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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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경북 영주여고 홍현정 교사(아마추어복싱연맹위원)
여러분, 복싱 아시죠. 그 중에서도 국제복싱심판자격을 딴다는 게 참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여성 복싱심판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요. 얼마 전에 무려 3명의 여성이 우리나라 최초로 국제복싱심판 테스트에 합격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세 분 가운데 특이한 이력을 가진 여성이 있어서 지금 화제입니다. 30대의 현직 여고 국어 교사세요.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경북 영주여고의 교사이자 아시아 아마추어복싱연맹위원이신 홍현정 심판입니다.
◇ 김현정> 진짜 복싱하시는 분 맞으세요?
◆ 홍현정> 예. 맞습니다.
◇ 김현정> (웃음) 목소리가 어쩜 이렇게 가녀리고 예쁘세요. 우선 축하드립니다.
◆ 홍현정> 고맙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링 위에 올라가서 심판 보고 이긴 선수들의 손을 번쩍 드는, 그 심판이 되신 거 맞으신 거죠?
◆ 홍현정> 맞습니다.
◇ 김현정> 자격 테스트는 어떤 식으로 치릅니까?
◆ 홍현정> 이론시험이 있죠. 복싱 관련한 여러 가지 규칙이랑 이론 같은 것의 시험 문제가 있었고요. 그리고 실기시험은 링 위에서 주심으로 경기 운영하는 것을 정확하게 잘 보느냐, 그것과 관련해서 레프리 시험이 있었고요. 그 다음에 채점을 정확하게 볼 줄 아느냐 해서 부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치시험이 있습니다. 레프리 같은 경우는 다섯 번 이상, 서치는 20번 가까이 봤어요. 영국의 세계복싱연맹 심판장이 오셔서 다 봤습니다. 그래서 합격을 했고요.
◇ 김현정> 굉장히 어려운 건데, 학생들 반응이 지금 어떻습니까?
◆ 홍현정> 제가 지금 인문계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어서요. 아이들이 시험 공부하는 데 혹시나 방해가 될까봐 아직은 얘기를 안 하고 있고요. 수능 끝나고 나서 터뜨리려고 지금 비밀로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큰 뉴스를 하나 감추고 계시는 거네요?
◆ 홍현정> 감추고 있어야죠.
◇ 김현정> 동료 선생님들은 아실 것 아니에요?
◆ 홍현정> 친한 선생님 몇 분한테만 말씀을 드렸고요. 잘 모르십니다.
◇ 김현정> 그럴 만도 한 것이 홍현정 선생님 사진을 보니까, 전혀 거친 복싱하고는 연결이 안 되세요. 머리 길고 가녀린 모습의 전형적인 국어선생님이세요.
◆ 홍현정> 고리타분한 모습이죠. (웃음)
◇ 김현정> 아닙니다. 어쨌든 이런 거친 복싱하고는 연관이 안 되는 분인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 홍현정> 복싱을 제가 좀 늦게 시작 했어요. 2005년이니까 제 나이 31살에 시작을 했어요. 저는 그때 이미 딸도 두 명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제가 대학원을 20대에 들어갔는데 살면서 바쁘다 보니까 논문을 못 썼어요. 그런데 31살에 논문 쓰면서 애들도 키우니까 정말로 사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힘들어서 가라앉게 되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지고, 여러 가지 잡념들이 많이 생길 때 '아, 운동을 해 보자.' 생각했어요, 그리고 운동하면 사람이 몸이랑 마음이 다 건강해지잖아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게 복싱이었어요.
◇ 김현정> 저는 '힘들다 자자.' 이렇게 되거든요. 그런데 운동도 참 여러 가지가 있는데 왜 하필 복싱입니까?
◆ 홍현정>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봤을 때도 복싱은 힘들 것 같았어요. 그런데 힘든 것을 하면서 '아, 내가 한 시간 아니면 한 시간 반 정도 이 힘든 운동도 잘 끝냈는데 공부도 다시 시작해 보자. 그리고 애들한테 내가 엄마로서 하는 역할도 다시 시작해 보자.' 이런 걸 매일 스스로 생각을 다지게 해 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힘든 걸 제가 찾았던 거고요.
◇ 김현정> 대단합니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웃음)
◆ 홍현정> 전혀 아니에요. (웃음) 다른 운동도 힘들었을 텐데, 복싱은 제가 알리 영화 보면서 '오, 멋지다. 어떻게 발동작이 저러지?' 사실 호기심에 시작도 한거고요.
◇ 김현정> 그런데 이제 취미정도로 한 게 아니라, 전국체전에까지 참가를 하셨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처음으로 선 링에서 기권패?
◆ 홍현정> 맞습니다. (웃음)
◇ 김현정> 처참하게 무너지셨어요?
◆ 홍현정> 아픈 상처입니다. (웃음)
◇ 김현정> 그럼 그 정도 되면 포기하고 다시 취미로 돌아갈 법한데도 심판까지 하겠다, 이렇게 도전을 하게 되신 것은 왜 그런 건가요?
◆ 홍현정> 제가 선수 끝나고 나서 '아, 심판해야지.' 이런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너무 복싱을 좋아하다 보니까 그 뒤로도 매일 복싱 관련한 기사하고 복싱연맹 홈페이지를 계속 들어가 봤어요. 원래 사람이 애정 가는 것을 계속 찾아보게 되잖아요.
◇ 김현정> 그럴 때 애증이라고 하죠?
◆ 홍현정> 그렇죠. 2006년에 봤더니 연맹 홈페이지에 심판모집공고랑 시험이 공시가 됐더라고요. 봤더니 제가 자격요건이 되겠더라고요. 사실은 그냥 무작정 덤볐던 거예요. 처음부터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욕심이 많은 게 아니라 단순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주부에, 선생님에 또 EBS에서 강의도 하신다면서요?
◆ 홍현정> 맞습니다.
◇ 김현정> 거기에 심판까지. 혹시 앞으로 또 꿈이 있으세요?
◆ 홍현정> 지금 막 뭔가를 새롭게 만든 것은 없고요. 살면서 이거 하고 싶다, 이게 중요한 일이겠다 싶으면 그냥 또 시작을 하려고요. 지금은 제가 하고 있는 것들이 다 중요한 일들인 것 같아서요.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 김현정> 항상 시간 없다고 입에 달고 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조언을 한마디 해 주신다면?
◆ 홍현정> 정말로 하고 싶다면, 결국에 시간은 계획을 세워서 쓰기 나름인 것 같아요. 정말 시간 없다는 그 말 전에 '내가 정말 하고 싶어하는가, 아니면 별로 안 하고 싶은가.' 그것부터가 결정 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면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아침입니다. 홍현정 선생님, 링 위에서 멋지게 심판 보는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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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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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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