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주요 인터뷰를 실시간 속기로 올려드립니다.
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9/22(목) 하지현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개같은 내 인생, 58년 개띠들"
2011.09.22
조회 788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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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비부머 50대 남성 자살률 급증
- 소진감과 박탈감이 주요원인
- 40년 삶 더 남아 "사회안전망 필요"
- "나도 힘들다" 솔직한 표현 중요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

여러분 베이비부머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흔히들 58년 개띠라고도 하죠. 7, 80년대 산업화 시대를 겪고 권위적인 정권 속에서 자라온 지금의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분들을 말하는 건데요. 아마 우리 청취자들 중에도 꽤 계실 겁니다. 그런데 통계청과 경찰청에서 조사를 해 보니 4말 5초 베이비부머 남성들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고요. 특히 남성자살률은 20년 전보다 무려 네 배나 높아졌다고 합니다. 거기에 이혼율까지 지속되고 있다는데, 대체 그들에게 지금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요.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 연결을 해 보죠.

◇ 김현정> 조사를 해 보니까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남성분들의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62명, 20년 전에 15명에 비하면 네 배가 급증한 건데 이유가 뭘까요?

◆ 하지현> 그건 저도 상당히 놀라운 일 중에 하나인데요. 자살 사고라든지 우울증, 이런 부분들로 제가 상담하고 있는 특히 40대 후반, 50대 초반 남성분들을 보면 박탈감과 지쳐 있다, 라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무엇에 대한 박탈감입니까?

◆ 하지현> 이분들이 사실은 옛날에 70만 명, 75만 명 정도가 시험 보던 시기였죠. 졸정제도도 2, 3년 뒤에 있었고 아주 힘들게 대학진학을 본격적으로 하던 시기가 됐고요. 이러면서 굉장히 사회변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신 분들이기도 하고요. 민주화 세대, 이런 과정도 겪었는데요.

이분들이 사실 직격탄을 맞게 된 게 사회초년생의 꽃을 피던 시기에 IMF를 맞았고, 지금 같은 경우에는 정년을 보장받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훨씬 적은, 어떤 스트레스라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조절능력과 예측가능성인데요. 자신의 삶에 대한 예측의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 김현정> 예측가능성이라는 것이 스트레스하고 관계가 큰가요?

◆ 하지현> 예측가능성과 나의 삶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변수라고 생각 하거든요. 여러 가지 연구에서 나온 밝혀진 결과들이고요. 그 부분들에 대해서 자기가 예측했던 20대 초반에 자기 윗세대들을 봤을 때, 자기 자신들이 예측했던 것과 너무 다른 현실을 보고 있고, 앞으로 노후에 대한 고민을 할 때 박탈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요.

실제로 생존 자체를 위해서 너무 많은 에너지들을 쏟고 사교육이라든지의 이런 부분들과 부동산문제에 대한 과도한 지출로 인해서 자신의 노후와 삶에 대한 삶의 질이라고 할까요. 삶의 품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겁니다. 또 이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것이 없다, 그리고 새로 시작하려면 너무 엄두가 나지 않는데 앞으로 살아가야 될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겁니다.

현재 평균수명이 79세에서 80초반 정도거든요. 윗세대, 예를 들면 60대인 분들은 앞으로 남은 시간이 한 10년, 15년이라고 본다면, 지금 4, 50대 같은 분들 경우에는 의학이 더 발전할 거고 건강검진이 일상화됐기 때문에 더 오래 사실 게 분명합니다.

◇ 김현정> 오래 살아도 문제가 되네요?

◆ 하지현> 85세까지 산다고 치면 지금 남은 시간이 최소 40년이에요. 그런데 자기는 다 소진됐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는 거거든요. 그리고 사회안전망이라는 부분에서, 예를 들면 국민연금은 65세부터인데 그때까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훨씬 적을 거거든요. 어떤 불안감들이 있고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일부의 분들은 극단적으로 '갈 데까지 가면서 실제로 고생을 하고 괴로움을 겪느니, 일찌감치 지금의 괴로움을 여기서 끝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거죠.

◇ 김현정> 그래서 목숨을 끊는 자살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거군요. 혹시 상담하러 왔던 환자분들 중에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으실까요?

◆ 하지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서 회사를 나오게 되고 작은 사업을 시작하셨습니다. 처음에는 꽤 잘되셨는데 사람을 너무 잘 믿고 좋아하다 보면 실수를 하게 되죠. 속칭 사기라고 주장을 하시고 저쪽에서는 투자한 거 아니냐, 아주 미궁에 빠지게 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그동안 10년, 20년에 걸쳐 차곡차곡 모아놓았던 기반이 붕괴되는, 한 번에 훅하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집에도 면이 안서고, 또 앞으로 추스를 생각을 하니 속된 말로 견적이 안 나온다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이렇게 되니까 아주 극단적으로 자살시도를 하는, 집에서는 정말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경찰을 통해 찾아내서 다행히 목숨을 건지신 분도 있습니다.

◇ 김현정> 4말 5초 베이비부머 남성들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풀어줄 방법, 묘안이 없을까요?

◆ 하지현> 개인적으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누군가한테 도움을 청하거나 나도 힘들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얘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책임을 전가시키거나 누구 누구탓이라는 것을 떠나서 함께 해결할 문제로 보자는 게 첫 번째고요.

거시적이지만 4말 5초로 가시는 분들은 아직도 거의 사회에 계세요. 지금 치고 올라가는 젊은 세대들이 굉장히 힘들기는 하죠. 요즘 취업도 안 되고 어렵지만 마치 세대와 세대 간의 전쟁 같은 식으로 전선을 만든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종의 퇴직 후 내지는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부분에 있어서 의료라든지 생활이라는 것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의 도움 이런 부분들이 확보가 되어야죠.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걸 개인이 준비하도록 하고 있는 면이 많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좀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가장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건 가정에 가서 털어놓는 거예요. 힘들면 힘들다고 꾹꾹 눌러 참지 마시고요. 거기서부터 시작을 해야겠네요. 4말 5초, 58년 개띠 여러분들, 우리 사회의 기둥입니다. 힘내시고요.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