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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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20(화) 이해인 수녀 "회복한 신창원 '다신 자살 않겠다' 편지해"
2011.09.20
조회 47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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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치유의 시집 '작은 기도' 출간
- '마당을 나온 암탉' 같은 동화 쓰고파
- 신창원에 "죽을 힘으로 살라" 답장해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해인 수녀

‘차를 마시면 마음이 맑아진대, / 몸에도 좋대, 오래 살아주렴’ 하는 / 친구의 다정한 목소리가 / 찻잔에 내려앉아 / 꽃으로 피어나는 아침을 / 기도처럼 마시는 삶의 고마움이여

이해인 수녀의 시 ‘차를 마시며’ 중에 한 구절입니다. 삶이 기도이고 기도가 시이고 시가 또 삶이고, 이해인 수녀를 생각하면 삶과 기도와 시가 한 몸인 것 같죠? 이번에 새 시집을 내셨는데요. 제목이 ‘작은 기도’입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이야기 좀 들어보죠.

◇ 김현정> 제 말이 맞죠? 삶의 곧 기도고 기도가 시고? (웃음)

◆ 이해인> 네, 맞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이번 시집 ‘작은 기도’ 에서는 어떤 얘기를 담고 싶으셨던 거예요?

◆ 이해인> 그냥 일상적인 삶이 기도로 이어지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 순간순간 좋은 마음으로 맑고 선하게 살고자 하는 의지, 그런 것이 다 기도라는 걸, 그런 것을 좀 보이고 싶었어요.

◇ 김현정> 이해인 수녀님은 어떤 기도를 요즘 많이 하십니까?

◆ 이해인> 글쎄, 저 자신을 위한 기도는 좀 잠시 밀쳐두고, 이렇게 공동체적인 기도를, 우선 나라를 위해서 많이 하게 되고요. 또 개인적으로 저한테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아파서 여러 가지 각자의 다양한 사연으로 기도를 부탁하는 독자 분들이 많아서요. 그런 편지를 잠자기 전에 베개 밑에다 놓고 잔다든지, 그렇게 하면서 그 마음을 합하려고 하는 그런 기도를, 다른 분을 위한 기도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시집 중에 ‘마지막 기도’라는 시도 저는 참 인상이 깊었어요.

이제 / 남은 것은 / 아무것도 없다 / 두고 갈 것도 없고 / 가져갈 것도 없는 / 가벼운 충만함이여/ (중략) / 어떻게 웃을까 / 고통 속에서도 설레이는 / 나의 마지막 기도를 / 그이는 들으실까

고통 속에서도 설레는 마지막 기도, 어떤 마음을 표현하고 싶으셨던 거예요?

◆ 이해인> 사실 이 시는 제가 투병하기 전에 상상 속의 죽음을 미리 앞당겨 구상하면서 쓴 시거든요. 그런데 지금 또 아픈 환자 입장에서 보니까 또 새롭게 해석이 되고요. 그렇게 착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하는 수도자로서의 그런 바람 같은 게 담겨 있지 않나. 앞으로 웃기 어려우니까 웃을 수 있는 은총을 좀 구하는 그런 말이 아닐까 싶어요.

◇ 김현정> 고통 속에서도 웃으며 기도할 수 있는?

◆ 이해인> 마음으로는 웃을 수 있는 그런 마음을... 청하고 싶은 거죠.

◇ 김현정> 정말 건강은 지금 어떠세요? 항암 치료중이신데?

◆ 이해인> 항암하고 그런 방사선은 가장 힘든 것은 다 끝났고. 이제 약을 먹고 요새는 좀 그런 거니까. 고만 고만 현상유지를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목소리는 좋으세요.

◆ 이해인> 목소리는 좋고 괜찮아요.

◇ 김현정> 시집 끝 부분을 보니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기 전에 내가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적으셨어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버킷리스트라는 게 유행하고 있는데, 이게 수녀님의 버킷리스트인 셈이에요?

◆ 이해인> 버킷리스트 하면 사람들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여러 가지 리스트, 항목을 만들던데. 저는 그런 것보다 마음의 자세, 어떻게 내 마음을 비우고 평화롭게 간직할 수 있는지 그런 것, 그리고 또 구체적인 것으로 실천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아름다운 동화나 동시, 이런 것도 쓰고 싶고. 또 하나님을 향한 수직적인 사랑과 이웃을 향한 수평론적인 사랑이 잘 조화를 이루는 그런 사랑의 심부름꾼이 되고 싶다, 그런 바람을 피력했는데. 표현은 그렇게 했지만, 선하게 많이 사랑하는 삶을 살다가 떠나고 싶다, 그런 거겠죠.

◇ 김현정>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동화를 꼭 써보고 싶다” 이것은 어떤 마음인가요?

◆ 이해인> ‘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니까 너무 아름다워서, 저런 동화를 쓸 수 있으면 그런 바람을 갖게 되고, 또 아동문학 하는 우리나라 동화를 쓰는 분들 보면 굉장히 부럽고, 시나 소설 이런 것도 좋지만 동화는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다 싶어서 내가 도전해 볼까 이런 마음을 가진 거지. 생전에는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웃음)

◇ 김현정>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 이해인> 능력이 없는 것 같아요. 괜히 그런 말해서 기대감만 높인 것 같아서.

◇ 김현정> 저는 벌써 기대하고 있었는데?

◆ 이해인> 글쎄 말이에요, 생각해 봐야겠어요.

◇ 김현정> 시 얘기는 아닙니다만. 수녀님께서 탈옥수 신창원 씨하고 오랫동안 주고받은 편지도 잔잔한 감동을 줬습니다. 이번에 신창원 씨 자살기도, 안 좋은 소식 듣고는 마음이 많이 안 좋으셨을 것 같아요?

◆ 이해인> 제가 잠시 며칠 다른 나라 가 있는 동안 그런 일이 일어나서 제가 늦게 알았거든요, 이 사실을. 그래서 굉장히 안타깝던 차에 창원 씨가 그런 일을 하고 나서 바로 8월 28일자로 저에게 편지를 한 통 보냈더라고요. “너무 놀라셨겠다, 지금은 회복 중이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몸 관리를 잘 하시라” 그렇게 편지가 왔어요. 그래서 너무 고맙더라고요.

◇ 김현정> 지금은 편지를 쓸 수 있을 정도가 된 거군요?

◆ 이해인> 네, 8월 말에 썼더라고요. 그래서 아버지 일과 몇 가지 복잡한 문제들로 자기가 극단적인 행동을 했지만. 뇌손상이 됐을 거라고 사람들이 걱정을 해서 자기가 자기를 시험해 보는 뜻에서 영어로 된 성경을 한번 봤대요. 읽히나 안 읽히나. 그랬더니 읽어지더라, 하면서 자기 생각에 큰 무리는 없는 것 같다고, 그래서 안심한다는 내용의 편지가 하나 왔어요. 그래서 제가 이메일로 전자우편으로 답을 잠깐 했었어요, 간단히.

◇ 김현정> 뭐라고 답해 주셨어요?

◆ 이해인> “너무 놀랐다, 앞으로 정말 말뿐만 아니라 그렇게 많은 사람 놀래 키지 말고 죽을 수 있는 힘 가지고 살아보도록 해라” 그랬죠.

◇ 김현정> 시집 읽으면서 저는 평안함을 얻었고요. 요즘 각박한 세상인데, 이 시집 많은 분들이 읽으면서 삶이 시가 되고 시가 기도가 되고 기도가 삶이 되는 그런 삶의 지름길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수녀님 건강하시고요. 오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