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란 모과향 맡으며
이건원
2020.11.20
조회 87
노오란 모과향 맡으며








가을의 끝자락 나무에 가득 매 달린 노오란 모과는 황금알 같다.

어느집 마당에 모과나무 두그루, 서로 경쟁이나 하듯 바람에 흔들한들

거린다. 저렇게 곱고 탐스런 모과를 누가 과일중에 제일 못 생긴게

모과 라고 악평을 했을까 바람이 불어 나무 밑에는 서너개 떨어저 있어 주어

향기를 맡았다. 어느 과일에서도 맡을 수 없는 이 향긋한 가을의 향내가

가슴과 코를 찡하게 했다. 그런데 이 모과를 보면서 갑자기 고향 시골이

왜이리 생각이 날까 60년도 그 시절에는 전기가 아닌 발전기로 가동하는

방앗간이 읍. 면단위에 한곳 있을까말까 하여 각 집집마다 벼나 보리를 간이로

껍질을 벋기거나 찧을 수 있는 발로 밟는 발방아가 많았다.

우리집에도 그 발방아가 있었고 그 옆에 모과 나무가 몇그루 있었다.

어머니는 그 모과를 칼로 쪼개어 말리면 방안에 가득찬 그 향이야 말로 어떤 꽃인들

비교하랴 옛속담은 다 옳고 의미가 있으나 모과를 가장 못 생겼다고 하는말에는

동의를 하기 어렵다. 그만하면 색이 고와 예쁜 과일인데 말이다.

날씨는 쌀쌀하나 노오란 모과는 나의 감성을 자극하여 살구꽃 피는 고향에 데려다 준다.

요즘 거리를 나서면 벼를 벤 들판은 허전하고 코스모스 마져도 시들시들하여

가을이 풍요하다지만 눈으로 느끼는 맛은 없다. 그러나 다행으로 모과가

눈길을 끌었으니 오늘 야외로 나온 보람이 있다.

지난 7일이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 절기가 지나 곧 눈이 내린다는 소설이

23일이다. 이젠 단풍이 곱게 드는 아름다운 가을이 아니라 초겨울이라 해야 맞다.

산에는 낙엽이 뒹굴고 시골 곳곳에는 감나무에 까치밥 홍시가 너무 익어

금새라도 떨어질듯 나를 외롭게 한다.

요즘 코로나로 사람을 만나는게 두렵다. 혼자 거리를 나서면 억새와 갈대가

은빛물결로 눈이 부시다. 억새 사이에 이름모를 들새들이 폴폴날며 혼자 걷는

이 외로움을 달래 준다. 마치 "코로나 격동기도 곧 지나갈테니 걱정말라"는 듯

외할머니 같은 따스한 말을 건넨다. 이 코로나로 인한 마스크를 새해가 뜨기전에는

반드시 벋어던지기를 기원한다. 가을 들판을 벗도 없이 혼자 걷는 고독을 노오란

모과로 부터 위안을 듬뿍 얻는다.



신청곡은
나무잎 사이로-조동진







이건원. 강원 강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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