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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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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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1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 (변호사)
직접 가해자 44명, 간접도 75명…처벌은 '0명'
가해자 부모부터 경찰, 검찰까지 2차 가해
유튜브 채널서 가해자 신상공개…찬반 논란
국민 공분 대변 vs 불법 사적제재, 돈벌이 수단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손수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다룰 사건, 이번 주에 정말 핫했던 사건이죠.
◆ 손수호> 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입니다.
◇ 김현정> 꽤 된 사건인데 많은 사람들이 다시 공분하고 있습니다.
◆ 손수호> 20년 전에 벌어진 사건이잖아요. 이후에 한공주, 시그널을 비롯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 사건을 다루면서 그때 한때 관심을 좀 모으기도 했는데요. 중간중간에. 최근 한 유튜버가 이 사건을 다루면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때 가해자가 우연히 목격되면서 이게 불거진 거죠?
◆ 손수호> 맞습니다. 어떤 유튜버가 제보를 받았는데요. 백종원 씨가 전국에 식당을 다니면서 음식 맛보는 영상이 있는데요. 2년 전 영상에 밀양 사건 가해자 중에 1명이 그 식당 직원으로 출연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죠.
◇ 김현정> 그러니까 유튜브에 2년 전에 출연한 게 어떻게 지금 알려졌어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리고요. 그 유튜버는요. 그 직원의 신상을 공개한 걸 넘어서 이어서 1명을 더 공개했고요. 또 다른 유튜버가 1명의 신상을 더 공개했거든요. 지금까지 3명의 신상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 김현정> 궁금해 하던 분들조차도 그런데 이렇게 막 공개해도 되는 거야? 이런 생각했었거든요.
◆ 손수호> 사실 실제 가해자라 하더라도 지금 시점에 동의 없이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죠.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인데요. 이 문제는 뒤에 다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 김현정> 밀양 여중생 사건. 이게 어떤 내용인지 그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보죠.
◆ 손수호> 2003년 6월 울산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A양이 실수로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이때 전화를 받은 사람이 밀양에 있는 고등학교 2학년 김 모군이었는데요. 전화를 바로 끊지 않고 대화를 하다가 온라인 채팅으로 넘어갔습니다.
◇ 김현정> 온라인 채팅으로.
◆ 손수호> 네.
◇ 김현정> 그게 이 비극의 시작이었던 겁니까?
◆ 손수호> 네, 당시 김 군이 밀양연합에 속해 있었는데요.
◇ 김현정> 이러면 보통 비행청소년들 모임이잖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 당시에 유명한 만화에 인천연합, 이런 것들이 나오기도 했었죠. 밀양연합은 실제로 밀양 지역 비행청소년 일진들의 모임이었습니다. 김 군은 A양과 채팅하면서 A양의 친동생에게 그 모임의 두목급인 박 모군을 소개해 줄 정도로 가까워졌어요. 그렇게 반년 정도 지난 2004년 1월 범행을 계획한 김 군 일당이 A양에게 밀양으로 놀러오라고 했고요. A양이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 밀양으로 왔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성폭행을 당했던 건가요?
◆ 손수호> 네, 밀양에 있는 한 여인숙에 끌고 가서 둔기로 폭행하고 집단으로 성폭행을 했고요. 또 그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위협도 했고요. 그리고 첫 범행 후 11개월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서 A양을 불러내서 때리고 성폭행하고 촬영했습니다.
◇ 김현정> 촬영한 내용이 있으니까 그걸 가지고 또 협박해서 집단 성폭행하고 집단 성폭행하고 그렇게 수개월, 11개월이 지난 건데 참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 손수호> 그렇습니다. 당시 CBS 기사에 따르면 더 추악한 범행도 있었는데 너무 자세히는 전하지 않겠고요. 이렇게 범행이 이어지면서 집단 강간에 가담한 인원이 계속 늘어났어요. 그리고 A양의 여동생, 또 사촌 언니를 불러내서 때리고 금품을 빼앗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 김현정> 신고 못 한 건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영상으로 협박했기 때문일 거고요.
◆ 손수호> 네, 그렇습니다. 학교에 또 전화해서 다 알리겠다, 이런 협박도 했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당시 인터넷에 영상이 공개되면 되돌릴 수가 없으니까 1년 가까이 수십 명에게 끔찍한 일을 당하면서도 신고를 못 했습니다. 그리고요. 가족들에게서 도움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었어요.
◇ 김현정> A양 가족 도움은 왜 어려웠습니까?
◆ 손수호> A양의 아버지가 알코올 의존증에 가정폭력을 일삼는 사람이었고요. 견디다 못한 어머니가 사건 벌어지기 얼마 전에 이혼을 하고 따로 나가 살았습니다. 그 뒤로 아버지의 폭행이 A양에게 집중됐거든요. 그러다 보니 A양이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었던 거죠.
◇ 김현정> 그러다가 어떻게 드러난 거죠? 세상에.
◆ 손수호> 한참 지난 2004년 12월입니다. 벌써 11개월 동안 당한 거죠. 우연히 A양을 만난 이모가 뭔가 이상한 거를 느껴서 대화를 하다가.
◇ 김현정> 이모가.
◆ 손수호> 네, 범죄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A양의 어머니와 함께 경찰에 가서 신고를 했는데요. 사실 범행 수법이 너무 노골적이었고 또 밀양이 크지 않고 좁잖아요. 그러다 보니 경찰이 며칠 만에 가해자 대부분을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 A양 외에도 인근의 여중생, 여고생 등 총 5명이 이들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 김현정> 가해자가 무려 44명이었던 거예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직접적인 행위를 한 게 44명이고요. 망을 보거나 범행을 촬영하면서 가담한 사람도 무려 75명이에요.
◇ 김현정> 합하면 그럼 100명이 넘어가요?
◆ 손수호> 네, 120명에 가까운 거죠. 그런데 직접 성폭행을 한 44명 외에는 모두 훈방 조치됐습니다.
◇ 김현정> 이게 지금 진짜 와 소리가 날 정도로 끔찍한 성폭행 사건인데 어떻게 이게 그냥 이렇게 훈방 조치가 됐습니까?
◆ 손수호> 그리고요. 그 44명에 대한 조치도 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13명은 피해자 A양의 아버지가 돈을 받고 합의해 줘가지고요. 공소권 없음으로 끝났어요.
◇ 김현정> 돈 주고 합의해 주면 이런 사건도 끝이 납니까?
◆ 손수호> 지금은 법이 바뀌어서 그렇지 않지만 당시에는 강간죄, 강제추행죄가 친고죄였기 때문이죠.
◇ 김현정> 친고죄라면 고소를 해야 처벌 가능한 거죠? 당사자가.
◆ 손수호> 그리고 일단 고소했다 하더라도 합의가 이루어져서 고소를 취소, 취하하면 처벌할 수 없게 되는데요. 당시 13명의 피해자가 합의했기 때문에 이렇게 종결이 됐고요. 그리고 이 합의 관련해서도 잠시 후에 다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중요한 부분들이 있어서요. 그리고 나머지 31명 중에서도 20명은 소년부로 송치됐고 또 1명은 다른 사건에 연루돼서 다른 청으로 송치가 됐거든요. 검찰이 이 사건으로 기소한 건 10명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럼 그 10명만 처벌을 받은 겁니까?
◆ 손수호> 그것도 아닙니다. 그것도 아닙니다. 당시 법원은 이렇게 봤는데요.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진학이나 취업이 결정된 상태였고 또 청소년들이 성적 호기심이나 충동적인 집단 심리로 저지른 우발적 측면이 있다. 이런 부분을 참작해서 소년부로 보냈습니다.
◇ 김현정> 소년부로 보낸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였죠?
◆ 손수호> 소년법에 의해서 형사처벌 대신에 보호 처분을 할 수 있게 되는 건데요. 소년부 판사가 수강 명령, 사회봉사 명령, 소년원 송치 처분 등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형사처벌 대신에 교화를 위한 처분인 거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다른 범죄로 처벌받은 1명 외에는 이 사건으로 처벌받은 사람이 없는 거예요.
◇ 김현정> 그렇습니다. 이렇게 끔찍한 사건인데 피해자 5명, 11개월 동안 수십 명에게 성폭행. 그런데도 아무도 처벌하지 않고 넘어가기 때문에 공분이 상당했어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런데 더 화나는 일이 있습니다. A양은 수사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피해를 입었어요. 경찰에 신고한 A양의 어머니가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여러 차례 경찰에 부탁했고 경찰도 알겠다고 했습니다만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어떤 식으로요?
◆ 손수호> 우선 조사 시에 여성 경찰이 동석을 해야 하고 A양도 요구를 했습니다만 경찰이 이걸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경찰서에 범인 식별실이 따로 있었는데요. 공간이. 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은 조사실 안에서 서로 마주 본 상태로 앉힌 다음에 지목을 하게 만든 거예요. 다 공개가 된 거죠. 그러다 보니 수사 시작 직후에 가해자 가족들이 A양을 둘러싸고 어디 제대로 사나 보자, 몸조심해라.
◇ 김현정> 협박했군요.
◆ 손수호> 이런 위협까지 가했습니다.
◇ 김현정> 경찰이 너무 무관심했네. 물론 20년 전 일입니다만 너무 무관심했네요.
◆ 손수호> 그런데요. 이렇게 피해자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걸 넘어서 경찰이 직접 가해를 하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어떤 식으로요?
◆ 손수호> 한 경찰관의 일인데요. A양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너는 밀양 애도 아닌 게 왜 여기 와서 밀양 물을 흐리냐. 먼저 꼬리친 거 아니냐? 이런 발언을 했고요. 심지어 놀랍게도 노래방 도우미에게 이 A양의 실명을 말하면서 그 A양이랑 너랑 똑같이 생겨서 밥맛 떨어진다. 이런 말을 했거든요.
◇ 김현정> 경찰이 노래방 놀러 갔다가 도우미한테 이런 말을 했다고요?
◆ 손수호> 이 말을 들은 노래방 도우미가 제보를 했어요. 결국 법원이 이 해당 경찰관 그리고 국가가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까지 내렸습니다.
◇ 김현정> 판결을 내린. 이러다 보니까 이게 참 믿을 수가 없다. 너무 충격적이다. 화가 난다 이랬던 건데 그 당시에 또 다른 일도 있었습니까?
◆ 손수호> 네, 검찰도 부적절한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는데요. A양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생이랑 짜고 이야기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물었고요. 그리고 또 다른 일 때문에 밀양에 간 적이 있다는 거를 언급하면서 나 같으면 한 번 당한 다음에 밀양 쪽은 쳐다보기도 싫었을 것 같은데 왜 어떻게 또 갔냐? 이렇게 물었는데요. 물론 수사를 철저히 하고 제대로 하기 위해서 필요한 질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당시 그 끔찍한 성범죄를 당한 이런 어린 피해자에게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질문이었죠.
◇ 김현정> 수사상 필요한 질문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거니까.
◆ 손수호> 맞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참 A양 가족들은 결국 쫓겨나다시피 서울로 이사를 했다면서요.
◆ 손수호> 네, 그렇습니다. 특히 2005년 당시에 밀양 성폭행 상담소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했고 이게 보도가 됐는데 당시 이 사건의 책임이 여자에게 있다는 응답이 무려 64%였습니다. 뭐, 이런 정서 또 분위기 속에서 A양의 신상과 얼굴까지 다 공개되었기 때문에 그냥 머물러 있기는 힘들었겠죠.
◇ 김현정> 그래서 밀양 떠나서 서울에 와가지고는 잘 정착했습니까?
◆ 손수호> 그게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심각한 우울증세 그리고 또 정서불안 증세를 보였고요. 여러 차례 자살 시도까지 했어요. 결국 가족들이 A양을 폐쇄 병동에 입원시켰는데요. 그런데 황당하게도 이때 A양의 아버지가 고모와 고모부를 대동하고 가해자 부모들과 함께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 김현정> 가해자와 함께 병원을 왔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 손수호> A양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때리면서 힘들게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 김현정> 아까 아버지가.
◆ 손수호> 아버지가. 사건 발생 후 서울로 이사할 때도 아무런 도움을 안 줬어요. 그런데 갑자기 병원에 와가지고 A양을 퇴원시키더니 합의를 강요했습니다. 이 병원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당시 규정상. 아버지가 데려간다고 하니까. 그래서 A양은 50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몇몇 가해자와 합의를 했습니다. 선처를 구한다는 탄원서까지 써줬거든요. 그런데 그 합의금 5000만 원 A양에게 한 푼도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어디로 갔어요? 그 돈은.
◆ 손수호> A양 어머니에 따르면 고모 등 친척들이 합의를 주도하더니 합의금을 두고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나눠서 가져갔다. A양은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요. 억지로 합의했더니 돈은 또 어른들이 가져가버리고 크게 좌절하고 가출을 했습니다. 당시 실종됐다는 기사도 나왔는데 다행히 어머니를 다시 만났고요. 어머니가 소송을 통해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한 후에 함께 서울에 정착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서울에 다시 정착해서는 좀 평범하게 살았어요?
◆ 손수호> 그게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서울에 있는 학교로 전학 가려고 했지만 학교마다 빈자리가 없다면서 전학을 받아주지 않았거든요.
◇ 김현정> 전학을 받아주질 않았어요?
◆ 손수호> 당시 전학을 거절한 한 고등학교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받아주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런 애들을 받아주기는 좀 그렇지 않았냐. 그래서 한참을 학교도 못 가다가 도움을 준 사람들 덕분에 겨우 전학을 가긴 했습니다.
◇ 김현정> 참 사회가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이게 뭔가 싶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참 이게 너무 불쌍한 일인데요. 학교를 간 후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가해자의 부모들이 학교로 찾아왔어요.
◇ 김현정> 왜요?
◆ 손수호> 탄원서 써 달라고.
◇ 김현정> 탄원서 써 달라? 지금 처벌받은 사람 몇 명 되지도 않는데 또 찾아와서?
◆ 손수호> 그래서 수시로 찾아와가지고 부모들을 피해서 A양이 화장실에 숨어 있는 등 학교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었거든요.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말았고요. 당시 A양 어머니에 따르면 새벽이고 밤이고 집에도 찾아왔대요. 합의서 써달라고.
◇ 김현정> 합의서 써달라고.
◆ 손수호> 그래서 주위에서 그냥 써주고 끝내라는 식으로 말을 했기 때문에 A양이 너무 괴로워하다가 결국 써줬다고 합니다.
◇ 김현정> 이게 1980년대, 70년대 일이 아니라 2000년대 일이라는 게 놀라워요.
◆ 손수호> 네, 그렇습니다. 사실 수사하던 경찰이 여러 가지 잘못을 해서 손해배상금 받았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사실 그게 국가든 가해자든 받은 돈의 실질적으로, 실제로 받은 돈의 전부입니다. 그래서 어렵게 살 곳을 구하긴 했는데 그 후에 어머니마저 몸이 불편해서 일을 할 수 없게 됐어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고요.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학업도 중단한 A양, 연고 없는 서울에서 어떻게 지냈을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걱정이 크게 됩니다.
◇ 김현정> 바로 이 사건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인데 다시 이 사건이 20년 만에 주목받은 이유는 아까 어떤 유튜브 때문이라고 그랬잖아요.
◆ 손수호> 네. 가해자 중 한명이 백종원씨의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한 유명 식당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는데요. 피해자는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할 수도 없게 됐는데, 가해자는 버젓이 잘 살면서 결혼해서 딸을 아끼는 모습이 드러나자 네티즌들이 크게 분노한거죠. 해당 식당의 리뷰에 비난 글들이 도배되더니, 급기야 그 식당이 농지에 세워진 불법 건축물이라는 주장까지 나왔고요, 결국 해당 식당은 철거됐습니다.
◇ 김현정> 그 식당도 잘한 것은 없지만, 뜻하지 않게 유탄을 맞게 됐네요.
◆ 손수호> 이 사실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이 이어서 또 한 명의 가해자 근황을 폭로했는데요. 개명까지 한 뒤에 수입차 전시장에서 딜러로 일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이 영상이 알려지자 그 가해자는 본인의 SNS를 비공개로 돌리고 잠적했고요, 해당 회사는 그 직원을 해고조치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 김현정> 세 번째도 있었죠?
◆ 손수호> 다른 유튜버가 세 번째 가해자 근황을 폭로했는데, 처음 두 건을 공개한 유튜버는 이에 대해 ‘가해자 중 한 명인 것은 맞지만 세부 내용이 틀린 게 많다’고 지적하고 나선겁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많은 제보가 들어와서 주동자 44명의 신상을 전부 알고 있으며, 심지어 가해자들이 ‘나는 공개하지 말아 달라’며 다른 가해자들의 신상을 알려주고 있다고도 말했어요. 이 유튜버는 44명을 모두 공개하겠다는 입장이고요.
◇ 김현정>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공개를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불이익을 주게 되잖아요.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요?
◆ 손수호> 당연히 안 됩니다. 사적 제재, 즉 사적인 개인이 다른 누군가를 개인적으로 처벌할 권리는 없고요, 그 대상이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라고 해도 마찬가지죠. 이렇게 신상을 공개해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형법상 명예훼손 또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소지가 큽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막대한 고통을 받고 만신창이가 된 피해자는 아무런 보상이나 지원을 받지 못했고, 가해자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버젓이 생활하고 있으니 국민 대다수가 분노할 수밖에 없다는 부분도 있죠. 유튜버들이 그런 분노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 자체로 불법이지만 한편으로는 박수를 받고 있는 건데요.
◇ 김현정> 그렇다고 이런 유튜버들을 용인해줄 수도 없잖아요.
◆ 손수호> 말씀드린 것처럼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해서 여론의 질타를 받게 하는 것 자체가 형법상 위배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진위가 불분명한 정보를 퍼뜨릴 경우에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 우려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행위가 정말 피해자를 위하는 길인지도 따져봐야 하는데요. 지금 이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린 유튜버는 피해자의 가족들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며 가해자들을 공개했지만, 피해자 측에서는 전혀 허락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다시 냈죠. 생각해보면, 지난 20년간 이 사건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유무형의 고통을 당해온 피해자가 이 사건이 또다시 화제가 되는 것을 원할지 의문이에요. 결국 이 유튜버가 사적제재라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대중의 관심을 모아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기도 하고요.
◇ 김현정> 하지만 모든 것이 비정상적인 사건이었다 보니까 이렇게라도 바로잡고 싶은 마음들이 있는 것 같아요.
◆ 손수호> 서두에도 말씀드렸지만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다 보니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뤄졌고, 그때마다 다시 이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국민적인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이미 우리 사법체계 아래에서 모든 절차가 다 끝난 사건인데요. 다시 수사하고, 재판을 해서 제대로 처벌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여론 재판을 통해서라도 가해자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고 싶은 마음이야 다 마찬가지겠지만, 그렇게 해봐야 ‘잘못하면 나중에라도 망신당하니까 조심하라’는 경고 외에는 사회적인 이득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피해자에 대해 지금이라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는 것이 더 유익하고, 더 나아가 다시는 이런 끔찍한 범죄가 벌어지지 않도록, 다시는 이렇게 가해자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세상을 활보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죠.
◇ 김현정> 탐정 손수호. 최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뤄봤습니다. 지금까지 손수호 변호사였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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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금) [탐정 손수호] "밀양 여중생 원치 않는 대리 응징? 어떻게 볼 것인가"
202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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