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늘 맞는 가을인데도 한해 한해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 계절이 주는 은혜가 참으로 커서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제게 맑은 정신으로 이런 복을 누리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아침저녁 찬 기운에 번뜩 정신이 들게 되는 요즘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나 문득 돌아보게 됩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물들기 시작한 나무들이 정말 예쁩니다.
나무들마다 물드는 차례가 다르고 색깔도 다릅니다.
한 나무 안에서도 그 차례와 색깔이 다 다릅니다.
꽃 피는 것 못지않게 단풍 들고 낙엽 지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다들 제 몫을 다하는 모습이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이 나무들을 바라보며 홀연히 깨닫는 것은
이 계절이 다 가기 전에 나뭇잎들은 모두 떠난다는 것이고
그들이 떠난 자리가 말끔하고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곱게 단풍들어 제 빛을 내다가
때가 되면 가볍게 땅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저도 그렇게 떠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주님의 은혜를 가슴에 담고
진정으로 나의 ‘주님’이신 것을 인정하고 고백하게 하소서.
그리고 쉽지 않겠지만
나의 시간과 능력과 몸을 달라고 요구하실 때도
놀라거나 아까워하지 않고 흔쾌히 드릴 수 있을 만큼
지금까지의 믿음과 조금씩 달라지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이 모든 말씀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가을 나무를 바라보며 (11/4 금)
200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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