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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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길은 떠나기 위해서 존재하는 거지만 돌아오기 위해서도 존재하는 것이다. 어떠십니까? 오랜만에 고향 다녀오시는 길, 마음이 좀 편안해지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 이 시간에도 우리네 인생이 담긴 길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합니다. 설 기획 한국의 길 이야기. 오늘도 배우이자 연출가 전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 나와 계십니다.
◇ 김현정> 자칭 꿈꾸는 광대시잖아요, 꿈꾸는 광대. 꿈꾸는 광대에게 이 길이라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 김명곤> 제가 꿈꾸는 광대라는 제 자서전에서 얘기를 했는데 제가 13살에 썼던 시가 있어요. 아니, 20살 무렵에 썼는데 나는 13살 까까중머리를 했던 소년이 오솔길에 들어갔다, 그래서 여기저기 헤매고 어떤 때는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 길이 나를 키워준 그러한 방황의 길이었다,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 김현정> 20살이면 겨우 대학교 1학년 때. 그렇게 깊은 시를. (웃음)
길이 그런 의미. 꿈꾸는 광대라는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자서전에 보면 여러 가지 인연에 얽힌 얘기들이 나오는데요. 어제 임권택 감독에 얽힌 이야기 잠깐 해 주셨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하고도 얽힌 일화들이 여러 가지가 있더라고요?
◆ 김명곤> 그분하고는 정말 장관과 대통령으로서 깊은 인연을 맺었는데 사실은 그것보다도 그분이 대통령하기 전에 후보 시절에 제가 이제 뭐 국립극장장을 할 때인데, 어느 연극인하고 함께 만난 적이 있어요. 그분은 지지를 부탁하려고 만난 것인데 처음에는 굉장히 기분 좋게 서로 대화를 하다가 뭐 연극 지원문제라든가 전통예술의 육성문제라든가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까 점점 저를 자꾸 빈정거리시는 거예요.
“연극도 먹고살아야지 잘 만들면 될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그래서 제가 화가 나서 일국의 대통령을 하시겠다는 분이 문화, 예술에 대해서 이렇게 천박하시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가 실망입니다. 그랬어요.
◇ 김현정> 일침을 그냥, 질책을.
◆ 김명곤> 그래서 아주 어색하게 헤어졌어요. 그런데 이분이 대통령이 되신 거예요.
저는 아이고, 이분하고는 나는 끝났다. 그래서 근처에 얼씬도 안 했죠.
그랬는데 제가 국립극장장을 그만두고 연극 연습을 하고 연출을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청와대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장관을 할 마음이 있느냐”고 그래서 저는 그렇게 생각했죠.
이분이 나를 충분히 기억하실 텐데 그때 기분 나쁠 수도 있고 아주 저에 대해서도 아주 안 좋을 수도 있는데 자기에 대해서 그런 따끔한 얘기를 하는 사람도 받아들이고 포용할 줄 아는 아주 넓은 분이구나, 대인배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 김현정> 나에게 아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따끔하게 높은 사람 앞에서도 얘기할 수 있는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
◆ 김명곤> 그런 걸 받아들일 줄 아는 훌륭한 지도자였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이런 여러 가지 사연이 이 책에 많이 담겨 있는데.
그럼 오늘 이 길은 혹시 오늘 소개해 주실 이 길을 노무현 대통령하고 같이 걷는 것은?
◆ 김명곤> 뭐, 좋습니다.
◇ 김현정> 괜찮은가요? 오늘 무슨 길 소개해 주실 거예요?
◆ 김명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도 저하고 언제 자리를 함께하면서 풍물 장단도 칠 줄 아시고 소리라든가 우리 국악에 대해서도 굉장히 애정이 많으신 걸 제가 봤어요.
그러면 같이 걸으면서 국악얘기도 하고 소리도 한 자락 들려드리고 싶은 길은 남원 운봉의 판소리 동편제 소릿길이라는 코스가 있어요.
◇ 김현정> 남원에? 남원에 운봉?
◆ 김명곤> 남원에서 이제 한 25분 정도 가면 운봉 고원이 나오거든요, 운봉읍이죠.
거기에 비전마을이라는 마을이 있어요. 이 마을을 중심으로 해서 동편제 소리에 아주 중시조라고 할 수 있는 대명창이 태어나시고 또 사실은 거기에서 저의 선생님이신 박초월 명창도 태어나시고.
◇ 김현정> 스승의 고향이시군요?
◆ 김명곤> 스승의 고향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서편제로 유명하신 분인데 어떻게 동편제길을 소개해 주시네요.
◆ 김명곤> 물론 서편제로 유명해진 완도에서 배 타고 한 시간 가서 청산도라는 그 섬에서 꾸불꾸불 돌담길에서 진도아리랑 부르는.
거기는 너무 유명해져서 지금 거기는 유명관광지가 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소개할 필요가 없어요.
◆ 김명곤> 네. 많은 분들이 알아서 가시니까.
그런데 서편제로는 그 길이 좋고 동편제를 맛을 보려면 이 길이 또 좋으니까 소개를 한 겁니다.
◇ 김현정> 운봉 동편제 소릿길 하면 떠오르는 어떤 추억 같은 거, 스승과의 추억?
◆ 김명곤> 우리 선생님께서는 운봉에서 태어나셔서 바로 그 비전마을에서 태어나셔서 어려서 14살 때인가 마을에서 들리는 소리에 미쳐서 밤에 아버지하고 자는데 잠꼬대처럼 소리를 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버지가 그날로 일어나서 몽둥이로 막 두드려 팼대요.
◇ 김현정> 소리하지 말라고?
◆ 김명곤> 기생 나오려고 그러느냐. 그래서 빨리 시집을 보냈어요, 14살에.
그런데 첫날밤에 도망을 나와버렸어요.
◇ 김현정> 왜요?
◆ 김명곤> 나는 소리하겠다고.
◇ 김현정> 결혼하고 나면 못하니까.
◆ 김명곤> 도망나와서 운봉에서 남원까지 밤중에 걸어서 도망을 쳐서 남원 권번에 소리를 배우려고 들어갔답니다.
◇ 김현정> 그 스승님 성함이?
◆ 김명곤> 박초월 명창이십니다.
◇ 김현정> 대단하신 분이네요.
◆ 김명곤> 그런데 보니까 운봉에서 남원까지가 몇 십리가 되는 길이에요.
그걸 어린 소녀가 그것도 밤에 걸어왔다는 게 정말 놀라운 일이죠. 그런 추억이 있는 것처럼 이 동편제의 비전마을은 소리에 아주 에피소드가 많이 들어 있는 그런 곳입니다.
◇ 김현정> 명창들이 많이 태어난.
◆ 김명곤> 우리 선생님의 명창인 스승의 스승의 스승의 스승이신 대명창이 있어요.
송흥록 명창이라는 분이에요.
◇ 김현정> 송흥록 명창, 이분이 동편제 창시자.
◆ 김명곤> 동편제의 시조죠. 이분은 이제 비전마을에서 주로 활동을 하시고 전국을 떠돌면서 판소리를 하시고 동편제를 창시한 것이라고 알려진 대명창이신데, 이분의 고향이 여기라서 거기 가면 송흥록 선생의 동상도 볼 수도 있고 이분의 생가를 복원을 해서 만들어놓고 또 이분이 판소리 연습을 했다는 구룡폭포라는 폭포가 조그마한 게 있기도 하고요.
또 그 주변에는 국악의 성지라는 박물관, 국악박물관 같은 거죠, 그것도 있습니다.
◇ 김현정> 송흥록 선생님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이분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면서요?
◆ 김명곤> 이분은 아주 러브스토리가 유명한 분인데요.
이분이 경상도 진주에 가서 소리를 할 때 한 30살 무렵 아주 청년 때죠, 잘생기고 소리도 잘하니까 인기가 좋은데 다들 막 박수를 치고 울고불고 대단한데 그 중에 관기로 있는 기생 한 사람만 가만히 감동을 안 받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분이 기분이 나빠서 알아보니까 그 진주에서 제일 유명한 아름답고 춤 잘추는 맹렬이라는 기생이에요.
그래서 저녁에 살짝 따로 만나자 해서 왜 당신 내 소리를 듣고도 그렇게 감동이 없느냐, 그러니까 이분이 당신 소리를 잘하는데 아직도 멀었다, 명창이 되려면 피를 한 덩이는 더 쏟아야 되겠소, 그러니까 이분이 다시 고향 운봉으로 와서 그냥 몇 달 동안 밤을 새워서 연습을 해서 좋다, 다시 또 거기 진주에 가서 도전을 해서 그 여성이 있는 곳에서 또 소리를 했더니 이 여성이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해서 둘이 그날 밤으로 도망을 친 거예요.
그래서 사랑에 빠져서 도망쳐서 그런데 관기가 도망을 치면 이건 사형이 되죠.
그러면 안 되는데, 어쨌든 그 운봉에서 두 분이 살았답니다.
그런데 성질이 너무 맹렬해서 만날 싸우는 거예요.
◇ 김현정> 그렇게 해서 결혼을 했는데 만날 싸워요?
◆ 김명곤> 그래서 또 나중에는 살다 살다 못해서 도망쳐서 또 진주로 간 거예요.
그러니까 또 찾으러 가서 진주 감사한테 우리 부인입니다, 돌려주십시오. 했더니 감사가 내기를 하자 네가 소리를 해서 나를 한 번 울리고 한 번 웃기면 내주지만 못 울기고 못 웃기면 네 목을 치겠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소리를 해서 감사를 한 번 울리고 한 번 웃겨서 부인을 다시 찾았다.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 김현정> 실화예요, 정말?
◆ 김명곤>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죠.
◇ 김현정> 전설 반, 실제 반?
◆ 김명곤> 확인은 안 됩니다. (웃음)
◇ 김현정> 동편제, 서편제 그런데 우리 김명곤 선생님 하면 서편제로 유명한데 동편제와 서편제의 차이는 뭔가요?
◆ 김명곤> 맛이 좀 틀리죠. 그런데 동편제는 구례, 곡성, 남원, 섬진강의 동쪽지방의 명창들이 주로 했던 제고. 서편제는 섬진강의 서쪽 보성, 해남, 강진, 저쪽 진도 이런 쪽 명창들이 주로 했어요.
그런데 맛이 어떻게 틀리냐 하면 동편제로 만약 운다고 하면 아이고, 아이고 어쩔까나, 아이고, 이를 어쩔까나 이런 정도로 하죠.
그걸 서편제로 울면 아이고, 아이고 어쩔~까나. 아이고, 이를 어쩔까나. 맛이 틀리죠?
◇ 김현정> 그냥 확 와 닿네요, 느낌이.
◆ 김명곤> 그런데 예전에는 동편제 제자가 서편식으로 했다가는 파문을 당할 정도로 서로 경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일제시대 때 동편제, 서편제가 뒤섞이면서 이제는 명창들이 동편을 할 때는 동편을 하고 서편을 할 때는 서편을 하고 그런데 우리 박초월 명창선생님도 동편 고을에서 태어나서 소리를 동편선생님한테 하셨는데 서편소리도 아주 잘 하셨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군요. 오늘은 동편제길, 함께 걷고 있습니다.
이제 그 마을에 얽힌 사연을 다 들여다봤는데요. 거기 이제 가게 되면 우리가 혹시 볼 수 있는 풍경이라든지 먹거리라든지.
◆ 김명곤> 우선 거기에는 동편제 명창 송흥록 선생의 생가 복원이 되어 있는 곳이 있고, 박초월 선생님의 또 생가도 복원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옥보고라는 거문고의 아주 옛날 시조죠. 창시자가 살았다는 전설의 옥계동이라는 곳도 있고요.
또 거기에서 조금 내려가면 인월면이 있는데 인월면의 성산리라는 곳에 가면 흥보마을이 있습니다.
◇ 김현정> 흥보마을 이건 뭡니까?
◆ 김명곤> 흥보가 살았다고 전해져오는 그 마을을 정해서 흥보마을이 만들어졌어요.
◇ 김현정> 이것도 재미있네요. 성산리의 흥보마을.
◆ 김명곤> 거기 가면 제비가 집을 지었다면 제비, 그것도 있고 흥보가 박을 탔다는 그런 얘기도 있고. 또 거기서 넘어가면 놀부마을도 있습니다.
그쪽은 또 약간 경상도쪽에 있어요.
◇ 김현정> 아이들 데리고 쫙 둘러보면 좋겠어요.
◆ 김명곤> 그리고 산내면 거기서 조금 근처에 가면 산내면이 있는데 거기 가면 변강쇠공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판소리가 소재로 했던 그 마을들의 에피소드가 그런 거죠.
물론 남원에 가면 춘향전이 있고요.
그래서 남원, 운봉, 인월, 산내 이쪽을 이렇게 돌아보면 뭐 춘향가, 흥보가, 변강쇠가 이런 것의 배경, 현지의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죠.
◇ 김현정> 꼭 가보고 싶네요, 정말.
여러 가지가 다 모여 있는 곳입니다. 남원 운봉, 운봉의 동편제 소릿길 오늘 두번째 시간 소개를 해 주셨습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하다가 판소리 하시게 되셨어요?
◆ 김명곤> (웃음) 저는 뭐 대학교 3학년 휴학 때 제가 고향이 전주인데 그 옆에 김제라는 조그마한 마을이 있었어요. 김제국악원에 놀러갔다가 거기서 판소리 선생님이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서 우선 선생님한테 반했고, 선생님이 너무 예뻐서.
◇ 김현정> 여기도 러브스토리입니까?
◆ 김명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충격을 받고 저는 그때까지는 독문학을 하다 보니까 독일 가고 독일 유학을 가려고 했었고 오페라 아리아와 서양의 음악에 완전히 마니아였죠.
◇ 김현정> 서울대 독문과 나오셨어요.
◆ 김명곤> 예, 서울대 독문과 나오고 독어 교사도 좀 해 보고 해서 저는 외국 문학과 외국 음악의 전공자였는데도 판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고 이런 음악이 있었는데 왜 내가 배워보지를 못 했나, 한 번도 음악시간에 배워본 적도 없고 그래서 저 혼자서 레코드를 듣고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판소리하고 인연이 그 뒤로 계속 이어지면서 독특한 분들을 만나고 스승을 만나고 하면서 이 길로 전향이 된 거죠.
◇ 김현정> 정말 인생이 확 바뀐 거네요. 전혀 상상도 못 했던.
◆ 김명곤> 전혀 저는 이런 국악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죠.
◇ 김현정> 이게 인생입니다. 이게 길입니다.
설 기획 한국의 길 인생길 이야기, 오늘과 어제 이틀 동안 나눠봤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 김명곤> 복 많이 받으시고요.
◇ 김현정> 고맙습니다.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1/24(화)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한국의 길-운봉 동편제 소릿길"
201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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