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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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25 (금) 안데르센상 이수지 "왜 글 없는 그림책을 만들었냐고요?"
20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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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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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수지 (안데르센상 수상 작가)



안데르센상? 기대 없이 보다가 깜짝 놀라
창작자는 어린아이와 비슷…순수함 간직
디지털시대, 그림책 경험한 아이는 다를 것


여러분, 분위기 좀 바꿔보겠습니다. 지난 21일 반가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어요. 한국인 최초, 아시아 작가로는 38년 만에 우리나라의 이수지 작가가 한스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는 겁니다. 이 상은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최고 권위의 상입니다. 왠지 이 분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정화될 것 같지 않으세요? 그래서 저희가 어렵게 초대했습니다. 화제의 인터뷰 이수지 작가 만나보죠. 이수지 작가님 안녕하세요.

◆ 이수지> 네, 안녕하세요. 그림책 작가 이수지입니다. 반갑습니다.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이수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수상소식 딱 듣고는 어떠셨어요?

◆ 이수지> 저는 전혀 예상을 못 하고 있었어서 라이브를 보고 있다가 제 이름이 뜨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 정도로 예상을 못 하셨어요?

◆ 이수지> 네, 거기 같이 최종후보로 올라오신 분들이 너무 훌륭하신 분들이셔서 그냥 '누가 되나 봐야지'라는 마음으로 보고 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 김현정> 더 기분 좋으셨겠는데요. 그래서.

◆ 이수지> 네. 기분이 좋았죠.

◇ 김현정> 저희 제작진한테 동화책 작가 대신 그림책 작가라고 불러주세요. 그러셨다고 해서 저는 왜 이 작가님이 왜 그러셨을까 궁금했는데 이 작가님의 책을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어요. 제가 지금 <여름이 온다>라는 책을 이렇게 들고 있습니다. 들고 있는데 전체 148페이지 중에 글이 써져 있는 건 네 페이지고 나머지는 다 그림이에요.

◆ 이수지> 네, 맞습니다. 그 책이 좀 유난히 그런 것 같기는 한데요. 제가, 저는 제 소개를 할 때 그림책 작가라고 소개를 하는 편이고요. 동화와 그림책을 좀 구분해서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니까 동화는 이를테면 동화 그림책은 둘 다 어린이를 향한 것은 맞지만 그리고 어린이부터 보는 책인 것은 맞지만 그 동화는 그림이 없어도 성립하는 이야기고요. 그러니까 거기에 들어가는 것은 정말 삽화가 되는 거겠죠. 그리고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서로 동등한 역할을 나눠 갖고 있고 또 어떨 때는 그림이 중요하기도 하고 저 같은 경우는 거의 글 없는 그림책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글을 찾아볼 수 없는, 제목밖에 없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서.

◇ 김현정> 지금 사실은 이 책들이 품절 사태가 벌어져서 서점에서도 구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저희가 어렵게 파본 하나를 구했어요. 그래서 지금 제가 들고 있어요. 아주 귀한 책인데 글을 잠깐 좀 읽어보겠습니다.

◆ 이수지> 네.

◇ 김현정> "해는 이글이글 뜨겁다 나무도 시들, 우리도 시들시들하다. 그때 뻐꾹뻐꾹 뻐꾸기 소리가 들렸다. 노랫소리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훅 바람이 세게 불었다. 폭풍이 오려다 보다. 갑자기 주변이 깜깜해지더니 하늘이 우르릉 댄다. 깜짝 놀란 파리들이 시끄럽게 붕붕댄다. 아, 무섭다. 번개가 번쩍번쩍 천둥은 쿵쿵쿵." 쭉 이렇게 가다가 마지막 한 장에는 "여름이 왔다". 이렇게. 아니, 이 작가님, 그러니까 이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기 스토리를 집어넣는 거예요? 어떤 의도일까요?

◆ 이수지> 그렇죠. 그러니까 사실 지금 읽어주신 부분도 원래 그, 이게 비발디의 <사계> 중에서 여름 편을 모티브로 한 책인데요. 그 원래 비발디의 <사계>의 매 계절마다 첫 악장에 시가 실려 있거든요. 그 시를 지금 어린이의 일기처럼 그 말들을 바꿔서 넣은 거고요. 그러니까 어떤 장을 1악장을 시작할 때, 2악장을 시작할 때 그런 분위기를 느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넣은 글이고 그다음에 사실 글이 정말 하나도 없고 '여름이 왔다' 그러고 끝나잖아요.

◇ 김현정> 네.

◆ 이수지> 그 안에서 사실은 모든 이야기가 몰아치는 건데 오로지 그거는 보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폭풍이 치고 아이들이 놀고 하는 그 서사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한 거죠.

◇ 김현정> '얘들아 그림 보면서 그 이야기는 너희들이 머릿속으로 만들어내면 돼. 상상을 마음껏 하렴' 이런 거군요.

◆ 이수지> 그렇죠. 그러니까 글이 있으면 사실 글이 주는 또 서사와 그 즐거움이 있지만 또 글이 없을 때는 읽을 것이 없기 때문에 자기 마음 속의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이수지> 그렇기 때문에 생겨나는 감정은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 김현정> 어떻게 동화 그림책 작가가 되셨어요? 이 작가님.

◆ 이수지> 저는 그냥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였고요. 제 책 중에 <나의 명원화실>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게 저 어렸을 때 얘기인데요. 본인이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꼬마였다가 나중에 계속 그려서 그림을 잘 그린다고 그러니까 진짜인 줄 알고 믿고 나중에 미술대학을 가게 돼요.

◇ 김현정> (미술을) 전공하셨어요.

◆ 이수지> 네, 그래서 미술대학에 갔는데 순수미술을 하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매체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때까지도 제가 그림책 작가가 된다거나 이렇게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고요. 그림책이라는 장르가 그때쯤에 막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정말 좋은 그림책들이 소개되기 시작했었고 또 우리나라 창작그림책 작가들이 정말 막 나오기 시작하면서 자기의 장르를 구축해 갔던 격동기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세대를 받으면서 또 동시에 미대에서 아티스트북이라는 어떤 새로운 장르를 알게 돼서 그러면 책이라는 것과 그림은 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뭘까라고 공부를 하고 하다 보니까 이 멋진 세계에 와 있더라고요.

◇ 김현정> 멋지죠.

◆ 이수지> 네, 너무 멋집니다.

◇ 김현정> 너무 멋지죠. 그런데 이수지 작가님도 나이가 있으시고 어른의 삶을 현실에서는 사시잖아요.

◆ 이수지>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어떻게 그 아이들 같은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어떻게 영감을 얻어가면서 작품활동을 하십니까?

◆ 이수지> 저도 궁금한데요. 그런데 항상 드는 생각은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어린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모든 것이 다 궁금하고 또 궁금하면 가서 만져봐야 되고 해 봐야 되고 열어봐야 되고 하는 그런 마음으로 자꾸 뭔가를 하다 보면 나중에 제가 어린이인지 어른인지 그런 생각은 딱히 안 하는 것 같고요.

◇ 김현정> 그럴 수 있네요. 사실은 아이들이 책을 많이 못 읽어요. 예전만큼. 예전에 저 막 어린이 전집, 이런 거 사다놓고 동화책, 그림책 막 보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문제집 하나라도 더 풀어야 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런 그림책, 동화책 볼 시간이 없다고들 하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보면서 조금 안타까운 점 혹은 부모님들께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이수지> 네, 그렇죠. 그런데 그거는 어떤 시대의 추세이기도 하고 또 동시에 또 영상매체도 지금은 더 득세를 하기 때문에 사실 그림책이 살 곳이 점점 사라진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그것은 어떻게 보면 정말 이 세계가 즐거운 세계고 좋은 세계다라는 것을 경험을 하고 나면 그 세계로 자꾸 들어오고 싶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또 다른 것보다 그림책은 그야말로 물건이잖아요. 그러니까 디지털 매체라든가 다른 것들은 하여튼 계속 뭔가 어디로 들어가서 찾아야 되고 그 한계가 없는 세상이라서 좋은 만큼 내것이 아닌 것들도 너무 많고 그런데 사실 저는 그림책이 이렇게 많이 그냥 발에 치이는 물건이라서 되게 좋아하거든요.

◇ 김현정> 손에 잡을 수 있는 이런 실체가 있는 물건이어서.

◆ 이수지> 그렇죠. 그래서 그 물건들이 되게 널브러져 있고 그냥 그런 환경에서 손이 닿아서 잡았는데 '이 책이 괜찮네' 하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한다면, 여러 번 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책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하다기보다는 정말 내 마음속에 들어온 뭔가 강력한 어떤 기억이 정말 단 한 번이라도 있다면 저는 그 어린이는 다시 책으로 돌아올 거고 그다음에 나중에 멋진 어른으로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어른으로 성장할 거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저희 같은 작가들은 그리고 이 그림책 동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 가능성을 보고 좋은 곳을 아름다운 곳을 만들어 가려고 애쓴다고 생각해요.

◇ 김현정> 너무 좋은 말씀이에요. 한번이라도 그런 경험을 한 아이는 다른 삶을 살 것이다.

◆ 이수지> 네.

◇ 김현정> 정말 귀한 말씀입니다. 이수지 작가님, 앞으로도 좋은 활동 많이 해 주시고요. 응원하고 기대하겠습니다.

◆ 이수지> 감사합니다.

◇ 김현정>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 이수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죠. 안데르센 상.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수상했습니다. 이수지 작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