울타리를 둘러 첬다.

말뚝을 수십개를 박고 그물을 고가로 사왔다.

왜냐하면, 땀흘려 가꾼 밭에 팥 .강낭콩. 고구마. 고추. 콩 등이 밤사이에

고라니의 밥으로 운동장으로 쑥대 밭이 되기 때문이다.

기분이 영 나빠 이젠 밭에 가기조차도 싫다.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 고라니가 너무 야속했다. 고추 고구마는 너무

건조하여 물을 주느라 힘들었는데

고라니는 센 싹을 먹는 것 아니라 처음부터 상태가 좋은 연한 순을

야멸차게 모두 잘라 먹으니 얄밉지 아닐 수 없는 것

며칠전에는 힘들게 빈틈 없이 울타리를 새벽부터 오후 늦게 까지 첬는데도

떼가 들어 와 사막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기어 들어 왔는지 날아 들어 왔는지 어디로 들어 왔단 말인가

30여분 동안 울타리밑을 샅샅 면밀히 찾았다.

들어 온 구멍은 없는데 어디로 들어 왔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그 당시는 약이 바싹 올라 고라니가 보이면 다리라도 분지르고 싶은 심정 이었다.

발자국 자리는 온 밭에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비닐피복을 모두 찢어 놓았다.

고라니는 제일 좋아하는 작물이 팥 강낭콩 고구마 고추 순이다.

요즘 고추는 한 포기에 탐스런 고추가 30여개 주렁주렁 쓰러질 듯 달렸는데

고추순을 알뜰이 따 먹었고 고구마 는 제일 잘 자란 포기를 골라 먹어 치웠다.

피해를 본 작물을 보기만 해도 화가 불끈 솟았다.

건조한데 심느라 물을 힘들게 줬는데 이리 허망 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갑자기 하나님 같은 너그러운 생각이 드는게 아닌가

콩은 가지를 많이 치게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순을 자른다. 그런데 고라니가 콩

순을 잘라 먹었으니 어찌 보면 고마운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을 바꾸니

내 일을 도와 준 고라리니 다소 좀 뜯어 먹더라도 용서해 주자 라고

맘을 먹었더니 이렇게 맘이 잔잔한 호수 같이 편한 줄은!

어찌보면 고라니도 먹고 살아야 하질 안겠는가

고라니는 배고픔을 면해서 좋고 사람은 순을 안따서 좋으니 이 같이 상부상조

하는게 어디 있단 말인가

불교에서도 "일체유심조란' 법구경이 있다. 세상에 모든 일은 맘에 딸려 있다는 얘기다.

"고라니야 부탁을 하나 하자 뜯어 먹더라도 알뜰이 한 곳에서만 피해를

주지 말고 드문드문 뜯어 먹길" 바란다.

이젠 너를 야속한 적으로 너무 미워 하질 않을께

허허 어찌보면 너두 어린 자식과 먹고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이건원. 강원 강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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