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19 (목) 송길영 "'부장님 죄송해요 도시락 싸왔어요' 번역해보니…"
20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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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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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



빅데이터·알고리즘의 시대, 특이점 왔다
핵심 키워드는 '혼자'…혼자하는 일 늘어
사적인 시간 위해 도시락 싸오는 직원들
코로나 끝나도 비대면 생활양식 유지될것
모든게 기록되는 사회 '투명성' 중요해져


뉴스쇼가 묻고 미래가 답하다. 뉴스쇼 기획특집 쇼미답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지금까지 과학자 정재승 박사, 경제인 박용만 회장, 의사 오은영 박사 이런 분들 만나봤는데요. 오늘은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가 한 분을 모셨습니다. 빅데이터 전문가세요. 다음 소프트 부사장을 지냈고 지금은 바이브컴퍼니의 부사장을 맡고 계시죠. 송길영 부사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송길영>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캐는 사람이라는 말은 제가 한 일을 궁리해 보고 마인드 마인이라고 정의했기 때문에 불러주시면 너무 감사하고 뿌듯한 마음이 있는데요. 예언가라는 말은 굉장히 황송하죠. 인터뷰나 기사에서 보면 저한테 디지털 포춘텔러(fortuneteller) 이렇게 불러주세요. 그래서 혹시 머리가 길어서 그런 건가,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고요. (웃음)

◇ 김현정> (웃음) 머리를 길게 묶으셨어요, 지금.

◆ 송길영> 그런데 예언가라는 말에 들어있는 예언이라는 말은 선호하지 않고요. 미래는 예언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다라고 믿고 있습니다.

◇ 김현정> 멋지다. 게다가 지금 소개에서 하나 빠트린 게 있어요. 베스트셀러 작가십니다. '그냥 하지 말라'의 저자인데 저는 처음에 이 제목을 보고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라, 이런 뜻 인줄 알았거든요. 휴식을 권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정반대더라고요. (웃음)

◆ 송길영> 그렇게 보시고 사시라고 만든 거죠. (웃음) 농담이고요. 그냥 하지 말라라는 건 그냥 하지는 마세요라는 얘기인데.

◇ 김현정> 그냥 막 아무렇게나 하지 마세요.

◆ 송길영> 보면 미래의 조짐이 좀 보이거든요. 그런데 미리 알고 있다면 좀 준비하실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 김현정> 자, 오늘 쇼미답이 송길영 부사장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거입니다. '빅데이터 시대, 알고리즘 시대라고들 하는데 그 속에서 잘 살아남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뭘 어쩔까요?' 이런 질문.

◆ 송길영> 사실 많은 분들이 굉장히 많이 여쭤보시는 질문입니다.

◇ 김현정> 우선 빅데이터 시대, 알고리즘 시대라는 건 뭐고. 지금 그게 맞긴 맞아요? 그런 시대예요?

◆ 송길영> 그런 세상에 온 거죠. 우리가 효율화, 그다음에 지능화에 대한 부분들은 꿈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만 일을 할 게 아니라 좀 지능적인 형태의 무엇인가가 우리를 도우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꿈을 꿔온 거고. 거기에 대해서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가 이제는 다 모여진 거예요. 요즘 미래학자 분들이 싱귤레러티(singularity)라는 말을 한 것처럼 특이점이 오는 게 아니냐. 우리가 하는 일 중에서 이렇게 노동을 많이 도와줬던 것들이 사고라든지 추론이라든지 이런 부분들도 도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시도들이 모여지고 있는데요. 흥미롭게도 이때 쓰이는 것들이 우리 인류가 만든 데이터들이 굉장히 많이 쓰입니다.

◇ 김현정> 우리가 만들어놓은 데이터.

◆ 송길영> 그렇죠.

◇ 김현정> 빅데이터들이.

◆ 송길영> 네. 그래서 그런 것들이 우리의 기여이자 우리의 혜택으로써 바뀔 수 있도록 될 수 있는 그런 어떤 모멘텀을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욕망과 현실의 거리가 좁혀진 시대다, 이렇게도 정의를 하셨던데.

◆ 송길영> 그렇죠. 왜냐하면 우리가 무엇인가를 원하는 것은 생명체로서 당연히 갖게 되는 그런 일들인데요. 욕망이라는 그런 주제에 제가 천착해서 관련한 책을 세 권이나 쓴 거예요. 가까이에.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우리가 바라는 것, 원하는 것들이 자연스레 커지거든요. 그러면 예전 같았으면 꿈꾸지 못할 것들을 꿈꾸게 돼요. 예를 들어서 회를 직배송해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것들.

◇ 김현정> 옛날에 상상도 못한. 동해를 가야지 어딜 집에서! 이랬는데.

◆ 송길영> 오늘 나온 자연산 회를 배달해 주시는 그런 수고로움을 해 주는 분들이 계시죠. 그런데 거기도 데이터가 잔뜩 쓰입니다.

◇ 김현정> 바로 여러분, 무슨 얘기인가 싶으시지만 대충 느낌이 오시죠. 바로 그런 시대, 알고리즘의 시대 빅데이터의 시대라는 건데. 이런 시대적인 변화 속에서 송길영 부사장이 가장 주목한 키워드 하나를 꼽으라면 어떤 거예요.

◆ 송길영> 여러 가지 키워드들이 눈에 보이고. 그다음에 개념들도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지금 한국사회의 가장 주요한 그런 키워드로는 '혼자'가 있을 것 같아요. 혼자.

◇ 김현정> 혼자.

◆ 송길영> 어렸을 때 혼자서도 잘해요, 그런 동요 같은 게 있었죠.

◇ 김현정> 있죠.

◆ 송길영> 모든 양육자들의 꿈이죠. (웃음) 그 친구 알아서 혼자 잘 하기를. 그런데 그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자의건 타의건 여러 가지의 도움과 본인의 노력과 시스템의 여러 가지의 인프라스트럭쳐(infrastructure) 때문에라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늘고있고. 또는 때로는 혼자 하고 어떤 분들은 혼자 원하는 분들이 보이는 게 굉장히 명백하게 보이는 변화라고 볼 수가 있어요.

◇ 김현정> 아니, 사실은 지난 2년 동안 혼자, 비대면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시대를 저희가 겪었어요. 체험을 했어요. 코로나 때문이니까 그때는 반강제적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마스크를 벗기 시작하고 실제로 코로나가 종료가 된다면 그때도 굳이 비대면, 나 혼자 이런 생활양식을 계속 유지할까요, 인류가?

◆ 송길영> 그거는 할 수 없이 했던 케이스가 있고. 그다음에 할 수밖에 없었던 분들도 계시고. 그다음에 할 수 없는 분들도 계시고. 여러분들이 여러 가지의 삶을 새로 모색해 보신 거였는데 막상 혼자 해 보신 다음에 크게 나쁘지 않은데, 라는 분들이 잔뜩 보여지고 있고요. 그다음에 또 그 혼자라는 게 지금 팬데믹 때 많은 분들에게 강요되어 졌지만 그 전 단계에도 미리 조짐이 상당히 보였어요.

◇ 김현정> 혼자가 편하다. 혼자. 언제부터, 데이터로 보면 언제부터.

◆ 송길영> 예를 들어서 저희 데이터 중에서 혼밥이라는 키워드가 있는데.

◇ 김현정> 혼자 먹는 밥 혼밥.

◆ 송길영> 그 키워드가 2010년도 초반부터 나왔거든요. 그런데 의미 있는 숫자로 나온 건 2013년도 정도로 관찰이 되어져요. 그런데 이게 2018년 정도 되면 한 39개가 나옵니다.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카페 가고 이런 것들로 혼영, 혼카페 이런 것들이 39개가 되고요.

◇ 김현정> 혼영도 있어요?

◆ 송길영> 네, 있습니다. 혼삼겹도 있고요. 그다음에 이게 2020년도가 되면 65개가 돼요. 그래서 한국사회에 혼자 무엇을 해야 되는 일, 혹은 그걸 원하는 분들의 수가 꾸준히 느는 부분들은 명백하게 관찰이 돼요.

◇ 김현정> 이미 10여 년 전부터 그런 조짐이 보였다.

◆ 송길영>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예전 같으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짝이 없어서 또 친구가 없어서 억지로 혼자 할 수밖에 없었던 때가 있다면 지금은 진정한 우리 안의 욕구로써 혼자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 말씀이신데. 그러면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혼자 영화 보러 가고 이런 게 쑥스럽고 싫고 그랬는데 왜 지금은 자발적으로 욕구로서 혼자를 더 선호하게 됐을까요?

◆ 송길영> 그 부분은 사회적으로 그걸 도울 수 있는 환경이 되었는지 대한 여부도 있어요. 그런 얘기도 있잖아요. 예전에 식당가면 몇 분이세요? 여쭤봤던 거.

◇ 김현정> 꼭 물어보시죠.

◆ 송길영> 암묵적으로 혼자 오는 사람이 달갑지 않아요. 이런 내용들이 거든요.

◇ 김현정> 그리고 많지도 않고 혼자 오는 사람이.

◆ 송길영> 예를 들어서 예전 방식은 상차림이 반찬을 가운데 놓고 공유하는 시스템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적어도 두세 분이 오셔야 식당에 이문이 남죠. 그런데 요즘 같은 경우에는 정식으로 되어 있는, 플레이트로 되어 있는 걸로 나오잖아요. 그러면 몇 분이 오시건 상관이 없는 거죠. 또 한 가지는 오시는 분들이 네 분, 여섯 분들이 오시면 테이블도 커요. 그래서 4인 테이블이 즐비하게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있냐면 2인 테이블을 붙여서 4인을 만들든지 벽을 보게 하든지 이런 식으로 바뀌고 있죠.

◇ 김현정> 꽤 많아요. 그런 집들.

◆ 송길영> 네, 그 얘기는 어떤 거냐 하면 사회적으로도 혼자 오시는 분들이 힘들지 않게 도와주는 그런 환경이 늘어난 거고요. 거꾸로 혼자 오신 분들이 많으셨기 때문에 그런 분들을 지원해 주는 것도 있어요.

◇ 김현정> 그렇죠.

◆ 송길영> 그래서 이게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건데요. 우리 내부의 욕구가 함께하는 걸 즐거워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힘든 경우도 있는 게 제가 어제 만나 뵌 의사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세 분의 원장님이 함께 개업하신 케이스거든요. 그래서 개원하셔서 함께 환자분들을 보고 계신데 이번 펜데믹 때 식사를 같이 못 하셨대요. 왜냐 그랬더니 동시에 식사하신 다음에 감염이 되면 병원을 닫아야 돼요.

◇ 김현정> 그러네요.

◆ 송길영> 2년 내내 각자 했다는 거예요.

◇ 김현정> 2년 내내.

◆ 송길영> 흥미로운 건 슬슬 끝나가고 있는데 점심을 아예 안 드시기 시작했대요.

◇ 김현정> 왜요?

◆ 송길영> 함께 밥을 먹는 게 때로는 즐겁지만 때로는 불편할 수도 있는 거예요.

◇ 김현정> 내가 진료를 오전 내내하고 힘들어 죽겠는데 밥 먹으면서 뭔가 수다를 떨어야 돼.

◆ 송길영> 그렇죠. 언젠가는 굉장히 즐거운 날도 있지만 언젠가는 아닐 수도 있잖아요.

◇ 김현정> 아닐 수도 있죠.

◆ 송길영> 그런데 한꺼번에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상대의 어떤 템포를 맞춰야 되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아버린 거죠. 뭐가 나오고 있냐면 저 도시락 싸왔는데요. 이런 직원분들 나오기 시작했고요.

◇ 김현정> 옛날에는 절약하려고 그랬다면.

◆ 송길영> 요즘은 몸 만들어서 바디프로필 찍는 분도 있지만 어떤 경우가 나오냐면 부장님과 먹기 싫기 때문에 도시락을 싸왔어요, 이런 것도 나와요.

◇ 김현정> 부장님 죄송합니다. 이런 분위기.

◆ 송길영> 그리고 점심 때 학원가요, 이런 분도 계시거든요. 그런 것들도 전부 다 내면에는 사적인 시간에도 공동생활을 해야 되는 것인가에 대한 어떤 강박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 좀 대안을 만드는 것들도 보여진단 말이죠.

◇ 김현정> 오케이, 2년 동안 반강제적으로지만 혼자 해보니까 좋더라. 혼자가 좋더라 그리고 내 안에 욕망이 사실은 혼자였더라, 이런 걸 알아가고. 세상도 그렇게 혼자 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도록 환경이 바뀌어가고. 그러면 여러분, 혼자라는 키워드를 마음에 좀 넣어두세요. 넣어둔 채 혼자가 다수의 행동양식이 된다고 치면 그거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 우리 사회를, 우리가 하는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꿀까 이 얘기를 한번 해 보죠.

◆ 송길영> 그렇죠. 말씀 해 주세요.

◇ 김현정> 일례로 전화통화를 사람들이 꺼리니까 휴대폰에서 전화통화가 무료가 됐어요. 전에는 분당 얼마 이랬잖아요. 이런 게 생활이 바뀌는 거 아니에요? 사회가 바뀌는 거 아니에요.

◆ 송길영> 그렇죠. 300분 무료 통화와 500메가바이트 프리. 그러다가 이제는 10기가바이트에 통화무료 이렇게 나오죠. 왜냐하면 어차피 안 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강연을 할 때마다 조금씩 여쭤보는 게 있어요. 전화를 많이 하십니까? 그래서 하신다는 분이 계시면 연배가 조금 높으신 분들이 앉아계시네요. 이렇게 농담 삼아 얘기하거든요. 그런데 저도 이런 경험들이 많은 게 저희가 2016년도쯤에 한국에 배달 앱들 처음에 나왔을 때 그때 데이터를 좀 본 게 있었어요. 그래서 뭐였냐면 이런 거였습니다. 배달 앱이 나왔는데 그거를 사용하는 분들이 편리하다는 얘기가 올라오는 거예요. 저희 회사에서 연배가 높으신 직원 분들은 '안 편리한데요. 이게 다 골라야 되고.'

◇ 김현정> 그렇지.

◆ 송길영> 특히 그때는 결제가 힘들었어요. 그걸 하는 게 힘들어요 그랬는데 한쪽이 편리하다고 해서 뭐가 편리해요. 그랬더니 편리라는 게 앱의 편리가 아니라 '전화를 안 할 수가 있어서 좋아요'가 놀라운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식이죠. 예를 들어서 자장면 두 개요, 그러면 끝나는 거였어요. 심지어 전화번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난번 먹은 것도 전달해 주시는데 이거는 다 고르는 행위를 할 때 이게 편리한가. 아니죠. 전화라는 게 불편하기 때문에 힘들어요라는 분들이 나온 거예요. 그래서 내용을 봤더니 저는 전화가 불편해서 메뉴를 메모장에 쓴 다음에 읽어요. 이런 분들이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잔뜩 봤어요. 그랬더니 이런 게 나오더라고요. 전화는 왠지 나에게 압력을 행사한다. 무서운 얘기가 있거든요. 이런 거죠. 위에 계신 상사가 얘기하시는 거예요, 선배가. '김대리 이번 주 토요일날 뭐해요?' 무서운 얘기죠. 어떤 내용일까요? 예를 들어서 맛있는 걸 사주시겠다는 건지, 아니면 근무에 어떤 잔업을 하겠다는 건지.

◇ 김현정> 등산을 같이 가자는 건지.

◆ 송길영> 제일 무서운 건 등산이고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별일 없는데요가 나온단 말이에요. 그런데 카톡으로 오면 일단 안 읽은 상태에서 탐문해 보죠. 받지 마, 받지 마 이렇게 나갈 수 있으니까.

◇ 김현정> 1자가 안 없어져요.

◆ 송길영> 좀 유예할 수도 있고 내가 내 생각을 숙고할 수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압력이 좀 더 경감되는 그런 효과가 있고 또 멀티태스킹 가능하거든요.

◇ 김현정> 멀티가.

◆ 송길영>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전달해서 바로 답을 줘야 되는 부분들에 대해서라면 내가 선호하지 않게 되고 그렇다 보니까 어느 순간에 전화가 꺼려지는 거예요.

◇ 김현정> 전화가 그러면 이 전화기능이 무료통화가 되듯 혼자라는 게 삶의 방식이 되면서 전화가 무료가 되듯 한 발짝 더 나가면 아예 콜센터 같은 것도 없어지거나 이렇게 되는 식으로 그렇게 뭔가 달라지겠네요.

◆ 송길영> 그렇죠. 지금 제가 함께 연구하고 있는 직원 분들이랑 얘기가 있었는데. 그때 20대 두 분이랑 30대 한 분이랑 저랑 스터디그룹이었거든요. 30대 한 분이 늦게 오셨어요. 그분 늦으시나 봐요 그랬더니 문자 보냈다고. 그래서 제가 시간이 됐는데 전화해보세요 그랬더니 문자 보냈다고. 조금 더 늦은 다음에 전화 하면 안 돼요? 이랬더니 문자 보냈다고. 이렇게 세 번을 제가 거부당했어요. 그랬더니 그 분들 얘기가 그거였습니다. 왠지 전화벨이 울리면 가슴이 뛴대요. 나도 모르게. 이걸 전화공포증이라고 폰포비아라는 말이 있는데요. 꾸준히 올라가고 있고요. 그다음에 또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전화가 나는 불편하기 때문에 젠지리포트였는데, 이게 있었어요. 휴대폰 초기화면에 통화버튼이 없는 분들이 발견된 거예요. 그걸 없애버린 겁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 같은 경우엔 예전 방식의 이런 싱크로너스(synchronous)한 채널 이런 통화라는 부분이 이제는 나한테는 필요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계신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게 극단적으로 가면 이런 일이 벌어지죠. 제일 싫은 것은 상사가 주말에 하는 전화가 제일 싫대요. 이유가 싫은 게 3개 동시에 온다고. 상사, 방과 후, 전화. 이렇게. 그러니까 그런 걸 하시면 안 되는 거예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새겨듣고요, 저도. (웃음) 지금 우리가 전화라는 한 예를 든 거예요. 혼자라는, 혼자 주의, 혼자 생활, 혼자 사회가 세상 모든 것을 바꿔갈 것이다.

◆ 송길영> 이번에 여론조사 때문에 제발 전화 좀 받아주세요라는 문자가 왔잖아요.

◇ 김현정> 그래요.

◆ 송길영> 그러니까 그걸 선호하지 않는 분들이 나오고 그러다 보니까 아웃바운드 콜센터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은 주저되는 거죠. 보험 권유라고 뜨면 일단 안 받으시잖아요.

◇ 김현정> 그러니까 전화도 그렇고 햄버거 집을 가거나 카페를 가도 이제는 얼굴 보고 그 직원한테 주문하는 게 아니라 키오스크 방식이라고 그래서 직원이 저기 서있는데도 기계로 찍고 있어요. 아직 사실 저는 좀 어색한데 이런 식으로 그것을 편해 하는 젊은이들이 많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그럼 소비자로서의 나 말고 노동자로서의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 송길영> 그게 우리가 처음으로 겪는 일이에요. 제가 얼마 전에 시내 중심가에 대규모 재개발된 단지를 갔다 왔는데요. 너무 놀랐어요. 수천 세대가 들어왔으니까. 그 단지에 1, 2층에 상가가 분양이 다 됐더라고요. 요즘 아파트 상가 잘 분양 안 됩니다. 왜 그러냐 하면 슈퍼마켓은 온라인으로 오는 슈퍼가 있고. 그다음에 또 동네 세탁소는 플랫폼 서비스로 하루 만에 옷을 주시기 때문에 상가가 쉽지가 않아요. 그런데 그 상가가 다 분양돼서 놀랐는데 절반 이상이 자동이었어요. 무인화. 무인 팻스토어, 무인 짐, 무인 독서실, 심지어 밀키트에 무인 갈비집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무인 갈비집이요?

◆ 송길영> 홈밀키트로 갖다가 집에서 구워 드시는 그런 식이었어요. 그래서 알게 된 건 뭐였냐면 자동화가 엄청 빨라지고 있구나.

◇ 김현정> 생각보다 더 빠르네요. 그 속도라는 것이.

◆ 송길영> 네, 그러면 그렇게 자동화가 되면 편리하게 24시간 동안 서비스 받을 수 있는데 예전에 그 일을 하시던 분들은. 어떤 일을 하셔야 되는 거냐.

◇ 김현정> 그러니까요. 노동자로서의 나.

◆ 송길영> 문제가 나오죠. 그런데 저도 여러 군데 가보는데요. 최근에 로봇이 서빙해 주는 그다음에 로봇이 커피를 내려주는 곳도 가봤거든요. 그런데 저희 동료 직원 분이 최근에 갔다 온 걸 얘기해 주셨는데 1시간 반 동안 티세레모니를 하는 그런 티 하우스에 갔다 오셨어요. 4만 원이에요.

◇ 김현정> 비싸구나.

◆ 송길영> 그런데 예약제로 다 오셔서 그 1시간 반 동안에 차에 대한 문화, 향에 대한 것들, 역사를 배우고 왔다고 되게 기뻐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양극화로 가는 거예요.

◇ 김현정> 티 세레모니 하는 곳은 자동화가 아니라 사람이 일일이, 아날로그로 아주 정성스럽게. 가격은 좀 비싸지만.

◆ 송길영> 그렇습니다. 그거는 경험을 팔고 문화를 파는 거예요.

◇ 김현정> 두 가지로 이 방향이 바뀌는 거군요. 정말 빨리 빨리, 자동화, 사람도 대면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곳과 아날로그적으로 사람의 냄새 듬뿍 풍기는. 서점으로 치자면 동네 서점 같은 느낌.

◆ 송길영> 맞습니다. 독립 서점, 그다음에 그만큼 해박함을 전달해 주는 곳, 이런 곳들은 더 빛을 발하게 되죠.

◇ 김현정> 확실하게 노선을 잡아야겠네요. 사업가 입장에선, 비즈니스적인 입장에서는.

◆ 송길영> 제가 이번에 효율이냐 애호냐 선택이 아닐까라고 정의했거든요.

◇ 김현정> 효율이냐.

◆ 송길영> 애호냐.

◇ 김현정> 애호.

◆ 송길영> 제가 정말 사랑하는 것이라면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시간과 비용을, 그렇지 않고 정말 필요한 것이라면 최소한만 쓰고 자동화에 대한 부분들을 도모한다는 거죠.

◇ 김현정> 이거 되게 중요한 부분이네요. 사람들이 비대면, 혼자, 빨리 빨리 이런 걸 선호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아날로그적인 것, 사람향수 이런 걸 느끼고 싶어하기도 하니까 가끔은.

◆ 송길영> 역설적이게도요. 자동화가 우리에게 여유를 줘요. 예를 들어서 그런 거 있잖아요. 무슨 세 끼 지어 먹는 TV 프로그램. 하루 종일 밥을 하고 있거든요.

◇ 김현정> 삼시세끼.

◆ 송길영> 그렇죠. 그런데 내가 그런 부분들의 어려움을 누군가에게 여쭤볼 수 있다면 예를 들어서 요즘 서비스 레지던스 그러면 아침식사 주는 곳이잖아요. 그다음에 또 음식 딜리버리 서비스도 있고요. 그러면 그만큼 수고로움이 나한테는 경감되거든요. 그럼 남는 시간이 남잖아요. 그러면 뭐할까. 그때는 내가 좋아하는 걸 파고들죠. 디깅합니다. 그래서 그만큼의 깊어진 나의 애호가 새로운 형태의 시간과 또 나의 새로운 형태의 취향을 만드는 곳에 쓰이게 되어 있어요.

◇ 김현정> 송길영 부사장께서 그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변화하는 세상을 설명하는 핵심키워드가 '혼자'라면 행동의 키워드는 '투명'이다. 이게 뭡니까?

◆ 송길영> 이게 어려운 건데. 예를 들어서 오늘 제가 이렇게 아침에 멋진 쇼에 나왔잖아요. 그런데 라디오지만 지금 화면이 보이지 않습니까?

◇ 김현정> 유튜브도 돼요.

◆ 송길영> 스트리밍도 되고 다시 보기도 되죠. 그럼 다 기록되는 거예요.

◇ 김현정> 기록.

◆ 송길영> 예전에 이런 분들이 누구였냐면 고간대작. 왕의 사료 이런 거였다고요. 이제는 갑남을녀가 다 기록되기 시작하거든요. 그리고 어떤 일이 생기냐 하면 단계별로 충실함이 요구돼요. 예전에는 결과가 나왔구나 괜찮네였어요. 지금은 그렇지가 않고 과정에서의 충실함이 단계별로 요구됩니다. 이런 거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분쟁이 생겼네요. 어느 쪽이었냐면 교통사고였어요. 그러면 블랙박스를 펼치죠. 판정합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 송길영> 심지어 TV에서 쇼로 나오기도 하고요. 그리고 최근에 봤던 것들 중에서 좀 오래됐는데.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키면 누가 만든지 모르시잖아요. 그래서 어느 식당은 CCTV를 공개해요. 바로 오더가 나가자마자 주방장께서 요리하는 장면이 보이는 거죠. 그러면 과정을 팔게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 단계별 충실함이 얘기가 되어 지면 늘 삼가야 돼요. 삼가다. 제가 뭘 해야 되는지 삼가야 되는 일을 하는 거죠. 마치 주님의 신독처럼 내가 사는 삶 속에서의 진정성을 요구하는데. 사실 이 부분은 개인적 삶까지는 확장하기 어려워요. 프라이버시, 그 외의 소중한 부분이 있으니까 적어도 업에 있어서는 상호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진정성이 요구됩니다.

◇ 김현정> 진정성, 투명이라는 말은 다른 말로 하면 진정성, 공정성. 이런 것이 되겠군요.

◆ 송길영> 그렇죠. 그런 부분들로 확장되어 지죠.

◇ 김현정> 왜냐? 다 데이터로써 기록이 되기 때문에.

◆ 송길영> 맞습니다. 그리고 대사되어지고 다시 검증되어 지기 때문에.

◇ 김현정>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귀에 쏙쏙 들어오게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송길영 부사장님 오늘 감사드리고요. 1탄으로 하기가 영 제가 섭섭해서 한 번 더 모셔야겠어요.

◆ 송길영> 만약에 시간이 되고 여유가 된다면.

◇ 김현정>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감사합니다.

◆ 송길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