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비가 내리고 여름 같지 않게 서늘한 날씨가 되면
번잡한 마음이 조용해지고
일상에 묶여 정신없었던 자신의 모습을
저만치 거리를 두고 돌아보게 됩니다.
내 몸이 왜 여기에 와 있는지 궁금해지고
답을 알 수 없어 답답한 가운데서도
지금 내가 이곳에 있다는 현실이 신기하게 다가오고
이 땅이 내가 영원히 살 곳이 아니라는 생각,
돌아갈 집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 선명해집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거울에 비추듯 솔직하게
되돌아보면,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남에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믿음 있는 사람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어느 시인이 이 세상을 소풍 나온 것으로 비유하고
돌아가 아름다웠다는 얘기를 하겠노라고 한 것처럼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소풍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생각하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지냅니다.
주님,
영원히 이 세상에 살 것으로 착각하고
자신은 선하고 착하다는 착각에 빠져 사는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고
비온 뒤 갠 하늘처럼 선명하게
위에 계신 주님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우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돌아갈 집이 있음을 잊지 말고 (5/22 주일)
2005.05.23
조회 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