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2/21(화) 권춘식 할아버지(85세) "올해 최고령 대학 졸업자"
201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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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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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국방송통신대 권춘식 할아버지 (85세)



2월 하면 졸업의 계절이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대학 졸업생 한 분을 만나는데요.
놀라지 마십시오. 60대도 아니고 70대도 아니고 80대 여든다섯 살 되신 할아버님입니다. 초등학교만 간신히 졸업한 할아버님이 검정고시를 거쳐서 대학까지 입학을 했고요. 올해 무사히 학사모까지 쓰시게 됐습니다. 방송대학교 역사상 최고령 졸업자가 된 분, 경북 영주에 사는 권춘식 씨 연결을 해 보죠. 할아버님, 안녕하세요?

◆ 권춘식> 예, 제가 권춘식입니다.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졸업식이 내일이라고요?

◆ 권춘식> 내일 22일날요.

◇ 김현정> 이제 내일이면 네모난 학사모 쓰고 까만색 옷 입고 사진 찍게 되실 텐데. 소감이 어떠세요?

◆ 권춘식> 글쎄요. 제가 참 너무 늦게 학업에 뛰어들어서 졸업을 할까 처음에 의심을 했었는데 막상 뭐 졸업을 하게 되니까 감회가 깊네요.

◇ 김현정> 그러시죠. 가끔 그 모습을 상상해 보셨어요? 대학 학사모 쓴 모습?

◆ 권춘식> 사실 뭐 학사모 쓰는 거 애들 손자, 손녀들 학사모 쓰는 걸 구경했지만 제가 막상 쓴다고 상상을 못 해 봤어요.

◇ 김현정> 그러셨죠. 그런데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 연세가 어떻게 되셨던 거죠?

◆ 권춘식> 고입 검정고시를 본 나이가 2005년도니까 그때 아마 대학에 방송대 들어간 건 79세 되네요.

◇ 김현정> 79세 때. 아니, 어떻게 79세 때 대학을 들어가야겠다 생각을 하셨어요?

◆ 권춘식> 글쎄요, 제가 뭐 어릴 때는 시대를 잘 못 타서 가히 대학은 꿈도 못 꿨잖아요. 나라가 발전을 해서 지금은 뭐 고등학교 나오면 80% 이상이 대학 진학하잖아요.
자식들만 공부시킬 게 아니라 본인 자신이 공부를 해야 되겠다, 그런 마음이 들어서 뜻을 두게 됐어요.

◇ 김현정> 원래는 학교를 어디까지 나오셨어요?

◆ 권춘식> 일제강점기에 그때 소학교라 그랬어요. 지금은 초등학교지만.

◇ 김현정> 초등학교. 중학교도 아마 가고 싶으셨을 텐데 도저히 형편이 안 됐나요, 그때는?

◆ 권춘식> 예, 그때는 왜정 때에는 초등학교 들어가는 것도 반 석 이상의 수업료를 내고 갔거든요. 지금은 등록금 제도인데 그게 없어서 초등학교 나온 사람이 반이 안 됐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중학교는 엄두도 못 내셨겠네요.

◆ 권춘식> 중학교는 꿈도 못 꿨죠.

◇ 김현정> 내내 얼마나 한이 되셨으면 펜을 놓은 지 64년 만에 야학을 다시 들어가셨어요?

◆ 권춘식> 제가 74세 안사람이 이제 죽었거든요. 죽고 나서 정작 혼자 되고 보니까 나에 대한 투자는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뭐 이럴 게 아니라, 이렇게 무의미하게 살 게 아니라 내가 젊어서 배우지 못한 공부라도 한번 해 보자. 그렇게 마음을 두게 된 거예요.

◇ 김현정> 그러신 거군요. 원래 그러면 젊은 시절에는 무슨 일 하셨어요?

◆ 권춘식> 농사꾼입니다.

◇ 김현정> 농사 지으셨어요?

◆ 권춘식> 평생 농사밖에 몰랐어요.

◇ 김현정> 그러면 소학교 나온 게 전부고 계속 평생 농사 지으면서 자식들 뒷바라지만 했는데, 64년 만에 야학에 들어가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셨는데 그게 잘 되던가요?

◆ 권춘식> 쉽지는 않았어요.

◇ 김현정> 쉽지 않으셨죠?

◆ 권춘식> 네.

◇ 김현정> 그런데 제가 보니까 4개월 만에 고입 검정고시 합격하시고 또 8개월 만에 대입합격하시고 원래 그냥 타고난 머리가 있으신가봐요?

◆ 권춘식> 그렇지는 않은데 시험이 막상 공부를 해 보니까 그렇게 뭐 어렵게 문제가 뭐 열심히 하면 통과되도록 그렇게 되어 있더라고요.

◇ 김현정> 공부하는 노하우가 할아버님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습니까?

◆ 권춘식> 집중적으로 했다는 그런 말을 하면 될까요.

◇ 김현정> 집중적으로. 어떻게 하는 게 집중적으로 하는 거예요?

◆ 권춘식> TV 드라마도 안 보고 술, 담배 끊고 딴 잡념 안 하고 공부 열심히 하니까 어느 정도 머리에 들어오대요.

◇ 김현정> 거의 뭐 고시생처럼 공부하셨네요. 그러면 하루에 몇 시간씩 하신 거예요, 공부를?

◆ 권춘식> 제가 뭐 젊은 사람같이 밤새고 그러지는 않았어요. 한 5, 6시간.

◇ 김현정> 이거 보통 일은 아닙니다. 그렇게 해서 4개월 만에 고입 검정고시, 8개월 만에 대입 검정고시 합격 그리고 방송통신대에 들어가서 이제 졸업장까지 따게 되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고등학교 대입 검정고시하고 대학 공부하고는 실제로 많이 다르죠?

◆ 권춘식> 많이 다르죠.

◇ 김현정> 그래서 성적은 잘 받으셨어요?

◆ 권춘식> 성적이 별로 좋다고는 볼 수 없고요.

◇ 김현정> 얼마나 받으셨는지 살짝 말씀해 주실 수 있어요?

◆ 권춘식> 평균 81점에 4.3 만점에 2.5.

◇ 김현정> 2.5면 그러면 평균 정도 받으신 거네요. 잘하셨네요, 그 정도면.
장학금도 혹시 받으신 적 있으세요?

◆ 권춘식> 장학금은 5년 내내 장학금 받았습니다.

◇ 김현정> 이 성적이면 사실 장학금 받을 성적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 권춘식> 방송통신대는 70세 이상 어느 정도 학점만 따면 장학금을 타게 되어 있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대학 5년 다니면서 5년 만에 졸업하시는 건데 5년 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걸까요?

◆ 권춘식> 기억에 남는 게 방송통신대학교에 가서 학우들하고 같이 대화도 하고 저로서는 인상에 남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학우들이라고 하면 지금 20대들이 그래도 많죠?

◆ 권춘식> 20대가 주로 많죠.

◇ 김현정> 주로 많죠. 그러면 할아버님은 여든이 넘으신 분인데 손자 중에서도 막내 손자뻘 학우들하고 어떻게 말씀이 잘 통하셨어요?

◆ 권춘식> 잘 통하대요. (웃음)

◇ 김현정> (웃음) 할아버지, 할아버지하면서 잘 따라요. 손자들처럼?

◆ 권춘식> 네.

◇ 김현정> 그 미팅 같은 것은 못해 보셨죠?

◆ 권춘식> 놀러도 가보고 그렇게 했어요.

◇ 김현정> MT 가보셨어요?

◆ 권춘식> 예.

◇ 김현정> MT 갔다 온 소감이 어떠셨어요?

◆ 권춘식> 나로서는 그야말로 무슨 더 좋은 게 없죠.

◇ 김현정> 권춘식 할아버님. 방송대학교 역사상 최고령 졸업자, 여든다섯 되셨습니다.
아마 이게 통계조사는 안 해 봤습니다만, 우리나라 대학 역사상 최고령 졸업자가 아니실까 이런 생각도 드는데 대학원까지 지원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합격하셨어요?

◆ 권춘식> 합격을 못 했습니다. 재학중에 한번 내 봤는데, 못 했는데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해 볼까 마음먹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럼 올 9월 대학원 모집도 또 준비하실 생각이세요?

◆ 권춘식> 예.

◇ 김현정> 웬만하면 대학졸업장까지 따셨는데 그만하셔도 될 것 같은데.

◆ 권춘식> 그냥 놀면 뭐합니까?

◇ 김현정> 놀면 뭐합니까. (웃음)
공부해서 꼭 한번 좀 이루고 싶은 어떤 꿈이 있으세요? 목표가?

◆ 권춘식> 우리가 지금 현세대가 현대화니 서구화니 해서 우리 문화가 싹 없어지는 전통이 없어지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권춘식> 막상 이렇게 가다가는 나중에 정체성도 없는 이런 민족이 되지 않나 그런 우려가 생겨요, 지금.

◇ 김현정> 그래서 문화교양학과를 전공하셨고 그럼 나중에 석사까지 따고 가르침을 주는 일, 이런 거 하고 싶으신 거예요?

◆ 권춘식> 그렇죠.

◇ 김현정> 권춘식 할아버님, 건강하시고요. 대학원 꼭 붙어서 뭐 내친김에 석사, 박사까지 해내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권춘식> 예, 고맙습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