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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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3/8(목) 김세원 성우 "프로듀서들이 인정한, '신인같은' 49년차 성우"
2012.03.08
조회 1807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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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국PD대상 성우 부문 수상자 김세원 씨



남자 2호는 선택을 받지 못했다. 여자 3호는 외롭다. 저는 잘 안 되네요. 요즘 매주 큰 화제를 낳고 있는 프로그램을 제가 잠깐 흉내를 내봤는데요. 사실은 프로그램보다도 이 내레이션이 더 화제입니다. 젊은이들은 신인 성우의 목소리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올해 49년차 최고참 성우의 목소리입니다. 며칠 전에 제24회 한국PD대상에서 성우상을 수상한 성우 김세원 씨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나보죠.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세원> 안녕하세요.

◇ 김현정> 신인 성우님, 안녕하세요.

◆ 김세원> 상 받으니까 정말 신인 같아지네요.

◇ 김현정> 아니, 그런데 49년차 성우를 정말 누가 신인이라고 그래요?

◆ 김세원> 왜냐하면 2, 30대는 잘 모르죠. 그러니까 아마, 아마 신인인데 조금 잘하는 신인이 나타났다, 그렇게 생각한 거죠.

◇ 김현정> 실제로 만나는 2, 30대 중에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 김세원> 그날도 그러던데요. 사회 보는 친구가 자기는 정말 2, 30대 신인인 줄 알았다고.

◇ 김현정> 아, PD대상 상 받는 날?

◆ 김세원> 네.

◇ 김현정> 지금 들으시면서도 이게 혹시 누구지 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니까요. 목소리로 인사를 해 주시는 게 제일 빠를 것 같아요.

◆ 김세원> 여자 1호는 김세원입니다. (웃음) 안녕하셨어요.

◇ 김현정> 여자 1호 김세원 성우님. 요즘 인기가 아주 좋습니다. 패러디도 하고.

◆ 김세원> 글쎄. 저도 놀라겠어요. 왜 그러죠?

◇ 김현정> 왜 그럴까요. 어떤 목소리 매력이 있는 걸까요?

◆ 김세원> 글쎄요. 저는 제가 얘기하기는 그렇고 왜 제가 하루 이틀 한 것은 아닌데 갑작스럽게 그러는 걸 보면 아마 짝 때문일 겁니다.

◇ 김현정> 프로그램의 매력도 있고 그 프로그램에 어우러지는 미스터리한 목소리. 예능과 교양을 넘나드는 목소리 그런 매력이 있어요. 그 남자 1호, 여자 3호. 젊은이들 짝짓기하는 거 보다 보면 어떤 생각 드세요?

◆ 김세원> 글쎄요, 요즘 그러니까 남녀 만나는 것이 풍속도가 굉장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굉장히 오픈되어 있고 솔직하고 감정에 솔직하고요.

◇ 김현정>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 김세원> 네. 그런 것도 분명한 것 같고요. 그런 걸 보면서 아, 나는 너무 쉽게 결혼을 해준 게 아닌가, 남편한테. 뭣 때문에... (웃음)

◇ 김현정> 서둘러 했던가. 그런 생각 드세요.

◆ 김세원> 네. (웃음)

◇ 김현정> 방송 49년차. 사실은 김세원 씨 하면 조금 전에 짝 내레이션도 있고 영화 친절한 금자씨 내레이션도 기억에 남고 합니다만, 사실 연세가 조금 있으신 분은 뭐니 뭐니 해도 ‘밤의 플랫폼’ 잊지 못하실 거예요.

◆ 김세원> 네. 그럴 겁니다.

◇ 김현정> 한 10년 넘게 하셨죠, 70년대에?

◆ 김세원> 이거 11년 했어요. 그런데 이게 15분짜리를, 단 15분짜리 가지고. 지금은 10년 넘는 프로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때 당시에는 그렇게 오래하는 프로그램이 별로 없었어요.

◇ 김현정> 이게 15분밖에 안 됐어요?

◆ 김세원> 네, 15분짜리였어요. 이걸로 11년을 한 거 보니까 기특하네요, 지금 생각해도. (웃음)

◇ 김현정> (웃음) 아니, 15분을 하는 방송이 그 정도 파장을 일으킬 수가 있는 거예요?

◆ 김세원> 글쎄요, 그때는 또 라디오 시대예요, 지금보다는.

◇ 김현정> 그렇죠. 그 당시 인기가 어느 정도였나요?

◆ 김세원> 글쎄요. 그걸 제가 말씀드리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뭐 차를 타고 어디 가 주세요. 동아방송 가 주세요. 그때 당시에 이게 동아방송이라는 데가 있었기 때문에. 그러면 기사 아저씨가 뒤를 딱 돌아봐요. 아, 누구 아니십니까? 이렇게.

◇ 김현정> 목소리만 듣고.

◆ 김세원> 네.

◇ 김현정> 프러포즈를 한 분도 있었다면서요?

◆ 김세원> 있었어요. (웃음)
19살 먹은 친구가 자기가 군대 떠나면서 군대 갔다 와서 제대하면 결혼을 하겠다고 그랬고 또 한 사람은 27살인데 한겨울에 와서 그랬고 또 한 사람은 금반지 세 돈, 석 돈을 보냈어요.

◇ 김현정> 아이고, 귀한 그 금반지를 석 돈이나? (웃음)

◆ 김세원> (웃음) 그때 이미 저는 결혼해서 애가 둘이었는데 뭐.

◇ 김현정> (웃음) 금반지는 잘 챙기셨어요?

◆ 김세원> 그건 몰라요. 저는 우리 프로듀서 보고 이런 거 나한테 보여주지 말라고 그때는 그런 게 무서웠어요, 많이.

◇ 김현정> 그렇죠.

◆ 김세원> 그랬었어요.

◇ 김현정> 그래서 좀 숨어다니기도 하고 그러셨다면서요? 극성팬들 때문에?

◆ 김세원> 뒷문으로 제가 한 번은 60대 좀 할아버지인데 그분이 제가 아마 밤의 플랫폼을 들으시면서 한 40대 과부쯤으로 아신 것 같아요, 혼자 사는 여자로.
그래서 찾아오신 거예요. 그런데 그때는 미니스커트가 유행할 때고 이제 생머리를 하고 나타나니까 너무 놀라셨어요, 이분이. 그런데 나중에 그렇게 그냥 자꾸 오셔서 만나겠다고 그러고 그래서 제가 뒷문으로 좀 다녔어요.

◇ 김현정> 지금 기억나는 것만 해도 몇 개입니까, 에피소드가. 이 정도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심야버스 타면 다들 이 밤의 플랫폼에 귀 기울였고 일부러 찾아서 듣고 모두가 이야기를 하는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 김세원> 네, 그 저기 배우 안성기 씨가 한 번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안성기 씨는 제 개인적으로는 대학 후배인데 자기가 막차, 마지막 버스를 타고 제일 뒷자석에 앉아 있으면 칙칙칙 소리나는 그 버스 속의 라디오에서 밤의 플랫폼을 들었다는 거예요.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 김현정> 안성기 씨. 그래요. 그런 분이 한두 분이 아니었을 거예요. 그럼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도 역시 밤의 플랫폼일까요?

◆ 김세원> 그런데 제가 운 좋게 한번 프로그램을 하면 대부분 한 10년씩은 했어요. ‘밤의 플랫폼’, 김세원의 ‘영화음악실’ 뭐 ‘FM가정음악실’ 뭐 많았죠.

◇ 김현정> 한 작품, 한 작품 다 자식 같죠?

◆ 김세원> 네. 다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죠.

◇ 김현정> 그래요. 김세원 씨 만나고 있습니다. 49년차. 그러면 성우 생활을 10살 때 시작했다고 해도 지금 예순이시잖아요.

◆ 김세원> 그렇게 봐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웃음)

◇ 김현정> 아니, 정말 실례지만 올해 어떻게 되십니까? (웃음)

◆ 김세원> 저요. 저는 1945년생입니다. 빨리 계산하세요.

◇ 김현정> 그러면 일흔이 다 되셨다는 말씀이세요?

◆ 김세원> 그렇죠.

◇ 김현정> 저는 그날 시상식장에서 뵙고 정말 저분이 5살 때 시작하신 건가, 10살 때 시작하신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아름답고.

◆ 김세원> 대학교 다닐 때, 대학교 다닐 때부터 했어요. 그랬는데 나중에 그냥 천직처럼 그냥 다른 재주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냥 밀고 나간 거예요, 방송으로.

◇ 김현정> 잘하셨습니다. 잘 밀고 나가셨어요. 김세원 씨, 오늘 잠깐이지만 아련한 옛 추억 속으로 다녀왔는데요. 그 갑작스럽게 부탁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때 그 시절 밤의 플랫폼 DJ톤으로 저희 청취자들에게 끝인사, 하고 싶은 말씀, 감사 인사 이런 것 잠깐 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 김세원>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밤의 플랫폼뿐 아니라 늘 청취자와 함께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마이크 앞에서는 항상 이렇게 떨립니다. 지금도 그렇고 흥분하고 이런 것이 아마 청취자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청취자 없는 방송이라는 게 있을 수가 없는데 늘 계셔줬기 때문에 제가 장수 프로그램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지금 흐르는 시그널 들리시죠?

◆ 김세원> 아, 그렇네요. 이 시그널을 제가 어느 방송에 그 게스트로 나갔는데 이 시그널을 틀어줬어요. 그랬더니 청취자들이 막 올렸어요, 눈물이 난다고. 그런데 그건 아마 청취자분들이 옛날에 그 본인들의 청춘이, 젊음이 그 속에 있었고 또 아픈 기억들, 아련한 기억들이 있었기 때문에 눈물이 나지 않을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 김현정> 좋습니다. 이사도라 들으면서 오늘 인사드리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