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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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서울대 성악과 박태수 군
씨름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모래판을 호령하던 씨름 선수가 갑자기 진로를 바꿨습니다. 씨름을 하다가 레슬링을 한다든지 격투기를 한다든지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요. 놀랍게도 성악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뭐 비싼 레슨은 꿈도 못 꾸고 유명한 성악가들의 동영상을 보면서 독학을 하다시피했다는군요. 그리고 올해 서울대학교 성악과에 입학을 했습니다. 화제가 될 만하죠. 직접 만나보죠.
서울대학교 음대 성악과 1학년입니다. 박태수 군 연결되어 있습니다. 박태수 군, 안녕하세요?
◆ 박태수> 안녕하세요.
◇ 김현정> 씩씩하네. 씨름을 그러니까 얼마나 한 거예요?
◆ 박태수> 씨름을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했어요.
◇ 김현정> 6학년까지. 씨름 선수로는 그럼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랐던 겁니까?
◆ 박태수> 씨름 선수로는 제가 경산시 대표로 나가서 경북에서 2위 했어요.
◇ 김현정> 아니, 그럼 경산시 대표까지 할 정도인데 어떻게, 어떤 계기로 전혀 다른 진로를 택하게 된 거예요?
◆ 박태수> 저는 교회에서 이제 지휘자 선생님께서 성가대에서 찬양을 부르는데 "너 목소리가 좋구나." 이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때 뭐 추천을 받았죠, 선생님한테.
◇ 김현정> 교회의 성가대 선생님 추천으로. 부모님이 많이 반대를 하셨다면서요?
◆ 박태수> 네, 사실 뭐 성악을 하고 있는데 왜 자꾸 방해를 하느냐, 성악이 아니라 씨름 잘하고 있는데.
◇ 김현정> 씨름 잘 하고 있는데 왜 그러느냐.
◆ 박태수> 네.
◇ 김현정> "씨름 안 해도 좋으니까 그냥 공장으로 취직해라." 이런 말씀도 하셨다면서요?
◆ 박태수> 네, 그때 그 당시에는 집이 많이 안 좋았거든요. 그래서 돈이 필요한 상태니까 일을 하면 어떻겠냐고 그렇게 많이 들었어요.
◇ 김현정> 공장 가서 일을 해라라고까지 말씀하시는 분 앞에서 나는 성악을 하겠습니다. 어떻게 설득하셨어요?
◆ 박태수> 저는 말로는 설득했다기보다는 실제로 보여드렸죠.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합창단, 사적으로 만든 합창단이 있어요. 거기에서 연주를 했는데. 엄마하고 할머니하고 불러서 들려드렸더니 그냥 가라고.
◇ 김현정> 그냥 가라, 하던 일을 계속 해라. 그런데 이 성악이라는 게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레슨을 받아야 된단 말입니다. 이게 돈이 많이 든다고 들었는데 그런데 공장을 가라라고 할 정도로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는데 어떻게 공부를 했어요?
◆ 박태수> 그게 제가 장학금을 받아서. 그건 아마 10만원에서 15만원 이렇게 받는데.
◇ 김현정> 대기업에서 장학금 주는 거?
◆ 박태수> 네, 그걸로 이제 장학금으로 레슨비를 하고 부족하나마 집에서 유튜브를 보든지 이렇게 동영상을 보고 아니면 집에서 연습을 하고 이렇게 했어요.
◇ 김현정> 중학교 때는 제가 자료 조사를 해 보니까 한 달에 15만원 가지고 성악 레슨을 했다. 공연을 보러 갈 형편이 안 돼서 동영상 보면서 공연 관람을 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공부를 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공장에서 아예 해고가 되셨다면서요?
◆ 박태수> 뭐, 그래서 지금 아버지도 비정규직이죠, 지금. 용역직을 하고 계신데요. 지금 저번 달에도 중국에 갔다오셔서 지금 쉬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뭐 카드빚에다 당장 집을 빼야 되는 이런 상황까지 닥쳤을 때 어떻게 버텼어요?
◆ 박태수> 저는 노래로 버텼다고 보면 될까요. 힘들 때마다 집에서 나와서 이렇게 교회로 가서 교회 피아노가 있으니까 거기서 노래 연습을 하면서 잘돼야지, 잘돼야지 하면서 내가 노력해서 집을 올려야지, 살려야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공부했습니다.
◇ 김현정> 다른 친구들은 도시에서 과외 받으면서 좋은 공연장 가서 최상의 음향시설로 음악 들으면서 차근차근 준비할 때 나에게는 왜 이렇게 어려운 일만 닥치나 좀 세상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기는 있었겠어요.
◆ 박태수> 원망스럽.. 원망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환경이기 때문에 제가 오히려 열심히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 김현정> 오히려. 그럴 때마다 힘이 돼줬던 게 음악이라고 했는데. 그때 불렀던 음악들, 이게 아침이라서 좀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조금만 우리 청취자들도 함께 나눌 수 있을까요?
◆ 박태수> 네, 물론입니다. (웃음)
◇ 김현정> 잠깐만 부탁드리겠습니다.
◆ 박태수> 짧게 들려드릴게요.
◇ 김현정> 그냥 계속 듣고 있었으면 좋겠네요. 끊는 게 미안한데. 서울대 성악과 그러니까 12학번, 12학번 이렇게 되는 거죠? 부모님께서는 요즘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고 하시겠어요?
◆ 박태수> 집에서는 제가 이제 시골이라서 플랜카드가 붙어 있어요, 집에 가면.
◇ 김현정> 축 서울대 합격 이렇게?
◆ 박태수> 이렇게 붙는데 소문이 나서 회사에서나 "서울대 아들엄마" 이렇게 소리를 듣다 보니까 지금은 귀찮대요.
◇ 김현정> 귀찮다, 이제? 그래요. 박태수 군. 앞으로 어떤 성악가가 되고 싶으세요?
◆ 박태수> 저는 큰 무대에도 한번 서보고 싶어요. 지금은 독창회, 이렇게 공부해서 독창회하고 이렇게 하고 나중에서는 미국이나 이탈리아 이런 데 가서 큰 무대 스칼라, 메트로폴리탄 이런 대무대에 한번 서고 싶어요.
◇ 김현정> 대무대. 가끔 씨름 생각은 안 납니까?
◆ 박태수> 씨름. 씨름 생각도 나는데 가끔씩 친구들이랑 잡고 놀고 그래요.
◇ 김현정> 씨름하고 놀고 그래요? 씨름을 했어도 천하장사 됐을 것 같아요, 이런 오기면.
◆ 박태수> 저는 뭐 이 정도 노력이라면 뭐 어떤 걸 해도 잘 될 것 같아요, 저는.
◇ 김현정> 바로 거기입니다, 그 점이에요. 지금 가정형편이 좋지 못해서, 나를 둘러싼 환경이 좋지 못해서 나는 포기해야 돼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힘내시라고 한마디 해 주시죠.
◆ 박태수> 거기에서 많이 노력하고 해야 되는데. 우리가 힘들 때 오히려 힘들 때 더 노력해야 돼요. 힘들 때 포기해 버리면 기껏 쌓아온 게 다 무너져버리니까.
조금 힘들더라도 계속 밀고 나가면 언제인가 빛을 볼 날이 있을 거예요.
◇ 김현정> 박태수 씨, 언젠가 세계적인 성악가가 돼서 다시 한 번 우리 인터뷰해야죠?
◆ 박태수> 네.
◇ 김현정>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19(월) 박태수 군 서울대 성악과 "불우한 씨름왕, 성악도의 꿈 이루기까지"
201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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