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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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25(수) [인터뷰] 카이스트 실패연구소장 "가장 망한 과제에 상 주는 이유?"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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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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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성호 (카이스트 실패연구소장, 전산학부 교수)



실패 자랑대회…마상·떡상·연구대상 등 선정
카이스트, 실패 두려움 없는 도전정신 필요
2021년…총장이 직접 실패연구소 설립 제안
16년 차 교수·연구자로 밥 먹듯이 실패 경험
실패 자랑, 대학 넘어 우리 한국 사회에도


성공 주간, 희망 주간, 칭찬 주간, 이런 말은 들어봤어도 실패 주간이란 말 들어보신 적 없죠? 카이스트에서 앞으로 2주간 카이스트 실패 주간이라는 걸 정하고 자신의 실패를 자랑하는 그런 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니까요. 망한 과제 자랑하기, 망한 작품 전시하는 사진전, 이런 게 열린다고 하더라고요. 이 행사를 왜 만들었고 학생들 반응은 어떤지 카이스트 실패 주간 행사를 기획한 곳, 카이스트 실패연구소, 이런 연구소가 있는지 몰랐네요? 실패연구소 조성호 소장 연결해 보겠습니다. 조성호 소장님 안녕하세요.

◆ 조성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전산학부 교수시네요.

◆ 조성호> 예.

◇ 김현정> 아니, 카이스트 실패 주간. 지금 칭찬 주간, 성공 주간, 희망 주간 해도 모자랄 판에 이 실패 주간이라는 게 무슨 말입니까?

◆ 조성호> 말씀하신 대로 저희 카이스트에서 지난 월요일부터 해서 한 2주간 카이스트 교내 창의학습관에서 실패 주간 행사를 열리고 있는데요. 본 행사는 한마디로 말해서 카이스트 학생들이 스스로 경험한 실패들을 마음껏 발표하고 다른 사람 친구들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 행사입니다.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을 하는 거예요? 2주 동안.

◆ 조성호> 실패의 순간을 담았던 사진들도 전시되고 있고요. 11월 1일에는 그 말씀하신 망한 과제 자랑대회를 개최할 예정이고 마지막 날인 11월 3일에는 심리학 전공 교수님들께서 실패 관련 강연을 해 주실 예정입니다.

◇ 김현정> 망한 과제 자랑하기 대회. 그러면 망한 과제들, 그 실패물을 가지고 나와서 자랑을 하는 거예요? 이만큼 망했다?

◆ 조성호> 네, 그런 거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럼 우리 소장님도 당연히 심사위원이실 텐데 어떤 기준.

◆ 조성호> 사실은 제가 직접 심사를 하지 않고요. 그날 발표회 현장에서 참석자 또 다른 학생들이 되겠죠. 그분들이 투표를 해서 심사할 예정입니다.

◇ 김현정> 어떤 수상 기준을 가지고 계세요? 심사 기준을.

◆ 조성호> 저희가 지금 준비한 상은 인기상, 마상, 떡상, 연구 대상, 이렇게 선정하려고 하는데요.

◇ 김현정> 마상이 뭐예요? 마상.

◆ 조성호> 가장 마음 아픈 실패를 발표해 준 친구한테 주는 상.

◇ 김현정> 마음의 상처. 마상, 마상 입었다 할 때 그 마상이에요. 그러면 떡상은 뭐예요?

◆ 조성호> 가장 응원하고 싶은 발표자, 들었을 때 이 친구들 우리 응원하고 싶다. 이제 그런 친구에 든 상을 떡상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 김현정> 재미있습니다. 아까 상 이름 중에 연구 대상도 있더라고 연구 대상. 그거는.

◆ 조성호> 이거는 실패를 가장 흥미롭게 잘 풀어서 설명해 준 친구. 일종의 1등 같은 거죠.

◇ 김현정> 1등이 연구 대상이에요. 재미있네요. 재미있네요. 이미 사진전 같은 거는 지금 열고 있으니까 교수님, 소장님 보셨을 텐데 실패의 순간을 담은 사진들은 어떤 게 출품이 됐습니까?

◆ 조성호> 많은 사진들이 출품됐고 그 사진들이 각자 우리 학생들이 경험한 실패를 잘 담고 있다고 생각이 되는데 오늘 여기서 몇 개 소개해 드리면.

◇ 김현정> 한번 유튜브와 레인보우로 그 사진들 보면서 좀 설명 들어볼까요? 한 사진의 제목은 제자리걸음이네요?

◆ 조성호> 러닝머신 사진인데요. 러닝머신을 위해서 열심히 달려도 항상 제자리인 거죠. 그 사진을 찍은 학생은 본인이 열심히 노력을 하는데 자신이 발전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다는 것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 머신에는 운동량 측정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 걸음수가 계속 올라가고 있어요.

◇ 김현정> 맞아요.

◆ 조성호> 그래서 당장은 인식하기는 어렵지만 노력이 쌓여서 결국 큰 성공이 다가올 거 예상할 수 있다. 그런 걸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제자리걸음 같지만 그리고 나는 계속 실패하고 이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지만 내 칼로리는 소모되고 있듯이 뭔가가 쌓이고 있다.

◆ 조성호> 바로바로 성과가 보여지는 건 아니잖아요.

◇ 김현정> 그러네요. 또 다른 사진 한 장 더 볼까요? 누군가 일으켜준다면이라는 사진도 보여요 이건 뭔가요?

◆ 조성호> 그거는 제가 학교 캠퍼스 어디 잔디밭에 의자 하나가 눕혀져 있는 거잖아요. 사실 멀쩡한 의자인데 넘어져 있어서 제 역할을 지금 못 하고 있어요. 그런데 누군가가 일으켜 준다면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실패한 사람도 조금만 도움을 준다면 금방 회복하고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걸 표현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좋은 뜻이 담겨 있는 사진이네요.

◆ 조성호> 다양한 행사, 좋은 사진들이 굉장히 많아요.

◇ 김현정> 굉장히 많아요. 실패 연구소라는 건 이건 언제 만들어진 거예요?

◆ 조성호> 이거는 사실 실패 연구소는 지난 2021년 6월 설립됐는데요. 이광형 총장님께서 취임하시면서 카이스트가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로서 체질을 개선해야 된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이를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는 과감한 도전정신이 필요하고 그래서 직접 총장님께서 실패 연구소 설립을 제안하셨습니다.

◇ 김현정> 대학 총장님이 실패 연구소를 만들자. 여기 소장님도 보니까 지금 무슨 인문학 쪽 전공자가 아닌 전산학과 교수님이 맡으셨어요. 그건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까?

◆ 조성호> 아니, 그냥 총장님이 저보고 어느 날 저를 부르셔서 한번 마음껏 해보라고 하셔서.

◇ 김현정> 거기에는 특별한 의미는 있는 거 아니군요.

◆ 조성호> 맡기게 된 거고요.

◇ 김현정> 제일 실패 많이 하셨을 것 같은 분을 모신 건 아니에요?

◆ 조성호> 그럴 수도 있고요. 그런데 사실 저도 처음에는 좀 막막하긴 했어요. 제가 전문 분야도 아니고 그런데 저도 제가 생각해 봤을 때 제가 한 16년 교수 생활을 하는데 그동안 제가 해왔던 어떤 삶하고 어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저한테 주어졌다고 생각하니까 저도 나름 한번 해보자. 좀 설렌 부분도 있었고요. 그래서 제가 평상시에 생각했던 거를 한번 이번 주어진 이 자리를 통해서 한번 실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 김현정> 그래서, 교수님은 성공한 학자십니다만, 교수님도 실패 경험이 좀 많이 갖고 있으세요?

◆ 조성호> 저는 사실 밥 먹듯이 실패, 실패에 무딜 정도로 실패 많이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하는 일이 제가 직업이 연구가 제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연구 과정에서는 실패가 다반사고. 가령 저희가 연구실은 국가 과제, 연구 과제를 따야 되는데 그래서 열심히 학생들과 같이 준비해서 과제 제안서를 제출하고 발표 평가하면 가서 똑 떨어지는 게 부지기수고 예를 들어서 야구 선수가 3할 타자면 되게 잘 친다고 하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조성호> 대충 거기랑 비슷한 것 같아요. 한 열 번 지나서 치면 세 개 정도 붙고 일곱 개 떨어지고.

◇ 김현정> 그렇게 실패했을 때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어떤 팁 같은 게 있다면 뭘까요?

◆ 조성호> 다시 일으킬 수 있는 팁. 사실 이게 사례 얘기해도 알 것 같은데 논문이나 이런 걸 과제를 제안서를 썼을 때 떨어진다고 해서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평가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또 다시 개선하고 향상시켜서 그걸 다시 선정될 때까지 그 시도를 하는 거거든요.

◇ 김현정> 선정될 때까지 당연히 시도를 하는데 그 시도를 다시 하게끔 나를 추스르는 뭔가가 있어야 되잖아요. 뭐를 통해서 회복할 수 있어요?

◆ 조성호> 저는 그게 좀 제가 생각하기에는 제가 살면서 확신이 든 게 제 인생에는 세상에서는 100% 좋기만 하고 또 100% 나쁘기만 한 건 없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실패도 나쁜 것만은 아닌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제가 우리 학생 사례를 하나 들면 제 대학원생 친구 중에 제 학생 중에 고3 때 수능 시험에서 수학 답안지 밀려서 점수가 제대로 안 나와서 재수를 하게 된 케이스가 있어요.

◇ 김현정> 수능 시험에서요? 내신도 아니고 수능에서.

◆ 조성호> 결정적인 순간. 그래서 그 친구가 저한테 얘기해 줬는데 처음에는 되게 힘들고 우울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1년 다시 대학 준비하면서 입시 공부를 열심히 학원 다니면서 하면서 자기가 고등학교 때 놓친 거를 깨달았다고 하더라고요. 이래서 고등학교 때는 바쁘게 공부만 하느라고 사실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 자기가 뭐가 되고 싶은지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공부만 하고. 그래서 만약 고3 때 바로 대학을 갔으면 점수에 맞춰서 정말 본인이 뭘 원하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학과를 선택했을 텐데 그 1년 재수하는 기간이 자기가 그런 걸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기간이 되었다고 말하더라고요.

◇ 김현정> 어떻게 보면 전화위복, 나를 돌아볼 수 있는,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들이 그 시간이었다.

◆ 조성호> 그렇죠. 지금 제 연구실에서 대학원생으로 아주 훌륭하게 연구를 잘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우리 학생들한테 제가 하는 얘기가 혹시 아직 실패를 많이 안 해봤다면 그걸 더 걱정해야 된다고 제가 말하기도 하거든요. 실패를 실컷 해봐라. 젊었을 때 신나게 실패를 해보는 게 오히려 나중에 인생을 위한 엄청난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 김현정> 좋은 말이네요, 선생님. 실패, 특히 젊은이들에게 하는 말. 실컷 해봐라. 그때 하는 실패는 다 약이 된다. 그런 말씀.

◆ 조성호> 사실 젊었을 때는 실패해도 크게 다칠 것도 없고.

◇ 김현정> 잃을 것도 없고.

◆ 조성호> 잃을 것도 없고.

◇ 김현정> 그렇다고 일부러 실패할 필요는 없고 하지만 도전을 그만큼 두려워하지 말라 그런 말씀이신 거죠.

◆ 조성호> 맞습니다.

◇ 김현정>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의 다른 이야기가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요즘 대학생들, 카이스트 학생들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의 고민은 뭐예요? 최대 고민은.

◆ 조성호> 열심히 공부해 갖고 좋은 직장 가고 자기가 원하는 거를, 그게 막연한 거죠. 아직 학생 시절에는. 그게 아직 가지 않으니까. 그런 고민들을 하지 않을까요?

◇ 김현정> 취업이에요? 최대 고민은 그래도 취업이에요? 현실적인.

◆ 조성호> 그러니까 뭐 그게 학생마다 다 다양한 생각을 하고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 다양할 테니까 제가 그걸 일반화시킬 수는 없을 텐데.

◇ 김현정>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 조성호> 아마도 본인이 뭘 하고 살고 싶은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아직 정립이 안 되고 그런 걸 찾아내고 싶고 그런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고민은 취업일 테고 저도 많은 젊은이들 문자도 받아보고 인터뷰도 해보고 이러면 현실적인 고민은 취업인데 더 근본적인 고민은 내가 지금 잘 가고 있는 건가.

◆ 조성호> 그렇죠.

◇ 김현정> 너무 정신없이 입시만을 향해서 그냥 어느 대학에 몇 점으로 어떻게 붙을 수 있지만 생각하고 달려왔다가 대학생이 딱 되고 나니까 이 길이 맞는 건가. 이 방향이 맞는 건가, 여기에 대한 고민을 엄청 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실패 연구소에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 조성호> 지금 저희가 지금 실패 주간 행사도 하고 있는데 이거는 우리 학생들을 위한 작은 시도거든요. 그런데 우리 학생들뿐만 아니라 우리 학교 구성에는 사실 교직원분들도 계시잖아요. 교수님도 계시고 직원 선생님들도 계시고. 그래서 우리 카이스트 구성원 전체를 위한 어떤 실패 연구소가 되는 게 제 단기적 목표고 그다음에 카이스트를 떠나서 저희가 뭔가 제가 카이스트를 통해서 역량이 쌓이면 다른 대학 또는 우리 한국 사회 전체에서도 그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어떤 그런 역할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우리 한국 사회가 다 실패를 좀 넉넉하게 품어 안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거기에 뭔가 역할을 하고 싶으시다는 좋은 포부까지. 교수님 인터뷰 마칠 건데요. 오늘 인터뷰는 실패입니까, 성공입니까?

◆ 조성호> 조금은 실패한 거 같습니다.

◇ 김현정> 오늘 인터뷰도 썩 마음에 들게 답변한 것 같지는 않으세요?

◆ 조성호> 다시 하라고 하면 더 잘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우리가 실패 연구소이기 때문에 너무 인터뷰가 매끄럽고 완벽해도 약간 취지에 어긋납니다. 그래서 이 정도 느낌 좋았던 것 같고 다음번에 한 번 더 우리가 인터뷰하게 되면 조금 더 성공에 한 발짝 다가갈 걸로. 오늘 귀한 말씀 대단히 고맙습니다.

◆ 조성호> 감사합니다.

◇ 김현정> 감사합니다라는 마지막 말씀까지 전해주신 카이스트 실패 연구소장 전산학과 교수세요. 조성호 소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