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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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0/4(금) [인터뷰] 최재천 교수 "정치인들, 점심 때만 잘해"
202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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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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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1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오염된 토론…이젠 '숙론' 필요
숙론 제일 못하는 곳 '정치'
숙론 잘 하려면 듣는 훈련부터
폭염, 동식물은 위로…경쟁 벌어져
기후위기, 미래세대에게 차용증 써야

이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슬슬 한 해를 돌아볼 때가 돼 가는데요. 우리 사회 전체를 돌아보면서 가장 필요한 화두는 뭘까, 떠올려 보니까 숙론이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정치,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갈등이 너무 많았어요. 물론 서로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어느 정도의 갈등이야 불가피한 거라지만 어느새인가 목적을 상실한 채 싸우는 듯한 모습, 너무 많은 곳에서 너무 자주 목격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화가 나 있는 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갈등을 잘 조정하고 잘 싸울 수 있을까요? 누가 옳으냐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함께 찾아야 한다. 이렇게 숙론이라는 화두를 던진 분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석좌 교수 오랜만에 초대했습니다. 최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최재천> 네, 반갑습니다. 

◇ 김현정> 반갑습니다. 숙론, 사실은 다 아는 말인 것 같으면서도 숙론이 뭐야 물으면 딱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좀 애매한데 뭡니까? 

◆ 최재천> 토론이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듣고 사용하는 말이잖아요. 그런데 그놈의 토론이 좀 많이 오염이 된 것 같아요. 

◇ 김현정> 오염이 됐어요?

◆ 최재천> 토론하자 그러면 그저 싸움부터 하잖아요. 토론은 소개해 주신 대로 누가 옳은가를 정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서로 얘기하면서 함께 찾아가자 그런 건데 서양에서는 이른바 디스커션인데 서양 사람들은 참 잘하잖아요. 점잖게 서로 얘기 들어주면서 자기 얘기를 하고 그러면서 맞장구도 쳐주고 분명히 적으로 나왔는데도 상대가 좋은 얘기하면 그거 참 멋있는 얘기인데 이러면서 또 받아치고 이런 걸 하는데 우리는 하는 걸 보면 너무 결연해요. 

◇ 김현정> 결연해요. 

◆ 최재천> 기어코 상대를 제압하고야 말겠다, 이 의지에 충만해서 그냥 자기 할 얘기만 끊임없이 하고 1시간을 하든 2시간을 하든 배우는 게 전혀 없는 거죠. 너무 아쉬워요. 

◇ 김현정> 마치 결투를 벌이면서 저 사람의 피를 보고 말겠다 하는 어떤 투우사 심정 같은 느낌. 

◆ 최재천> 뭔가 남에게 귀를 조금 기울일 때는 꼬투리 잡기 위해서 귀 기울이는 거죠. 그러니까 결국은 그러니까 우리가 영어로 얘기하면 디스커션을 우리가 토론이라 그러고 디베이트를 논쟁이라고 우리가 흔히 이해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토론은 사실은 논쟁에 가까운 거죠. 

◇ 김현정> 디베이트.

◆ 최재천> 디베이트에 가까운데 디베이트도 룰에 따라서 잘하면 그건 참 좋은 행위인데 우리는 논쟁이 아니라 그냥 언쟁으로 번지잖아요. 그냥 말싸움으로 말꼬리 잡고 서로 욕하고 그냥 일어나서 박차고 나가버리고 이런 건데 해도 해도 좀 너무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너무 못한다. 그렇죠. 토론이 오염이 됐다. 그 말씀도 참 저는 매일같이 이렇게 사실 토론을 진행하고 인터뷰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와 닿는 이야기인데 가장 필요한 곳은 어딜까요? 숙론이 가장 필요한 곳.

◆ 최재천> 저희 여의도에 있는 분들이 제일 못하시는 분들이거든요. 

◇ 김현정> 아마 누구나 붙잡고 이야기해도 그 답을 할 거예요. 정치판이 제일 지금 못하는 것 같다. 

◆ 최재천> 기관장을 한 3년 해봤을 때 국립생태원 원장 할 때 국회에 종종 불려가서 이렇게 죄 지은 사람처럼 앉아 있어 봤는데 정말 못하세요. 그런데 점심 먹으러는 기관장들이랑 여야 의원들이랑 같이 나가요. 점심때는 잘하세요. 

◇ 김현정> 왜 점심자리에서는 잘하는데 마이크 켜지고 책상 앞에 앉으면 안 되는 거예요. 지금이라도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좀 숙론을 잘 해볼 수 있을까. 숙론의 기술, 숙론의 방법 이건 뭡니까? 

◆ 최재천> 우리가 배우지 못해서 못하는데 그래도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워낙 이 배움의 속도가 빠른 사람들이니까 누가 잘만 이끌어주면 비록 학창시절에는 못 배웠더라도 금방 따라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결국은 지금 조금 빨리 이 사태를 진전시키려면 훌륭한 진행자들을 많이 키워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김현정> 책을 보다가 제가 깜짝 놀란 것이 제 얘기도 한 줄 있더라고요. 

◆ 최재천> 네.

◇ 김현정> 깜짝 놀랐어요.

◆ 최재천> 잘하시는 분을 두 분을 제가 했더니 방송국에 계시는 몇 분들이 아니, 왜 나는 뺐어요? 이래갖고 요즘 저한테 삐져가지고. 

◇ 김현정> 제가 깜짝 놀라기도, 저 전혀 모르고 읽었거든요. 제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라기도 했고 얼마나 감사한 관찰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수님께서 귀를 열어서 경청해야 한다라는 말씀을 강조해 쓰시면서 제 예를 드신 건데 그러니까 귀를 열어서 상대의 말을 어떻게 이끌어내야 된다. 사실 저도 그냥 하는 건데요. 뭐가 중요한 건가요?

◆ 최재천> 중요한 건 이거잖아요. 김현정 진행자와 더불어 정관용 교수님도 언급을 했는데 두 분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뭐냐 하면 이것대로 안 한다. 그게 공통점이거든요. 

◇ 김현정> 질문지대로 안 한다.

◆ 최재천> 작가 선생님은 밤새 이거를 열심히 만들어 주셨는데 이걸 완전히 무시하고 그냥 하잖아요. 그런데 그냥 한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진행을 하려면, 그렇게 진행을 하려면 제가 하는 얘기를 듣고 그다음으로 또 이어가는 그거를 이해하고 그거를 분석하고, 순간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방향을 잡고 얘기를 이끌어가는 거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최재천> 그게 저는 굉장히 훌륭한 덕목이다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두 분을 한 거예요. 그런데 어떤 때는 가보면 저는 벌써 얘기하다 보면 약간 다른 방향의 얘기를 이미 하고 있는데 다음 질문은요. 그리고 여기 있는 걸 해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가다가 또 이렇게 소환돼가지고 이쪽 얘기를 또 해야 되고 그게 흐름이 별로 좋지 않은 거죠. 그런데 그게 결정적으로 듣는 훈련이 안 돼 있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니겠어요? 

◇ 김현정> 그래서 질문지를 무시하고 하는 저를 꼽아주셨는데 사실은 질문지를 무시한다기보다는 질문지에 있는 내용은 이미 다 숙지한 거고 그것을 머릿속에 넣은 채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거거든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분이 하고 싶은 이 이야기가 저쯤에서 보인다 하면 그 실마리를 톡 잡아서 더 말씀하시기 좋게 그다음 판을 열어드리고 반론을 통해서 이 각도에서 이분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또 다른 판을 열어드리고 이런 과정들이거든요. 

◆ 최재천> 저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늘 그렇게 얘기했어요. 책에 있는 건 그건 여러분이 읽는 거다. 나는 그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분들과 얘기를 하면서 어떻게 보면 그 내용에서 다음 걸 어떻게 이끌어 내볼까, 그거를 해보는 거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이 이상하게 그런 수업 방식에 익숙하지가 않아요. 

◇ 김현정> 그냥 일방적으로 전해주는 것을 그냥 듣고 그대로 외우는 것에는 익숙한데 이렇게 저렇게 이 각도 저 각도로 생각해 보는 것에 익숙지 않은데 그것도 결국 숙론에 익숙지 않은 거네요. 그것도 역시.

◆ 최재천> 바로 그겁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제가 이분이 어떤 말씀할 때 또 다른 각도에서 반론 질문을 던지면 어떤 분들은 왜 그 말씀을 이렇게 토를 달고 반대를 하세요? 김현정 씨는 반대편이에요? 또 이런 경우가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우리 사회가 참 숙론에 익숙지 않구나, 이런 느낌을 저도 많이 느껴요. 

◆ 최재천> 정말 숙론을 잘 이끄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진행자가 영어로 얘기할 때 그걸 우리가 데블스 에드버킷(devil's advocate)이라고 그러잖아요. 일부러 악마의 연출을 한다는 거죠. 자기가 그렇게 꼭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니라 더 풍성한 얘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괜히 딴지를 걸어보는 거죠. 

◇ 김현정> 바로 그겁니다. 

◆ 최재천> 그런데 그거를 우리 사회의 많은 분들이 그걸 잘 모르시는 거예요. 아직도. 그런 진행에 익숙하지 않아가지고.

◇ 김현정> 그런 것 같아요. 

◆ 최재천> 서양의 그런 토크쇼나 이런 걸 보면 진행자들이 거의 다 짓궂잖아요. 

◇ 김현정> 맞아요. 맞아요. 

◆ 최재천> 다들 일부러라도 하여간 듣도 보도 못한 걸 갖다가 찔러대보고 이러는 걸 하는 건데 그런 게 우리는 좀 익숙하지가 않은 것 같아요. 아직.

◇ 김현정> 말씀하신 대로 정치판에 가장 숙론이 필요하다, 저 100% 동의하고요. 그리고 사회 문제에 있어서도 이 숙론이 절실한 문제들이 참 많은데 기후 얘기인데요. 교수님 올여름은 어떻게 잘 버티셨어요? 

◆ 최재천> 저는 워낙 열대에서 평생 연구한 사람이라서 별로 그렇게 저는 힘들지 않았는데요. 

◇ 김현정> 저도 교수님처럼 더위 잘 견디는 스타일인데도 올해는 힘들더라고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아니, 우리 인간이야 그래도 에어컨 틀고 선풍기 앞에서 이렇게 어떻게 버틴다지만 도대체 동물들, 식물들, 얘네들은 이 더위에 어떻게 버티나.

◆ 최재천> 못 버티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 작물 작황이 지금 굉장히 안 좋잖아요. 

◇ 김현정> 배추값 한 포기에 2만 원.

◆ 최재천> 그게 꼭 어떤 시장에 다른 요인들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작황 자체가 지금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이에요. 

◇ 김현정> 이렇게 더우면 어떡해요? 걔네들 땅 파고 들어가요? 어떻게 해야 돼요? 

◆ 최재천> 대부분은 이동하죠. 일단은. 약간 더 선선한 곳으로 이동하니까 지금 웬만한 동물들이 우리나라 바다에도 열대어들이 지금 올라와 있는 이유가 열대에서 슬슬 이동해서 우리나라 바다까지 온 거잖아요. 육상에서도 지금 위도가 높은 곳으로 동물들이 쫙 지금 이동하고 있어요. 더 신기한 건 뭐냐 하면 위도가 높은 곳으로 갈 수도 있고 고도가 높은 곳으로 갈 수도 있죠. 산으로 올라갈 수도 있어요. 

◇ 김현정> 그럼 좀 시원하죠. 

◆ 최재천> 그런데 산으로 올라가는 동물들이 이미 문제가 생겼습니다. 

◇ 김현정> 왜요? 

◆ 최재천> 위도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동물들은 그래도 저 위도 높은 곳에 아직 면적이 있는데 산으로 올라가는 아이들은 올라가면 갈수록 면적이 줄어들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최재천> 그래서 지금 산꼭대기에 다 모여가지고 엄청난 경쟁 상태가 돼가지고요. 거기서 또 굉장히 많은 동물들이 죽어나가는 일들이 지금 이미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그러니까 산꼭대기에 걔네들 나름대로 지금 지금 인구 밀도가 높아지는 거네요.

◆ 최재천> 참 씁쓸합니다. 

◇ 김현정> 참 씁쓸합니다. 지금 식물 작황 얘기하셨는데 동물뿐만 아니라 지금 식물도 걱정이 커요. 

◆ 최재천> 그럼요.

◇ 김현정> 기후위기와 식물과는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까요? 

◆ 최재천> 지금 이미 우리가 얘기하는 식물에는 야생식물이 있는 거고 우리가 기르고 있는 작물이 있는 거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최재천> 야생식물은 그냥 그들 나름대로 적응을 못한 아이들은 고사를 하고 걔네들 중에서 이동을 조금씩 한 아이들은 그래도 살아남고 그래서 점점 분포를 북쪽으로 늘려가고.

◇ 김현정> 식물도 이동을 해요?

◆ 최재천> 그럼요. 그런데 이 작물은 문제가 다르잖아요. 우리가 심어줘야 되는데 차라리 야생생물들은 그런 과정을 거쳐서 움직여 가고 있는데 인간이 길러주는 작물은 인간이 그거를 인식하고 옮겨주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예요. 

◇ 김현정> 그렇죠. 

◆ 최재천> 그러다 보니까 농부들 중에는 작년처럼 잘될 줄 알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농사를 지었는데 작황이 영 안 좋은 이런 일을 지금 계속 당하고 있는 거죠. 사과는 이미 대구에서는 거의 안 되고.

◇ 김현정> 대구 사과가 안 돼요?

◆ 최재천> 대구 사과가 이제 거의 없어요.

◇ 김현정> 원래 사과 대구 아니에요?

◆ 최재천> 사과는 원래 대구인데 지금은 강원도 비무장지대 근처 동네에서 사과 작황이 제일 좋아요. 

◇ 김현정> 강원도 그 추운 데서요?

◆ 최재천> 네.

◇ 김현정> 그냥 배추 값이 올라서 걱정이야 물가 걱정이야, 저는 요 뉴스를 하고 있었던 참이었는데 교수님 말씀 들으니까 이게 2만 원, 3만 원 물가 걱정을 넘어서 이게 인류의 먹거리 문제, 생존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구나.

◆ 최재천>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런 식이라면 배추 값 올해는 지금 한 포기 2만 원이라는데 배추 값 10만 원 될 수도 있는, 이것도 그냥 장난 같은 얘기는 아니네요. 

◆ 최재천> 그런 일은 없어야 될 텐데.

◇ 김현정> 그런 일은 없어야 될 텐데 이번 세기 안에 6차 대멸종이 올지도 모른다라는 말씀을 하셨을 왜 이렇게 또 겁을 팍팍 주시나 우리 교수님. 아유, 그래도 그렇지 이번 세대는, 이번 세기는 아니겠지 했는데 지금 1도가 넘었어요? 

◆ 최재천> 그런데 저 이런 얘기 조심할래요? 그렇지 않아도 최스트라다무스라고 별명 붙여놓으시고(웃음).

◇ 김현정> 재스트라다무스. 

◆ 최재천> 또 맞히면 어떡해.

◇ 김현정> 코로나 위기 이런 거 다 맞히셨어요. 이건 좀 틀리셨으면 좋겠네요, 진짜. 6차 대멸종이.

◆ 최재천> 기꺼이 틀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지금 우리가 웃으면서 얘기하면서도 섬뜩한 주제입니다. 이거. 대멸종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 교수님, 우리 세대가 미래 세대한테 차용증 써야 한다, 그 얘기 계속하셨잖아요. 우리 지금 빌려 쓰는 거다. 나만 살고 나 100세까지 살고 하여튼 나는 그냥 잘 버텼으니까 끝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계속 강조하고 계시는데 정말 우리 그 부분에 있어서는 다시 한 번 되새겨야 될 것 같아요. 우리는 미래 세대 것을 지금 빌려 쓰고 있다.

◆ 최재천> 그래서 저는 오래전에 정말 빌려 쓴다고 생각하신다면 차용증 쓰자. 그런데 그 차용증에 써야 되는 상대가 그저 초등학생이 아니라는 거죠. 그 상대가 200년 후의 미래 세대일 수도 있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최재천> 그러니까 우리는 가상의 세계에서 마주 앉아서 차용증을 작성하고 사인하고 하자는 거죠. 그럴 때 제가 국립생태원장 3년 하고 난 다음에 좀 재미있게 제가 하는 얘기가 있어요. 하기 위해서는 우리 세대는 또 설명을 해야 되잖아요. 저희가 환경 친화적으로 잘 개발을 하면 이게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되고 참 쾌적한 그런 환경에서 여러분이 살아가실 수 있게 됩니다. 이거는 허락을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 그 미래세대 대표가 충청도 사투리로 됐슈, 냅둬유, 아니, 우리 거라면서요. 그러니까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러니까 냅두시고요. 됐슈, 너무 고생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할 테니까. 그럴 것 같다라는 생각이에요. 아니, 왜 어줍지 않게 남의 걸, 남의 거라면서요, 그들 거라면서요. 그런데 그걸 왜 우리가 미리 그들의 삶을 걱정해 주면서까지 잘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주인이 내가 할래요. 그럼 우리는 할 말이 없는 거잖아요.

◇ 김현정> 맞네요.

◆ 최재천> 그 논리대로 간다 그러면. 그래서 저는 그 논리를 되게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걸 역이용할 수 있어서. 그렇다면 일단 우리가 지금 취해야 될 태도는 되도록이면 안 하는 게 그게 디폴트가 돼야 된다는 거죠. 

◇ 김현정> 되도록이면 안 한다는 이야기는 최대한 안 건드리는. 훼손하지 않고. 훼손은 좀 하는데 잘 훼손할게요가 아니라.

◆ 최재천> 이게 디폴트는 내 게 아니니까 남의 거니까 후손의 거니까 일단 안 하는 게 원칙이고 못하는 게 원칙인데 정말 하려면 설득력 있는 논리를 개발해서 이것만큼은 해야 되겠습니다. 이렇게 해야 되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냥 하는 게 너무 당연하고 그게 경제에 도움이 되는 거라는 걸 다들 그런 식으로 인식하고 있고 그냥 말장난으로 후손한테도 잘 물려줘야 되는데 그런 말장난할 이제는 여지가 없다. 

◇ 김현정> 여지가 없다. 6차 대멸종이란 말이 그냥 경고성 발언이 아닐 수 있다라는 걸 정말 깨닫는 이번 여름이었습니다. 특히 우리 국민들은 깨닫는 여름이었습니다. 최재천 교수님 제가 하루하루 일상 살아가다 보면 큰 그림을 보기가 되게 어렵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가끔 나오셔가지고 큰 화두 하나씩을 툭툭 던져주시면 제가 뒤통수를 뻥뻥 마시면서 아우, 정신 차려야지. 하루하루 지금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멀리 좀 봐야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돼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 최재천> 불러주셔서 고맙습니다. 

◇ 김현정> 최 교수님 오늘은 이렇게 보내드리고요. 또 잊을 만하면 나와주셔서 그 귀한 이야기들을 던져주시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최재천> 고맙습니다.

◇ 김현정>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